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전을 경고받은 모의전쟁 ‘MC02’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1. 주한미국군사령관이 내비친 새로운 작전계획의 윤곽

주한미국군사령관 월터 샤프(Walter Sharp)가 2009년 2월 4일 오전, 서울에 있는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미협회 총회에 나타나 연설하였다. 언론이 요약하여 보도한 그의 연설내용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군이 “새로운 공동작전계획 초안”을 작성하였는데, 앞으로 3년 동안 한미합동훈련에서 그 작전계획 초안을 연습하면서 보완, 수정할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다. 그는 새로운 작전계획이 2012년까지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군이 초안을 작성하였다는 새로운 공동작전계획은 어떤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2005년 10월 10일 국회에서 진행된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폭로한 ‘한미전략기획지침’에 나오는 ‘작전계획 5026’일 것이다. 2002년 12월 5일 워싱턴에서 남측 당시 국방부 장관 이준과 미국 당시 국방부 장관 도널드 럼스펠드(Donald H. Rumsfeld)가 서명한 ‘한미전략기획지침’에 따르면, “작전계획 5027과 작전계획 5029를 보완하는 추가적인 작전계획 5026”을 “2003년 7월까지 수립한다”는 것이다. ‘한미전략기획지침’에서 새로운 작전계획을 2003년 7월까지 수립한다고 명시하였고, 미국 육군정보부 출신 정치평론가 월리엄 아킨(William M. Arkin)도 ‘작전계획 5026’이 2003년 8월에 수립되었다고 지적하였으므로, ‘작전계획 5026’이 이미 5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 확실한데도 월터 샤프는 초안을 작성한 것처럼 둘러댔다. 군사기밀을 노출하지 않으려고 신경을 썼기 때문에 그러했을 것이다.

주한미국군사령관이 아직 미완성인 것처럼 둘러댄 새로운 공동작전계획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주한미국군 2만8천500명 가운데 70%가 지상군 병력이며, 월터 샤프 자신이 육군 대장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가 미국군과 한국군의 공동작전을 언급하였다는 점에서, 미국군이 초안을 작성하였다는 새로운 공동작전계획은 미국군과 한국군이 공동으로 수행할 지상작전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지상군을 지휘하는 주한미국군사령관이 해상작전계획이나 공중작전계획을 수립하는 책임까지 맡지는 않는다.

둘째, 미국군이 한반도 지상작전을 한국군에게 맡기고, 자기들은 해상작전과 공중작전을 맡게 된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월터 샤프도 연설에서 미국군이 “해군과 공군 위주로 신속기동하여” 한국군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이것은 사상자가 많이 생기는 지상전에서는 남북이 동족끼리 싸우게 하고, 자기들은 압도적으로 우세한 화력을 동원할 수 있는, 그래서 실전에서 자기 쪽에 사상자가 적게 날 것으로 예상하는 해상작전과 공중작전을 벌이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셋째, 미국군이 한국군에게 넘겨줄 지상작전은 미국군이 맡게 될 해상작전 및 공중작전과 무관하게 수행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신속하고 밀접하게 연계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하면, 미국군의 해상작전 및 공중작전과 한국군의 지상작전을 상호연계하는 임무가 주한미국군에게 맡겨질 것으로 보인다.

넷째, 월터 샤프가 “증원병력 69만여 명은 중요하지 않다. 어떤 전력이 오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 대목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하는 경우 미국군 증원병력을 증파하는 기존의 전력증원작전계획이 폐기되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69만여 명이나 되는 방대한 증원병력이 태평양을 건너 한반도에 도착하기도 전에, 순식간에 승패를 가르는 속결전 방식으로 한반도 전쟁이 끝나게 될 것임을 잘 알고 있는 미국 군부의 견해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군 증원병력을 한반도에 보내지 않고서는 전쟁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미국 군부가 고심해온 문제이다. 미국 군부는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을 총동원해서 북측의 조선인민군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것은 패전을 자초하는 무모한 짓임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하는 경우, 미국군 증원병력을 보내는 것은 미국 군부에게 불가피한 일이다.

월터 샤프는 연설에서 미국 군부가 주로 지상군으로 구성된 증원병력 69만여 명을 한반도 전쟁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병력규모가 적은 어떤 다른 전력을 보낼 것임을 내비쳤다. 그가 말한 ‘어떤 다른 전력’이란 해군력과 공군력을 뜻한다.

미국 군부가 한반도 전쟁에 해군력과 공군력을 증파하는 것은, 지상전투가 벌어진 뒤에 시차별로 증파하는 기존의 전력증원작전을 벌인다는 말이 아니라, 개전하는 시각부터 해상과 공중에서 우세한 화력을 동원하는 전략기동작전을 벌인다는 말이다.

한국군의 지상작전과 동시에 미국군의 전략기동작전을 개시하려면, 미국 해군은 동해에 항모전투단을 배치해야 하며, 미국 공군은 한반도에서 가장 가까운 미국 영토인 괌(Guam)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장거리 전략폭격기를 배치해야 한다. 동해에 항모전투단을 배치하는 목적이나 괌에 장거리 전략폭격기를 배치하는 목적은 공습작전을 수행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전략기동작전과 공습작전은 동의어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하는 경우, 전세를 결정짓는 결정적인 요인은 사실상 미국군 공습작전의 승패여부에 달려있다고 보아야 한다. 만약 미국군이 공습작전에서 이기면 미국이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고, 만약 조선인민군이 대응작전으로 미국군의 공습작전을 격파하면 북측이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다. 따라서 쌍방의 전쟁수행력을 평가하는 초점은 미국군의 공습능력과 조선인민군의 대응능력을 비교하는 데로 모아져야 한다.

그렇다면 미국군의 공습능력과 조선인민군의 대응능력을 비교할 수 있는 어떤 정보들이 있을까? 그런 정보를 담고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자료는 전군합동 모의전쟁에 관한 자료일 것이다. 미국 군부가 전모를 공개하지 않은 모의전쟁 자료는 한반도 군사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준다.

2. 홍군의 대승으로 끝난 모의전쟁

2002년 7월 24일부터 8월 15일까지 미국 군부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로, 그리고 건군 이래 처음으로 육해공군 및 해병대가 모두 참가하는 전군합동 모의전쟁(joint forces wargame)을 실시하였다. ‘천년 도전 2002(Millennium Challenge 2002)’라는 야심적인 이름을 붙인 모의전쟁이었다. 줄여서 ‘엠씨(MC)02’라고도 부른다.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Norfolk)에 있는 합동군사령부(JFCOM)가 주관하여 미국 각지에 산재한 야전훈련장 아홉 곳과 컴퓨터 모의실험실 열일곱 곳에서 진행된 모의전쟁에는 미국군 병력 및 미국 정부기관요원 1만3천500명이 동원되었고, 2억5천만 달러를 경비로 썼다. 모의전쟁에서는 온라인 가상작전(online simulation)만이 아니라, 육해공군 및 해병대 병력을 동원하는, 실전을 방불케 하는 야전작전도 실시하였다. 미국군은 청군(Blue Team)으로 표시하였고, 중동지역에 있는 어떤 ‘깡패국가’의 ‘독재자’가 지휘하는 적국 군대는 홍군(Red Team)으로 표시하였다.

청군사령관은 1990년대 중반에 주한미국군사령관을 지냈던 퇴역 육군 대장 개리 럭(Gary E. Luck)이었는데, 그는 모의전쟁을 실시하던 당시에 그 모의전쟁을 주관한 합동군사령부의 상임고문이었다. 개리 럭을 상대한 홍군사령관은 퇴역 해병대 중장 폴 밴 라이퍼(Paul Van Riper)였다.

모의전쟁에서 미국군 지휘부가 추구한 총적인 작전목표는 적국의 접근배격전략(antiaccess strategy)을 격파하는 것이었고, 육해공군 및 해병대 지휘소의 컴퓨터 정보통신망을 연결하여 속결작전(Rapid Deceisive Operation)과 효과기반작전(Effects Based Operation)을 전개하는 이른바 합동전 교리(joint warfare doctrine)를 연습해보는 것이었다. 합동전 교리는 합동군사령부가 모의전쟁을 실시하기 2년 전부터 개발해온 것이다. 모의전쟁이 진행된 과정을 요약,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청군의 항모전투단이 페르시아만에 출동하여 홍군에게 항복할 것이냐 아니면 죽음을 맞을 것이냐를 택하라고 협박하는 것으로 전쟁상황이 시작되었다. 홍군사령관은 청군의 통신감청에 노출된 무선교신을 포기하는 대신, 이슬람사원 첨탑에서 이슬람교도들에게 전하는 아랍어 확성기방송으로 위장한 연락방식으로 홍군에게 총공격을 명령하였다. 홍군의 공격조짐을 사전에 파악하여 청군 지휘소에 알려주는 첩보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모의전쟁 작전현장에 배치된 중앙정보국(CIA), 국방정보국(DIA), 국가안보국(NSA) 요원들도 홍군사령관이 감쪽같이 위장한 연락방식을 통해 총공격을 명령한 것을 탐지하지 못하였다.

홍군의 총공격은 기습공격(surprise attack)이었다. 홍군은 방사포고속정, 미사일고속정, 해안포, 대함공격기가 한꺼번에 벌떼처럼 달려드는 군집전술(swarming tactics)로 청군의 항모전투단을 순식간에 집중타격하였다. 마지막에는 홍군의 고속정들이 청군 전함의 선체에 충돌하면서 폭발물을 터뜨리는 자폭전술(suisidal explosion tactics)로 최후의 일격을 가하였다.

홍군은 그들도 믿지 못할 만큼 엄청난 전과를 거두었다. 청군의 항공모함 한 척, 헬기를 탑재한 상륙모함(LHD) 두 척, 이지스 순양함들과 구축함들이 줄줄이 격침되었고, 항모전투단에 배속된 나머지 전함들도 복구할 수 없는 파손을 입었다. 홍군은 기습전술, 군집전술, 자폭전술을 배합한 특유한 해상전법으로 청군의 전함 16척을 격침하는 대승을 거둔 것이다. 침몰한 전함 16척에 타고 있다가 몰살당한 병력은 2만여 명으로 추산되었다.

항모전투단이 궤멸된 충격적인 전황을 보고받은 합동군사령부는 “항모전투단의 침몰은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the fleet's sinking never would have happened)”이라고 주장하면서 모의전쟁을 즉각 중지시켰고, 온라인 가상작전에서 격침된 항공모함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 긴급구조명령을 내렸다. 물론 침몰한 항공모함을 구조하는 행위는 실전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고, 모의전쟁에서나 있을 수 있는 변칙적인 일이다.

합동군사령부가 변칙적으로 개입하여 항공모함을 구조하자 모의전쟁이 속개되었는데, 이번에는 홍군이 청군의 통신감청을 피하기 위해 연락병들을 오토바이(motorcycle)에 태워 공격명령을 전달하였다. 홍군의 공격명령은 비밀병기인 화학무기를 사용하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합동군사령부는 모의전쟁에 또 다시 변칙적으로 개입하여 홍군의 화학무기 사용을 급히 중지시켰다. 재래식 무기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부에 공개된 모의전쟁 진행과정은 여기까지이며, 그 이후의 전황은 알 수 없다.

1만3천500명을 동원하고 2억5천만 달러나 쓰면서 23일 동안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된, 미국군 최초의 전군합동 모의전쟁은 결국 홍군의 완승, 청군의 완패로 막을 내렸다. 새로 수립한 전략기동작전의 실전연습이 완패로 끝나는 것을 지켜본 미국 군부의 분위기는 자못 침통하였다. 미국의 언론이나 군사전문가들이 그 모의전쟁을 크게 다루지 않았던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런데 모의전쟁이 있었던 때로부터 6년이 지난 2008년 1월 6일 미국 군부에게 모의전쟁의 패전기억을 되살려주는 불의의 사태가 일어났다. 그날 오전 8시쯤 미국군 전함 세 척이 페르시아만에서 인도양으로 빠져나오기 위해 호르무즈해협에 들어섰다. 배수량 9천660t인 타이콘데로가급(Ticonderoga-class) 미사일순양함 포트 로열(USS Port Royal), 배수량 8천300t인 알레이버크급(Arleigh Burke-class) 미사일구축함 호퍼(USS Hopper), 그리고 배수량 4천100t인 올리버 해저드 페리급(Oliver Hazard Perry-class) 프리깃함 잉그러햄(USS Ingraham)이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느닷없이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Islamic Revolutionary Guards Corps) 소속 쾌속정 다섯 척이 고속으로 미국군 전함들을 향해 돌진하였다. 온라인에 공개된 현장사진을 보면, 쾌속정 선체 정면에는 기관포 한 정이 장착되었고 세 명 또는 두 명이 승선하였는데, 기관포와 군기만 없으면 여름철 해수욕장에서 휴양객들이 타는 모터보트와 똑같이 생긴 것이었다. 이슬람혁명수비대의 쾌속정들은 미국군 전함들에게 보낸 무선교신에서 “몇 분 안에 너희들 배는 폭파될 것”이라고 협박하였다. 약 183m 앞까지 접근해온 쾌속정들은 커다란 미확인 물체 두 개를 미국군 전함들 앞에 띄워놓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미확인 물체가 폭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미국군 전함들은 급히 기수를 돌려 사건현장을 빠져나갔다.

미국 군부가 이란 쾌속정들의 돌진기동을 “도발적 행동(provocative moves)”이라고 비난하면서 속으로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이란 쾌속정들이 돌진하여 협박하였던 해상이 바로 6년 전에 실시한 모의전쟁에서 홍군이 청군을 기습공격한 바로 그 해상이었기 때문이다. 모의전쟁에서 항모전투단이 궤멸당했던 패전기억이 되살아났던 것이다.

에이피통신(AP) 2008년 4월 25일자 보도에 따르면, 2007년 12월 19일에도 1만6천t급 미국군 상륙모함(LSD) 윗베이 아일랜드(USS Whidbey Island)호가 자기를 향해 돌진기동을 감행한 이란 쾌속정에게 기관포로 경고사격을 가한 적이 있었고, 2008년 4월 초에도 331t급 미국군 경비정(PC-5) 타이푼(USS Typhoon)호가 자기를 향해 돌진기동을 감행한 이란 쾌속정에게 기관포로 경고사격을 가한 적이 있다고 한다. 미국 군부에게는 이란 쾌속정들의 돌진기동이 위협으로 느껴지겠지만, 이란 정부당국은 호르무즈해협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상적인 조우”라고 논평하였다.

3. 미국군 항모전투단과 중국인민해방군의 격파전술

한반도에 전개하는 미국의 군사력을 가리켜 ‘전쟁억지력’이라고 말하는 미국 군부의 주장은 세상을 속이려드는 거짓말이다. 왜냐하면 미국군의 작전계획은 전쟁억지가 아니라 선제공격이며, 선제공격은 공습작전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미국군의 공습작전은 북측의 전략거점들을 파괴하여 전쟁수행력을 조기에 마비시키려는 것이다. 그들이 선정해놓은 공습타격목표는 수 백 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처럼 많은 타격목표를 공습작전으로 파괴하는 것은 오산기지와 군산기지에 전진배치한 제7공군의 작전능력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므로, 미국군이 대규모 공습작전을 벌이려면 항모전투단을 동해에 급파하는 수밖에 없다.

미국군의 공습타격은 정밀유도미사일을 발사하여 적의 전략거점을 오차 없이 파괴하는 것처럼 세상에 알려졌으나, 그것은 과대평가이다. 2003년 3월 20일 새벽 5시 34분, 미국이 이라크침략전쟁을 일으켰을 때도, 2002년 7월 10일부터 일찌감치 이라크에 침투하여 암약하던 특수전 요원들이 위성항법장치(GPS)를 사용하여 공습목표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었기 때문에 정밀타격(pinpoint strike)이 가능하였다.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공습하였을 때와 똑같이 표적을 정밀타격하지 못하고 목표지점 일대를 무차별 공습하여 민간인들을 마구 살상한 전쟁범죄를 저지르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군 특수전 요원들이 전쟁개시 직전에 북측에 침투하여 암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미국군의 북침공습은 정밀타격이 아니라 무차별 공습으로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것은 미국군이 작전기를 대거 동원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미국군이 북침공습에 요구되는 작전기를 대거 동원하는 방도는, 동해에 항모전투단을 배치하고 항공모함에서 수많은 함재기를 한꺼번에 출격시키는 것밖에 없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할 때마다, 미국군 항공모함이 부산항에 나타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2008년 10월 8일 부산에 있는 한국군 해군작전사령부 부두기지에서 국제관함식 행사가 있었는데,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를 모항으로 하는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USS George Washington)호가 그 부두에 모습을 드러냈다. 길이가 360m이고, 폭은 92m이며, 관제탑까지 높이가 81m나 되는 초대형 전함이다. 갑판면적은 축구장 세 배나 되는 1만8천211㎡이고, 작전기를 70여 대나 실을 수 있고, 선실 3천360개에서 승조원 5천500명이 머물고 있고, 두 기의 원자로에서 뿜어내는 추진동력을 받으며 시속 55km로 고속항해를 할 수 있다. 조지 워싱턴호에는 이지스 순양함이 네 척, 구축함이 일곱 척이나 따라다닌다.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그처럼 막강한 전력으로 무장한 항모전투단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나라들은 항모전투단을 격파하는 전술연구에 몰두해왔다. 북측은 중국이나 러시아에 뒤지지 않게, 아니 어떤 점에서는 그 두 나라보다 더 열심히 항모전투단 격파전술을 연구해온 나라이다.

북측의 항모전투단 격파전술과 관련하여 외부에 알려진 것은 없지만, 미국의 연구기관이 중국의 항모전투단 격파전술을 예상한 시나리오가 눈길을 끈다. 미국 공군사령부로부터 연구용역을 의뢰받은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가 2007년 4월에 펴낸 보고서가 그것이다. 보고서 제목은, ‘용의 소굴에 들어가기: 중국의 접근배격전략과 그 전략이 미국에 미치는 영향(Entering the Dragon’s Lair: Chinese Antiaccess Strategies and Their Implications for the United States)’이다. 중국인민해방군의 항모전투단 격파전술을 분석한 그 보고서에서 예상한 격파전술 시나리오는 네 가지이다. 미사일구축함과 미사일호위함 65척을 동원한 격파전술, 전투기 100대를 동원한 격파전술, 공대지 미사일 54기를 일제히 집중발사하여 이지스 방어망을 뚫는 격파전술, 그리고 중형 잠수함 8척을 동원한 격파전술 등이다. 보고서는 중국인민해방군이 네 가지 격파전술을 배합하여 미국군 항모전투단을 공격할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랜드연구소 보고서에서 분석한, 중국인민해방군의 격파전술은 2002년 미국군이 실시한 모의전쟁에서 홍군이 청군의 항모전투단을 궤멸시킨 격파전술, 다시 말해서 미국군 항모전투단을 향해 벌떼처럼 달려드는 군집전술이다. 물론 격파전술에 동원하는 무기체계는 서로 다르지만 전술유형은 똑같다. 그런 점에서, 중국인민해방군의 군집전술은 아래에서 자세히 논할 조선인민군의 군집전술과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선인민군의 군집전술과 중국인민해방군의 군집전술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조선인민군은 중국인민해방군처럼 값비싼 전투장비들로 무장한 전함, 전투기, 미사일, 잠수함 따위를 동원하는 ‘물량공세’로 미국군 항모전투단을 상대할 수 없으며, 상대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조선인민군은 값싸면서도 훨씬 더 효과적인 무기로 미국군 항모전투단을 격침시키는 매우 특유한 전술을 연구해온 것이다.

4. 조선인민군의 항모전투단 격파전술

2002년의 모의전쟁에서 홍군이 청군의 항모전투단을 격파하였던 호르무즈해협을,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하는 경우 미국군 항모전투단이 출동하게 될 원산 앞바다로 바꿔놓고 생각하면, 조선인민군의 항모전투단 격파전술에 대해서 아래와 같은 예상도를 그려볼 수 있다.

우선, 조지 워싱턴호의 무장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조기경보기(AWACS)와 전파방해 작전기(ECM warplane)이다. 항공모함에서 발진하는 ‘매의 눈(Hawkeye) 2000’이라고 부르는 조기경보기 이(E)-2씨(C)는, 직경 650km 범위 안에서 목표물 2천 개를 동시에 탐지할 수 있고, 함재기를 최대 100대까지 통제할 수 있다. 또한 ‘배회자(Prowler)’라고 부르는 전파방해 작전기인 이에이(EA)-6비(B)가 항공모함에서 발진하여 전파방해장비를 작동하면 북측의 레이더와 무선교신을 마비시킬 수 있다. 북측의 레이더와 무선교신이 마비되면, 북측의 방공망이 무력화되어 미국군의 대규모 공습을 막아낼 방도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선인민군이 미국군 항모전투단을 상대하려면, 항공모함에 싣고 다니면서 작전지역에 이르러 발진시키는 조기경보기와 전파방해 작전기부터 무력화하여야 한다.

조기경보기의 탐지능력과 통제능력을 마비시키려면 항모전투단 상공을 향해 특수포탄을 집중발사해서 소형 교란물체(decoy)를 뿌리는 수밖에 없다. 동해 해안선을 따라 수많이 건설해놓은 지하발사대에 은폐되어 있다가 공격명령을 받으면 장거리 해안포들이 불시에 튀어나와 특수포탄을 집중발사할 것이고, 그 특수포탄이 터지면서 대기 중에 소형 교란물체를 뿌리면 미국군 조기경보기의 탐지능력과 통제능력은 마비될 것이다.

또한 전파방해 작전기의 전파방해능력을 마비시키려면 북측도 전파방해장비를 장착한 안토노프(AHTOHOB)-24기를 발진시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미국군이 하는 방식을 따라하면 무기성능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으므로, 인민군은 전혀 다른 방식을 적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혀 다른 방식이란 특수하게 제조한 화학탄두를 집중발사하여 항모전투단의 레이더와 무선교신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이를테면, 전하를 띤 입자(ion)를 생성하는 전리작용(iodination) 화학분말을 미국군 항모전투단 상공에 뿌려 레이더와 무선교신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레이더와 무선교신이 마비되면, 항모전투단의 작전통제가 불가능해지고, 함재기들이 이착륙할 수 없고, 이지스 방어망이 무력화되고, 미사일을 쏠 수 없게 된다.

화학탄두를 쏘아올리는 임무는, 동해 해안선을 따라 건설해놓은 지하정박장에 은폐되어 있다가 공격명령을 받으면 불시에 튀어나와 고속으로 돌진하는 방사포고속정이 맡는다. 화학탄두를 미사일고속정에서 미사일에 실어 발사하지 않고 방사포고속정에서 로켓탄에 실어 발사하는 까닭은, 레이더와 무선교신이 마비되면 미사일고속정에서 함대함 미사일을 쏠 수 없기 때문이다.

방사포고속정에 실린 로켓탄발사관에서는 사거리 60km에 이르는 240mm 로켓탄 22발이 30초 동안 연속적으로 화염을 뿜으며 집중발사된다. 인민군이 실전배치한 82t급 방사포고속정은 외부에 알려진 것만 해도 60척이므로, 로켓탄 1천320발이 순식간에 하늘을 뒤덮을 것이다.

화학탄두를 공중에 집중발사하여 전술목표를 달성한 경험은 중국인민해방군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2008년 8월 8일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직전인 오후 4시부터 중국인민해방군은 베이징 시내 21곳에서 로켓탄 1천104발을 베이징 상공으로 쏘았다. 그 로켓탄 탄두에는 비구름을 분산시키는 화학분말(silver iodide)이 실려있었다. 1㎢ 당 겨우 1g 정도밖에 뿌리지 않았는데도 비가 내리지 않았고, 그 덕택에 올림픽 개막식을 무사히 치루었다고 한다. 최근 중국에서 가뭄피해가 너무 커지자, 중국인민해방군은 인공적으로 비를 내리게 하는 화학탄두를 쏘아올렸다. 산시(山西)성에서 2009년 2월 7일 오후부터 8일 오전까지 고사포 420발, 로켓탄 308발을 공중에 쏘아올리자 15만㎢에 1억8천t의 비가 내렸으며, 샨시(陜西)성에서도 고사포 1천929발, 로켓탄 334발을 공중에 쏘아올려 인공강우를 유도하였다고 한다.

화학무기 개발수준을 보면 북측도 중국에 뒤지지 않는다. 군사전문가들은 북측을 미국, 러시아 다음으로 세계 제3위의 화학무기 강국으로 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인민군의 화학무기가 1925년에 세계 각국이 채택한 제네바 국제협약을 위반하는 독가스 살포용 대량살상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가 아니라 레이더와 무선교신을 마비시키는 전파방해무기(Weapons of Electronic Countermeasures)라는 점이다.

조선인민군의 방사포고속정이 전파방해 화학탄두를 쏘아올리면 작전지역에서는 피아를 가리지 않고 모든 레이더와 무선교신이 마비된다. 이것은 인민군과 미국군이 각자 모든 종류의 미사일을 쏠 수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 인민군 전함들에서 무선교신이 마비될 것을 예상하고 발신용 호루라기를 불면서 수동식 함포를 쏘는 재래식 사격훈련을 연마해온 까닭이 거기에 있다.

미국군 항모전투단은 고도로 발달된 전자기술에 의존하여 레이더와 컴퓨터에 연결된 미사일체계를 강화하는데만 몰두하였다. 그들이 재래식 함포의 중요성을 외면한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국군 항모전투단은 함포사격체계를 함대함 미사일이나 함대공 미사일을 쏘는 미사일체계로 대체하였고, 레이더에 연결한 자동사격장치에 의해서 발사되는 자동화된 함포가 남아있지만 그것은 적의 전함을 향해 쏘는 함포가 아니라 적이 쏜 미사일을 요격하거나 적의 항공기를 격추시키는 대공방어무기로 개조하였다. 이것은 적의 전함에서 함포를 쏘아대는 재래식 포격전술에 맞설 방어무기가 아예 없거나 매우 빈약하다는 것을 뜻한다. 빈약한 포격방어체계, 바로 이것이 조선인민군의 포격전술에 노출된 항모전투단의 최대 헛점이다.

고속으로 돌진하여 화학탄두를 공중에 쏘아올리면서 항모전투단에 접근한 북측의 수많은 고속정들은 85mm 수동식 함포로 일제사격을 개시할 것이다. 미국군 항공모함, 순양함, 구축함들의 레이더와 무선교신이 마비되는 바람에 컴퓨터로 작동하는 자동사격장치를 쓸 수 없게 된 사수들이 수동사격으로 대응하려고 갑판에서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평소에 수동사격을 집중적으로 연마해온 인민군의 고속정 함포들이 관제탑, 조타실, 기관실, 이지스 레이더, 미사일발사기, 위상배열안테나 등 눈에 보이는 표적을 닥치는 대로 포격하고 있을 때, 방사포고속정 뒤를 따라온 인민군 고속어뢰정들은 어뢰를 발사하여 격침작전을 마무리하게 된다. 인민군이 보유한 고속어뢰정은 외부에 알려진 것만 해도 100척이나 된다.

이지스 순양함은 어뢰 두 발만 맞으면 침몰하고, 몸집이 매우 큰 항공모함이나 상륙모함은 어뢰 다섯 발을 맞으면 침몰할 것이다. 항모전투단에 배속된 각종 초대형 전함들이 격침되면, 해양전문가들은 동해 해저에 거대한 고철더미가 쌓이는 해양오염을 걱정해야 할지 모른다.

조기경보체계, 전파방해장비, 이지스 방어망, 정밀유도무기 등으로 무장하고 ‘무적함대(Invincible Fleet)’로 자처하는 항모전투단은 올봄에도 이전에 해마다 그러했던 것처럼 전쟁연습을 위해 부산항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항모전투단에 배치된 수 천 명의 미국군 병사들은 알지 못하겠지만, 미국군 지휘부는 미국에게 패전을 경고한 2002년의 모의전쟁경험을 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패전경고를 받고서도 항모전투단을 동원하여 대규모 전쟁연습을 계속하는 어리석은 관행은 미국군에게 백해무익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끄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패전을 경고받은 전쟁연습을 그만두고 한반도 평화회담을 시작할 방도를 찾아야 할 것이다.  (2009년 2월 9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