대북친선외교의 비밀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중국 공안부는 왜 진시더를 검거하였을까?

2009년 1월 9일 중국 공안부는 중국 학계에서 동아시아 연구부문의 1인자로 알려진 중국사회과학원의 조선족 학자 진시더(金熙德)를 긴급체포하였다. 중국사회과학원은 중국국무원에 직속된 국책연구기관이고, 진시더는 중국사회과학원 한국연구중심 상무이사이며 일본연구소 중일관계연구중심 부주임(부소장)이다.

일본의 유력일간지 〈아사히신붕(朝日新聞)〉이 ‘중국정부 소식통’의 제보를 인용하여 쓴 2009년 2월 17일자 기사에 따르면, 진시더 부주임은 대북정보를 남측 정보기관에 넘겨준 혐의로 구속되었다고 한다. 홍콩에서 발간되는 〈밍바오(明報)〉와 영문일간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 2009년 2월 19일자 보도에 따르면, 진시더 부주임은 직위해제되었고, 대북정보를 외부에 넘겨주고 금전뇌물과 성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다고 한다.

언론보도에 나온 ‘대북정보’라는 것은 2008년 9월부터 남측과 일본에 유포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뜻하고, 진시더 부주임으로부터 ‘대북정보’를 넘겨받고 뇌물을 준 것은 남측의 국가정보원이다. 다시 말해서, 돈과 성에 매수되어 국가정보원에 ‘건강이상설’을 말해준 최초의 발설자가 진시더 부주임이었던 것이다.

국가정보원이 진시더 부주임의 입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진시더 부주임이 북측 내부상황에 관한 어떤 극비정보를 보고 받을 고위관리가 아니므로, 베이징에서 국가정보원 첩보원을 은밀히 만났을 때 그가 꺼내놓은 것은 소문 수준의 추측발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국가정보원은 진시더의 추측발언을 ‘대북정보’로 가공처리하였고, 자기들의 머리속에서 그려낸 ‘건강이상설’을 국회에서 보고하는 방식으로 또는 언론에 흘려주는 방식으로 적극 유포하였다.

이를테면 2008년 9월 1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김성호 국가정보원장은 ‘건강이상설’을 아예 기정사실로 전제하고 나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재는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보고하였으며, 이틀 뒤인 9월 12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남측 언론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건강을 회복하여 양치질을 할 정도의 상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이나 청와대가 ‘건강이상설’을 날조, 유포한 것과는 다르게, 백악관은 ‘건강이상설’에 대해 언급을 회피하였다. 2008년 9월 10일 백악관의 데이너 페리노(Dana Perino) 대변인은 백악관 출입기자들로부터 ‘건강이상설’에 관해 질문을 받자, “북측이 그들 지도자의 건강문제에 대해 말하기까지 언급하지 않겠다. 새로 덧붙일 말이 없다”고 언급을 회피하면서 신중한 태도를 취하였다. 남측의 통일부도 ‘건강이상설’에 대해 언급을 회피하였다. 2008년 9월 16일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은 언론설명회에서 “정부로서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보도되는 것이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이나 통일부가 그러한 것처럼, 모르면 가만히 있는 것이 정상이다.

국가정보원이 진시더 부주임으로부터 들은 추측발언을 가지고 날조한 ‘건강이상설’은, 해내외 보수언론들의 증폭기능을 타고 급속히 퍼져나갔다. 북측 언론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시찰사진을 여러 차례 보도하였는데도, 해내외 보수언론들은 막무가내로 ‘건강이상설’을 선정적으로 유포하면서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일반적으로, 날조된 거짓을 진실로 믿고 싶은 자기기만의 마법에 걸린 유포자들이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법이다. 국가정보원과 청와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날조하여 유포한 것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유언비어를 퍼뜨렸다는 점에서, 미국의 극우세력이 오바마 대통령의 ‘외국출생설’을 날조하여 유포한 것과 매우 유사하다. 미국의 극우세력은 오바마 대통령이 하와이에서 태어났다고 기록된 출생증명서가 가짜이며, 그가 실제로는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였다. 외국출생자는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규정을 악용하기 위해서, 그러한 유언비어를 퍼뜨린 것이다. 오늘 현실이 말해주는 것처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나 오바마 대통령의 ‘외국출생설’은 적대세력이 날조, 유포한 악성 유언비어의 전형이다.

2009년 1월 12일 일본의 일간지 〈마이니치신붕(每日新聞)〉은 2008년 9월 10일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접견을 받은 중년의 유럽인을 이탈리아 로마에서 만나 진행한 대담기사를 실었다. 대담기사에 나온 유럽인은 남측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나 북측 언론에는 오래 전부터 가끔 등장하는 이탈리아국제관계연구소(Italian Institute of International Relations)의 장까를로 엘리아 발로리(Giancarlo Elia Valori) 사무총장이다. 발로리 사무총장은 2008년 9월 9일 북측의 공화국 창건 60주년 경축행사에 참석한 직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접견을 받았다고 하면서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상태는 좋았다. 이전보다 젊어보이고, 북측을 강력하게 통치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2008년 9월 9일에 있었던 북측의 공화국 창건 60주년 경축행사 직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외국인을 접견한 것이야말로 ‘건강이상설’이 날조된 유언비어이었음을 말해주는 가장 확실한 논거이다. 그러나 일단 유언비어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눈에는 그처럼 확실한 논거도 보이지 않았다.  

국가정보원이 ‘건강이상설’을 날조하고 보수언론이 그것을 퍼뜨린 2008년 9월 10일부터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친서를 들고 평양을 방문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접견을 받았던 2009년 1월 23일까지 무려 넉 달 동안, ‘건강이상설’은 혹세무민의 흑색돌풍을 일으키며 세상을 어지럽혔다. 일본언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 있는 백화원초대소에서 왕자루이 부장을 만난 시간이 접견과 오찬을 합쳐 무려 다섯 시간이었다고 하면서,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왕자루이 부장을 위해 베푼 오찬에서 도수 높은 술을 마셨다고 보도하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왕자루이 부장을 접견한 직후부터 ‘건강이상설’은 수구러졌는데, 아주 사라진 것이 아니라 ‘건강회복설’로 둔갑하였다. 이전에 ‘건강이상’이 있었는데 지금은 ‘건강회복’에 이르렀다는 또 다른 거짓말을 가지고 ‘건강이상설’이 처음부터 유언비어였다는 사실을 교묘하게 감추려는 것이다.

누군가 악의를 가지고 북측에 관련한 유언비어를 날조하고 유포하였지만, 아무도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은 채 넘어가곤 했던 과거의 경험처럼 이번에 유포된 ‘건강이상설’에 관련해서도 그냥 넘어갈 것으로 사람들은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건강이상설’이 베이징에 있는 제보자로부터 흘러나갔음을 간파한 중국정부당국은, ‘건강이상설’의 최초 발설자를 찾아내기 위한 색출작업을 은밀히 벌여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 색출작업에 덜미가 잡힌 범인이 진시더 부주임이다.

남측에서 ‘건강이상설’이 이미 널리 퍼져버렸으므로 모른 척하고 넘어갈 수 있었는데도, 중국정부당국이 색출작업을 벌여 최초의 발설자를 검거한 것은, 중국이 남측과 북측에 대해 어떠한 관계를 설정하였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번 검거사건을 통해서 중국이 대남관계보다 대북관계를 훨씬 더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리한 비교일 수 있으나 굳이 비교해서 말하면, 미국이 대남관계를 포기할 수는 있어도 대일관계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것처럼 중국은 대남관계를 포기할 수는 있어도 대북관계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중국이 대북관계를 그처럼 중시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2008년도 북측과 중국의 무역총액은 27억8천만 달러인데, 그 가운데서 북측의 대중수출은 7억5천만 달러이고, 중국의 대북수출은 20억3천만 달러이다. 그에 비해, 2007년도 남측과 중국의 무역총액은 1천405억 달러인데, 그 가운데서 남측의 대중수출은 819억 달러이고, 중국의 대남수출은 630억 달러이다. 또한 2007년도 남측 기업의 대중투자는 64억9천만 달러이다. 북측의 대중투자에 관한 통계자료는 찾을 수 없으나, 거의 없을 것이다. 이처럼 경제문제만 살펴보면, 중국은 대북관계보다 대남관계를 훨씬 더 중시해야 마땅한 데도, 중국이 대북관계를 절대적으로 중시하는 현상은 경제문제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커다란 정치문제가 놓여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에 대한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경제보다는 정치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북측의 핵실험에 대한 중국의 태도

〈아사히신붕〉의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 편집위원이 2006년 10월 26일 〈아사히신붕〉에 실은 기사에 따르면, 2005년 4월 베이징에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중국의 다이빙궈(戴秉國) 수석부부장이 만났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다이빙궈 수석부부장은 강석주 제1부상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핵을 가졌다고 해서 그것으로 생존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소련을 봐라. 핵무기를 많이 가졌어도 무너지지 않았는가. 반대의 경우로 쿠바를 봐라. 쿠바에는 핵이 없지만 미국도 이제는 카스트로 체제를 전복시키는 것을 포기하고 그가 세상을 떠나기를 기다리지 않는가?” 소련의 붕괴에 대해서나, 미국의 쿠바체제전복기도에 대해서 엉뚱하게 오판한 것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중국이 북측의 핵보유를 강하게 반대하는 태도가 분명하게 드러나 보인다.

다이빙궈 수석부부장의 말을 듣고 나서 강석주 제1부상은 따지듯이 물었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핵무기를 개발하였는가? 중국은 특별한 나라이므로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것인가? 우리는 왜 중국과 달라야 하는가고 되묻고 싶다.” 중국에게 시대착오적인 대국주의를 버리고, 대등한 관계에서 북측의 핵보유 문제를 바라보라고 지적하는 명쾌한 논법이 돋보인다. 물론 위의 대화는 후나바시 편집위원이 재구성한 것이지만, 다이빙궈 수석부부장은 강석주 제1부상의 날선 반론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였을 것이 뻔하다.

북측은 자국의 자주권에 관해서 매우 단호하고 비타협적인 태도를 취한다. 대중관계에서도 두말할 나위없이 그러하다. 북측은 지하핵실험을 실시하는 과정에서도 중국에 대해 그러한 태도를 취하였다.

2006년 10월 3일 오후 6시 북측이 핵실험 계획을 발표하였을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말할 것도 없고 중국 수뇌부도 충격에 빠졌다. 홍콩에서 발간되는 시사월간지 〈동향(動向)〉이 2006년 10월 하순에 보도한 바에 따르면, 충격에 빠진 중국 수뇌부는 북측의 핵실험을 만류하기 위해서 즉각 중국공산당 왕강(王剛) 중앙판공청 주임과 중국인민해방군 장리(張黎) 참모차장을 평양에 급파하여 만류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북측은 2006년 10월 9일 지하핵실험을 실시하기 직전에 중국과 러시아에 사전통보를 하였는데, 러시아에게는 두 시간 전에 통보해주었으나 중국에게는 25분 전에 가서 뒤늦게 통보해주었다. 더구나 북측 외무성이 중국 외교부에게 공식통보한 것이 아니라, 북측의 민간외교단체인 조선대외문화연락위원회가 중국 외교부에게 비공식으로 통보하였다. 조선대외문화연락위원회는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에 해당하는 민간외교단체이지 정부기관이 아니다. 북측은 민간외교단체의 비공식 통로를 통해 중국의 외교부에게 뒤늦게 통보한 것이다. 중국의 핵실험 만류를 일축해버리는 단호한 대응이었다. 통보를 받고 깜짝 놀란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가 즉각 북측에 연락을 취하였을 때, “우리가 중국정부를 존중해준 만큼 우리나라의 주권을 존중하라”는 북측의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북측이 2006년 10월 9일 오전 10시 35분에 핵실험을 실시하자, 베이징에서는 중국공산당 및 중국인민해방군의 수뇌부 연석회의가 긴급히 소집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북측의 핵실험에 대해서 “중국의 권고를 듣지 않고 이성을 잃은 행동이었으며 신용을 잃고 긴장을 조성한 행동”이었다고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고 한다. 중국은 2006년 10월 14일에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국이 내놓은 대북제재 결의안에 역사상 처음으로 찬성표를 던짐으로써 북측의 핵실험에 반대의사를 표명하였다.

그러나 2006년 10월 20일 미국 에이비씨(ABC) 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중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 결의안을 찬성한 것에 대한 기자의 질문을 받자 “나라마다 상황과 실상이 다르다. 정책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다지 놀라지 않는다”고 답변하면서 여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일본의 〈아사히신붕〉 2006년 11월 2일자 보도에 따르면, 북측이 핵실험을 실시한 때로부터 사흘 뒤인 2006년 10월 12일 중국 셴양(瀋陽)에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중국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이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리자오싱 외교부장은 북측의 핵실험에 대한 중국 수뇌부의 항의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그보다 석 달 먼저, 2006년 7월 5일에 북측이 미사일발사훈련을 실시하기 전후에도, 북측은 중국인민해방군과의 전화연락을 끊어놓고 미사일발사훈련을 실시하였다. 그 무렵 워싱턴을 방문한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궈보숭(郭伯雄) 부주석은 미국 국방부 관리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측의) 미사일 발사 전후부터 중국과 북측은 군과 군 사이에서도 연락을 취할 수 없었다. 북측은 우리의 전화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북측이 중국의 만류를 일축하고 지하핵실험을 실시한 직후, 중국이 취한 행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측이 지하핵실험을 실시하였다는 보도로 전세계가 들끓고 있었던 2006년 10월 11일 중국은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국가주석의 특사자격으로 워싱턴에 급파하였다. 그의 워싱턴 방문에는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이 동행하였다. 탕자쉬안 국무위원은 조지 부쉬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풀겠다는 부쉬 대통령의 다짐에 사의를 표하였다고 한다. 탕자쉬안 국무위원은 회담을 마친 직후, 기자들에게 “6자회담 이외에 더 좋은 대안을 없다고 본다. 본인의 방미목적은 6자회담 재개에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탕자쉬안 국무위원을 특사로 급파한 목적은, 북측의 지하핵실험을 빌미로 하여 부쉬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중단하고 군사적 긴장을 높이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대미통제역할’을 자진해서 수행하기 위함이었다.  

중국은 탕자쉬안 국무위원이 워싱턴 방문을 마치고 베이징에 돌아오자마자, 그를 다시 국가주석의 특사자격으로 평양에 급파하였다. 2006년 10월 18일 탕자쉬안 국무위원은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친서를 들고 평양을 방문하였다. 그의 방북길에는 다이빙궈 외교부 부부장, 6자회담 중국측 수석대표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이 동행하였다.

미국 워싱턴에서 발간되는 정보전문지 〈넬슨 리포트(Nelson Report)〉 편집인 크리스토퍼 넬슨(Christopher Nelson)이 2006년 10월 26일 워싱턴에서 열린 강연에서 말한 바에 따르면, 2006년 10월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접견을 받은 자리에서 탕자쉬안 특사는 중국 수뇌부가 북측의 핵실험에 항의하는 서한을 읽었다고 한다. 〈아사히신붕〉의 후나바시 요이치 편집위원은 그 신문 2006년 10월 26일자에 발표한 글에서, 탕자쉬안 특사일행을 접견한 자리에서 중국 수뇌부의 항의의사를 전해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에 일정 부분의 체면은 살려주면서 내용면에서 한 걸음도 양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이 한 수 위였다”고 썼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의 체면을 살려주었다는 후나바시의 지적은, 넬슨이 자기의 강연에서 설명한 바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측의 핵실험에 대해서 유감을 표명한 것이 아니라, 북측이 핵실험을 실시하여 “중국이 난처하게 되었다면 유감이라고 말하였다”는 뜻이다.  

후계자는 왜 평양을 먼저 찾아갔을까?  

북측의 지하핵실험에 대해 중국이 항의하면서 서먹해졌던 조중(북중)관계를 넉 달 뒤에 먼저 푼 쪽은 중국이었다. 2007년 1월 30일 후진타오 주석이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왕자루이(王家瑞) 대외연락부장을 국가주석 특사로 평양에 파견한 것이다. 중국이 왕자루이 특사를 평양에 파견하여 서먹해진 관계를 정상화한 것은, 대외관계에서 당당하고 도도한 태도를 보이는 중국이 유독 북측에 대한 외교관계에서만은 무척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음을 말해준다. 왕자루이 특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접견을 받았고, 판문점과 개성공업단지를 시찰하였다.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최근 조중(북중)관계에서 일어난 가장 놀라운 일은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의 평양방문이다. 그는 2008년 6월 17일부터 19일까지 평양을 방문하였다. 중요한 것은, 2008년 3월 15일에 열린 제11차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2012년에 국가주석으로 취임할 후계자로 선출된 그가 첫 해외순방길에 우선 평양부터 찾아간 것이다.

시진핑 국가부주석은 2008년 4월 29일 베이징을 방문한 북측의 박의춘 외무상에게 중국에서 후계자가 선출되었으니 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 중국에 한번 다녀가셔야 하지 않겠는가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게 말했던 그가 먼저 평양을 찾아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접견을 받았다. 그것도 빈손으로 간 것이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증정할 정성어린 선물도 마련하였고, 그밖에도 항공유 5천t과 인민폐 1억 위안을 방북선물로 가지고 갔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시진핑 국가부주석의 만남을 ‘상견례’인 것 같다고 나름대로 평하였지만, 그렇게 평하는 말들은 새로 선출된 중국의 후계자가 왜 평양부터 찾아가야 했는지를 해명해주지 못한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접국은 14개 나라인데, 그 가운데 가장 큰 나라가 러시아이다. 지난 냉전시기에 중국과 러시아는 심한 갈등관계에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르다. 중국이 러시아와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전적으로 부합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관계개선을 급진전시키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도 시진핑 국가부주석은 왜 모스크바를 방문하지 않고 평양을 방문하였을까?

미국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09년 2월 19일에 첫 번째로 찾은 해외방문지는 캐나다였다. 미국이 인접국인 캐나다와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전적으로 부합하기 때문에 그러하였을 것이다. 중국에서 새로 선출된 후계자가 첫 해외방문지로 러시아를 택하지 않고 북측을 택한 것을 미국의 외교관례에 빗대어 말하면, 오바마 대통령이 캐나다를 찾아가지 않고 멕시코를 먼저 찾아간 것과 같은 ‘이상한 외교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1월 14일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특사로 서울을 방문한 왕이(王毅) 외교부 부부장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초청의사를 전했다. 중국은 후계자로 지명된 국가부주석을 방북선물과 함께 평양에 보냈으면서도, 남측 대통령으로 선출된 당선인에게는 베이징에서 만나자고 초청한 것이다. 그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5월 17일부터 나흘 동안 중국을 공식방문하였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산시성(陜西省)에서 기르는 국제보호조류 따오기를 기증하겠다고 말하였는데, 경상남도 창녕군이 우포늪에서 따오기를 기르려고 이미 오래 전에 산시성에게 따오기를 기증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었다. 산시성이 창녕군에게 기증하기로 약속한 따오기를 정상회담이 열린 자리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기증의사를 밝힌 것은, 남측 대통령의 위상을 지방정부대표 정도로 격하시키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 한중정상회담에서 따오기 기증문제가 언급된 것 자체가, 중국의 대북외교와 대남외교가 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선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조중(북중)관계의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중국이 북측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거꾸로 된 논리이다. 특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한반도의 비핵화문제를 둘러싸고 북측과 정면대결로 치달을 때마다, 중국에게 대북영향력을 행사해주기를 바란다고 청하지만, 그것은 앞뒤를 가려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한반도의 정세와 관련해서는 중국이 북측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북측이 중국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제3자가 이해하기 힘들 만큼 중국의 대북친선외교가 특별한 양상을 보이는 까닭은, 북측의 대중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게 한다. 그렇다면 중국은 대북관계에서 어떠한 전략적 이익을 추구하길래 그처럼 특별한 대북친선외교를 펼치는 것일까?

중국은 한미동맹을 반대하고 연방식 통일을 지지한다

중국 홍콩에서 발간되는 시사월간지 〈쟁명(爭鳴)〉이 2006년 8월 초에 흥미로운 기사 한 편을 실었다. 그 기사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중앙외교공작영도소조가 2005년 12월에 열린 내부토론회에서 “중장기적으로 볼 때 조선반도의 평화통일은 구속력 있는 연방식 통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구속력 있는 연방식 통일’이란, 통일정부를 가진 연방공화국(federal republic)을 건설하는 것을 뜻한다. 통일정부를 가진 연방공화국을 통일공화국이라 한다.

위의 보도에 따르면, 한반도의 연방식 통일이 중국에게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유리한 까닭은, 연방식 통일이 일본의 잠재적인 군사위협과 군국주의 부활 시도를 제어할 수 있고, 중국이 대만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 기사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중앙외교공작영도소조가 내린 그러한 결론은, 2005년 가을 쩡칭홍(曾慶紅) 국가부주석, 허궈창(賀國强) 당중앙 조직부장, 왕강 중앙판공청 주임이 비공개로 평양을 방문하고 나서 내린 결론이라고 한다. 그 세 사람은 비공개로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접견을 받은 자리에서 북측이 개방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지 않는가 하는 의견을 제기하였더니,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그들에게 “중국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그 의견을 일축하였다고 한다.

위의 보도에서 주목하는 것은, 2005년 가을 평양을 방문한 중국 정부대표단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접견을 받은 뒤에 한반도의 연방식 통일을 지지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접견을 받은 자리에서 북측이 개방정책을 추진할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봐서, 그때까지만 해도 중국 수뇌부는 한반도의 통일문제에 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구상과 계획을 정확히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위의 기사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 수뇌부의 의견을 듣고 한 마디로 일축한 뒤에 더 이상 담화가 없었던 것처럼 보도되었지만, 외교관례를 생각하면 실제상황은 그러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중국 정부대표단에게 북측이 왜 개방정책을 배격하는지, 그리고 왜 한반도가 연방식으로 통일될 수밖에 없는지에 관해 설명하였을 것으로 추론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중국 정부대표단은 한반도의 통일문제에 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구상과 계획을 중국 수뇌부에 전달하였고, 중국 수뇌부는 한반도의 연방식 통일과 중국의 전략적 이익이 부합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연방식 통일을 지지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정세변화와 관련된 동아시아 국제관계는 언제나 매우 민감한 반응을 일으키고 있어서 중국 수뇌부가 한반도의 연방식 통일에 대한 지지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하지는 못하지만,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는 한반도의 연방식 통일에 대해서 만일 중국 수뇌부가 지지하지 않는다면 도리어 그것이 이상한 일이다.  

중국 수뇌부는 북측에서 이른바 ‘급변사태’가 일어나서 북측의 정권과 체제가 무너질 것이라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허무맹랑한 소리를 믿지 않는다. 북측의 내부사정에 대해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보다 비교적 더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는 중국 수뇌부가 ‘급변사태설’ 같은 허황된 유언비어를 믿을 리 만무하다.

중국 수뇌부가 한반도의 연방식 통일을 지지하는 까닭은, 한반도의 연방식 통일이 한미동맹 폐지에 의해서 실현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이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외부에 공식적으로 표명하지는 않지만, 중국이 한미동맹을 반대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중국 수뇌부는 한미동맹의 존속이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배치된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 수뇌부가 한미동맹 폐지와 연방식 통일실현이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보고 있다는 사실은, 2008년 5월 27일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방문기간에 드러났다. 그날 이명박 대통령이 베이징에 도착하기 약 두 시간 전에 중국 외교부가 진행한 정례언론설명회에서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은 “한미동맹은 지나간 역사의 유물”이라고 지적하고, “시대가 많이 변하고 동북아시아 각국의 상황도 크게 달라진 만큼, 낡은 사고로 세계문제나 지역문제를 다루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였다. 중국이 한미동맹에 대한 반대의사를 명확히 표명한 것이다. 남측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는 때에 맞춰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미동맹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같은 날,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중국은 “남북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관계를 개선하고 평화적 통일을 실현하는 것을 지지하고 있음을 재확인”한다고 말하였다.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통일 실현을 지지한다는 말은 연방식 통일을 지지한다는 뜻을 한중정상회담에서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중국이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방문에 맞춰 한미동맹 폐지와 연방식 통일실현에 대한 자국의 지지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중국 수뇌부의 그러한 분위기를 감지해서 그러한지는 모르겠으나, 최근 중국 학계도 중국이 한반도의 통일을 지지한다는 견해를 공개적으로 꺼내놓고 있다. 2009년 2월 15일 베이징에 있는 중궈런민대학(中國人民大學)이 펴낸 정기간행물 〈중국외교〉에 실린 논문에서 베이징대학(北京大學) 조선문화연구소 진징이(金景一) 소장과 지린성(吉林省)에 있는 옌볜대학(延邊大學) 동북아연구소 진창이(金强一) 소장은 “통일된 조선반도가 중국의 이익에 전적으로 부합한다”고 전제하고, “조선반도가 대립된 상황에서 중국이 영향력을 넓혀 제한적인 발언권을 얻을 수 있으나, 이것은 조선반도가 통일된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수뇌부는 한반도의 연방식 통일이 북측의 주도로 실현될 것임을 예견하였을 것이며, 북측이 주도한 연방식 통일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미국군의 핵우산이 철거되고 주한미국군이 철군되고 한미동맹이 폐지됨으로써 한미관계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점도 내다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의 연방식 통일을 지지하는 것이 자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되는 것임을 알았을 것이다. 중국이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펼치는 대북친선외교의 비밀이 거기에 있다.(2009년 3월 23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