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아메리카 제국은 어디로 가는가?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미국 국가정보 자문기관인 국가정보위원회(National Intelligence Council)는 2008년 11월 20일에 펴낸 보고서 ‘2025년의 세계동향: 변화된 세계(Global Trends 2025: A Transformed World)’에서 2025년이 되면 미국은 세계를 지배해온 패권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그들이 지적한 2025년은 시간표에 정해진 미래 시점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약 15년 동안 변화될 세계정세를 전망하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다. 2025년에 미국이 패권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예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약 15년 동안 미국은 차츰 자기의 패권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는 불가피성이 중요한 것이다. 그보다 조금 앞서 2008년 10월 30일 미국 국가정보국장 (United States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 마이클 맥코넬(John Michael McConenll)은 미국의 정보전문가들 앞에서 연설하면서, 근대 이후 처음으로 세계 정치경제력의 축이 미국과 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하는 중인데, 앞으로 20년 동안 그러한 변화에 따라 전세계가 위험과 갈등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아시아의 경제력과 미국 및 유럽의 경제력을 비교한 최근 연구결과는 미국 국가정보국장의 그러한 전망을 뒷받침해주는 데, 그 연구결과에 따르면 2030년에 가서 미국과 유럽의 역내총생산(GDP)은 전세계 총생산에서 33%를 차지하게 될 것이고, 그에 비해 아시아의 역내총생산은 53%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세계 정치경제력의 축이 미국과 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는 이동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국해체론을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이를테면, 미국의 진보적인 동아시아 연구가인 찰머스 존슨(Chalmers Johnson) 교수는 2009년 7월 30일에 발표한 글 ‘제국을 청산할 세 가지 좋은 이유들과 제국을 청산하기 위한 열 가지 조치(Three Good Reasons to Liquidate Our Empire and Ten Steps to Take to Do So)’에서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영국이 대영제국(British Empire)을 스스로 해체하였던 것처럼, 미국도 불안정해진 아메리카 제국(American Empire)을 자발적으로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위와 같은 전망과 주장은, 아메리카 제국의 세계패권(global hegemony)이 21세기에 들어서 급격히 약화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로마제국이나 몽골제국보다 더 강대한 아메리카 제국을 건설하였다고 큰 소리를 쳐온 미국이 21세기에 들어와서 정치, 군사, 경제적 난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아메리카 제국의 힘이 쇠퇴하기 시작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아메리카 제국의 쇠퇴는 미국에서 두 가지 상반된 현상으로 나타났다.

첫 번째로 주목하는 것은 미국 사회의 우경화 현상이다. 미국의 공화당 소속 연방상원의원들 가운데 유대인은 한 명도 없다. 이것은 50년만에 처음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435석을 지닌 연방하원의 경우 1990년대에는 유대인 연방하원이 8명이나 당선된 적도 있었으나, 2003년 이후 유대인 연방하원의원은 1명 뿐이다. 미국의 우파정당인 공화당에서조차 우경화되는 현상이 일어났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사회의 우경화 현상들 가운데 하나는 미국 각지에서 극우폭력단체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남부빈곤법률센터(Southern Poverty Law Center)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8년 현재 미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백인우월주의 단체는 926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것만이 아니라, 2009년 1월 미국에서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등장하자 이에 불만을 품은 백인우월주의자들이 반정부 무장단체를 결성하고 있는데, 최근 몇 달 동안 새로 출현한 극우성향의 반정부 무장단체는 확인된 것만 50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두 번째로 주목하는 현상은 오바마 정부의 등장에 미국인들이 열광적인 지지를 보낸 것이다. 흑인 대통령의 등장에 미국인들이 보여준 열광적인 태도는, 미국이 세계패권을 차츰 잃어버리고 있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 미국인들이 자기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줄 유능한 대통령의 출현을 바라는 요구가 분출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당찬 모습은 미국인들이 찾아온 힘있는 지도자의 영상과 일치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변화(change)’를 추구하겠다고 말했지만, 그가 추구하는 변화는 미국을 진보적 개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뜻이 아니라, 아메리카 제국의 쇠퇴를 막고 재기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문제는 오바마 정부가 아메리카 제국의 약화되는 세계패권을 다시 강화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메리카 제국을 재강화의 길로 이끌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게 생각하는 까닭은, 아메리카 제국의 세계패권을 약화시키는 요인들을 극복할 능력이 오바마 정부에게 없기 때문이다.

아메리카 제국의 세계패권을 약화시키는 일곱 가지 요인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지난 60여 년 동안 정치, 군사, 경제, 문화를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전세계를 지배해온 아메리카 제국의 세계패권(global hegemony)이 21세기에 들어오면서 급격하게 약화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군사적 측면을 주목한 찰머스 존슨 교수는 미국이 군사력의 과잉산개(overstretch), 지속적인 전쟁(perpetual war), 재정파산(insolvency)라는 세 가지 요인을 극복할 수 없으므로 아메리카 제국을 자발적으로 해체해야 한다고 논하였지만, 아메리카 제국의 세계패권을 약화시키는 요인을 군사적 측면으로만 국한해서 살펴볼 필요는 없다.

오바마 정부가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그리하여 오바마의 아메리카 제국을 쇠퇴의 길로 몰아가는 요인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패전의 연속

소련이 해체된 이후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지녔다고 자랑한 미국군이 3년 안에 간단히 끝내버릴 것으로 예상하였던 아메리카 제국의 반테러전쟁이 예상을 뒤엎고 장기화되었다. 반테러전쟁이 장기화되는 까닭은 미국군이 그 전쟁에서 패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반테러전쟁에 매월 150억 달러 씩 지출해오고 있지만, 승리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2009년 6월 30일 이라크를 점령한 미국군 병력 13만1천여 명은 미국-이라크 안보협정에 따라 이라크를 침공한 때로부터 6년만에 도시에서 지방으로 철수하였고, 2009년 8월까지 8만 명이 철수하고 2011년 12월까지 완전히 철수하게 된다. 최근에 미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응답자 가운데 73%가 이라크에서 미국군이 철수하는 것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사적 측면에서 보면, 이라크전쟁에서 미국군은 저항세력을 제압하지 못하고 미국군을 철수하는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 포기는 미국의 패전을 뜻한다.

미국의 패전사실을 감추기 위한 미국 군부의 여론조작과 언론통제가 극에 이르렀다. 미국 군부는 이라크 전쟁 종군기자들을 감금하는 언론통제를 가하고 있으며, 자기들이 훈련한 인터넷 블로거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견하여 자기들이 제공한 정보를 가지고 미국 군부를 지지하는 글을 웹싸이트에 반복해서 올리게 하는 여론조작을 서슴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 군부가 운영하는 웹싸이트는 1천 개며, 미국 군부가 운영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2천80 개다. 미국 국방부의 홍보예산 5억5천만 달러 가운데 얼마나 많은 경비가 이러한 여론조작에 지출되는지 알 수 없다.

오바마 정부는 부쉬 정부와 달리 이라크를 포기하는 대신에, 아프가니스탄에 병력을 증파하는 군사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라크 저항세력과의 전쟁을 포기하고 알 카에다-탈레반 동맹군과의 전쟁으로 옮아가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Taliban), 파키스탄의 탈레반, 아프가니스탄의 알 카에다(Al Qaeda)는 삼각동맹을 맺고, 파키스탄과 인도의 분쟁을 부추기면서 파키스탄 핵무기를 탈취하려는 전술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원래 인도와 대치해온 파키스탄은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인도에서 멀리 떨어진,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인 북서부에 핵무기를 배치하였는데, 알 카에다-탈레반 동맹군은 북서부 국경지대에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파키스탄 핵시설은 2007년 이후 알 카에다-탈레반 동맹군으로부터 세 차례나 공격을 받았다. 만일 파키스탄 핵무기가 알 카에다-탈레반 동맹군의 손에 들어가는 경우, 아메리카 제국의 반테러전쟁은 완패를 당할 것이다.

미국군이 알 카에다-탈레반 동맹군과의 전쟁에서 이길 가망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시기 영국군과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패전의 쓴 잔을 마셔야 했던 것처럼, 오늘 미국군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패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라크를 포기하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패전하는 것은 아메리카 제국의 군사적 패권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다.

2. 아랍권 국제테러에 대한 제압의 실패

2001년에 일어난 9.11 사태는 아메리카 제국이 아랍권 국제테러조직으로부터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음을 현실로 입증한 사건이었다. 미국와 서방나라들은 9.11 사태 이후 아랍권 국제테러조직에 대해 적개심을 드러냈지만, 아랍권 인민들은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알자지라(Aljazeera) 텔레비전 방송이 2001년 9.11 사태 직후 아랍권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사람은 아랍권 국제테러조직의 1인자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이었다.

이라크 전쟁에서 자살폭탄공격을 감행하고 있는 사람들은 노동자 출신 청년들인데, 자폭공격자들 가운데 90%가 이라크 이외의 다른 나라에서 온 외국인이다. 사우디 아라비아 출신이 41%이고, 북아프리카 출신이 40%에 이른다고 한다. 외국인 자폭공격자를 모집하고 훈련하여 전선에 투입하는 작전은 국제테러조직인 알 카에다가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이2001년부터 2008년까지 반테러전쟁 군사작전에 9천40억 달러의 정부예산을 쏟아부었지만 국제테러조직을 제압하는데 실패하였음을 말해준다. 2006년 7월 12일부터 34일 동안 계속된 헤즈볼라(Hezbollah)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헤즈볼라의 승리로 끝난 것도 아랍권 국제테러에 대한 아메리카 제국의 제압이 실패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2008년 11월 이스라엘 국방장관 에후드 바락(Ehud Barak)은 이스라엘 의회발언에서 헤즈볼라가 2006년 전쟁 시기보다 세 배나 더 강해졌다고 하면서 헤즈볼라가 보유한 미사일이 4만2천 기나 된다고 말하였다.

레바논의 정치군사조직인 헤즈볼라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한 나라는 미국과 영국인데, 미국 워싱턴에 있는 부르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uion)이 2008년 6월에 실시한 아랍권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사람은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싼 나스랄라(Hassan Nasrallah)였다. 오사마 빈 라덴과 하싼 나스랄라에 대한 아랍 인민들의 지지는, 아메리카 제국를 위협하는 아랍권 국제테러에 대한 제압이 실패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2008년 4월 30일에 발표한 ‘2007년 테러보고서’에서 2007년에 자살폭탄테러가 50%나 급증하여 1만3천600여 명이 사망하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09년 3월 현재, 오바마 정부가 감시하고 있는 테러위험분자는 40만 명에 이른다.

국제테러조직인 알 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근본주의세력의 테러활동은 동남아시아로 확산되는 추세에 있으며, 이미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남부지역까지 퍼졌다. 미국과 아시아 각국의 친미정부들이 이슬람 근본주의세력의 국제테러활동을 제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2009년 3월 30일 미국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이 오마바 정부는 반테러전쟁이라는 용어를 더 이상 쓰지 않고 있다고 밝힌 것은, 아랍권 국제테러에 대한 제압이 사실상 실패하였음을 자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3. 한반도의 핵위기와 핵무기 독점체제의 붕괴

부쉬 정부는 2003년부터 6자회담(six-party talks)을 통하여 한반도의 핵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였지만 결국 실패하였다. 부쉬 정부가 실패한 까닭은, 북측에게 일방적으로 핵포기를 요구하면서, 남측에 배치한 주한미국군을 철군하여 대북적대정책을 포기하라는 북측의 요구를 거부하였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측에게 일방적으로 핵포기를 요구하고 자기들의 핵우산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 한, 한반도의 비핵화는 실현될 수 없다는 점은 명백하다.

부쉬 정부가 북측에게 일방적인 핵포기를 요구하면서 시간을 끄는 사이에 북측은 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한 핵보유국으로 등장하였다. 부쉬 정부의 뒤를 이어 등장한 오바마 정부는, 다른 나라의 인공위성 발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으면서 유독 북측의 인공위성 발사만을 범죄행위로 규정하면서 대북제재조치를 강행하였다. 오바마 정부의 그러한 대북적대행위는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 공동성명을 파기한 것이었으므로 북측은 6자회담을 거부하였다. 북측의 6자회담 거부는 6자회담을 완전한 파탄으로 몰아넣었다.

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한 북측이 핵보유국으로 등장하고 6자회담을 파탄시킨 것은, 아메리카 제국의 핵무기 독점체제에 붕괴의 파열구가 생겼음을 뜻한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지위를 장악한 5대 핵강국을 중심으로 전세계 정치군사질서를 좌우해온 핵무기 독점체제는 북측의 핵무장에 의해서 강력한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만일 이란마저 핵보유국으로 등장하는 날에는 핵무기 독점체제가 완전히 무너지고 말 것이다.

핵무기 독점체제의 붕괴는 아메리카 제국의 지배력에 치명상을 입힌 것이다. 미국이 북측에 대해서 극단적인 적대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까닭은, 북측이 핵보유국으로 등장하여 아메리카 제국의 세계지배체제인 핵무기 독점체제에 붕괴의 파열구를 뚫어놓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9년 8월에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응답자 가운데 75%가 북측을 적국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을 적국으로 인식하는 응답자의 비율은 70%로 나타났고, 중국을 적국으로 인식하는 응답자의 비율은 26%로 나타났다.

핵무기 독점체제가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한 미국이 대응책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 우주무기 개발이다. 오바마 정부는 부쉬 정부가 추진했던 미사일 방어망을 외기권에 배치하는 군사전략을 추진 중이다. 2009년 8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군축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외기권 무기사용 금지조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하였는데, 미국이 반대하여 무산되었다.

4. 중국의 국제적 지위 상승

중국의 경제성장과 군사력 증강은 중국의 국제적 지위를 크게 높여주고 있다. 2009년 7월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조 달러를 돌파하였고, 미국의 재정적자는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최근에 나온 자료에 따르면, 미국이 연평균 2%의 경제성장에 머물러 있고 중국이 연평균 8%대의 경제성장을 지속할 경우, 2018년에 가면 중국이 미국을 앞질러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추세를 살펴보면, 중국은 2009년 4월 자국의 여섯 번째 원격탐지위성인 야오간(Yaogan) 6호를 발사하였고, 6월에는 최첨단 성능을 지닌 6만5천t급 항공모함 건조에 착수하였다. 중국은 핵추진 잠수함 8척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이 자국의 국제적 지위를 상승시키는 것은 아메리카 제국의 세계패권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된다.

5. 러시아 군사력의 강화와 중러 군사협력의 증대

러시아는 소련이 해체된 이후 1997년 7월에 해산하였던 우주군(Space Forces)을 2001년 6월 1일 재창설하고 외기권 군사작전능력을 증강하였다. 러시아 우주군에는 제3미사일-우주 방위군(3rd Missile-Space Defense Army)과 미사일공격경보부(Division of Warning of Missile Attack)가 포괄되어 있다. 거기에 더하여, 러시아군은 미국의 우주미사일 방어망을 뚫을 새로운 미사일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는 1991년 1월에 취역한 6만5천t 급 항공모함 쿠즈넷소프(Kuznetsov)호 1척을 보유하고 있는데, 2012년부터 항공모함 5-6척을 더 건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03년 9월 18일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6개국이 창설한 집단안보조약기구(Collective Secutity Treaty Organization)가 공식출범하였다. 이 기구에는 이란이 참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1년 6월 15일 중국과 러시아는 중앙아시아 4개국과 함께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를 창설하였다. 집단안보조약기구와 상하이협력기구는 2007년 10월 상호협력협정을 체결하였다. 이 양대기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항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중국과 러시아는 2008년 3월 군사비상연락망을 개통하였으며, 2009년 4월에 열린 양국 국방장관 회담에서 올해 두 나라의 합동군사훈련을 25차례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지난 8년 동안 중국에 판매한 무기수출총액은 160억 달러다.

러시아가 군사력을 증강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이 강화되는 것은 아메리카 제국의 세계군사패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6. 라틴아메리카 좌파정권의 등장과 지역경제협력체의 강화

미국의 지배와 수탈을 받아온 라틴아메리카 각국에서 좌파정권이 등장하면서 반미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좌파정권들은 미국의 영향력을 배격하는 대신 중국, 러시아, 이란과 적극 협력하고 있다.

2009년 5월 8일 남미 7개국은 올해 안에 남미은행(Banco del Sur)을 창설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러한 지역경제협력체 건설추세는 남미공동시장(Mercado Comun del Sur/MERCOSUR), 안데스공동체(Comunidad Andina/CAN), 남미국가연합(Union de Naciones Suramericanas/UNASUR)과 더불어 촉진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좌파정권이 등장하고 독자적인 지역경제협력체를 건설하는 것은 아메리카 제국의 세계패권을 무너뜨리는 요인으로 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응하여 오바마 정부는 라틴아메리카의 친미국가인 콜롬비아에 미국군 기지 7개소를 건설하기 위한 군사협정을 체결하고, 라틴아메리카 해역에서 군사작전을 담당할 제4함대를 재창설하는 등 군사적 개입을 증가시키고 있다.

7. 세계경제위기의 심화

2007년 미국의 금융시장 붕괴위기로 촉발된 세계경제위기는 국제금융자본의 파산위기, 기축통화의 지위상실 위기, 그리고 각국 정부재정의 파산위기, 대량실업 위기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면서 사실상 대공황으로 악화되었다. 세계자본주의체제의 시장경제는, 경제성장 동력을 잃어버렸다는 점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경제위기에 빠진 것이다. 세계경제가 U자 형으로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하는 조기회복론은, 세계경제를 파탄시킨 구조적 요인을 간과하면서 세계경제위기에서 벗어나려는 긴급처방효과를 과대평가하는 오류다.

주목하는 것은, 세계경제위기의 심화가 아메리카 제국의 세계패권에 치명상을 입혔다는 점이다. 아메리카 제국이 세계경제위기에서 벗어날 가망은 없어 보인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오늘날 오바마 정부가 재정지출 급증과 세수 급감으로 파산위기에 밀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감세조치, 공공투자 지출 증가, 사회보장비 부담 증가로 국가채무가 치솟은 것이다. 오바마 정부에게 재정파산위기를 극복할 능력은 없다.

거기에 더하여, 미국 국내의 제조업은 날로 쇠락하여 공동화 위기에 직면하였다. 2008년 전세계 제조업에서 미국의 제조업이 차지한 비중은 20%였고, 중국의 제조업이 차지한 비중은 12%였는데, 전세계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제조업 비중은 2015년에 미국의 제조업 비중을 앞지르게 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명백하게도, 아메리카 제국의 세계패권은 세계경제위기의 심화와 함께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아메리카 제국 이후의 새로운 세계

아메리카 제국이 무너진 이후의 세계정세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아메리카 제국이 무너진다고 해서 미국이 멸망하는 것은 아니다. 대영제국이 무너진 뒤에도 영연방(British Commonwealth)이 존속하고 영국이 여전히 강력한 유럽국가로 존재하는 것처럼, 아메리카 제국이 해체된 뒤에도 미국은 강력한 연방국가로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아메리카 제국의 붕괴로 세계패권을 잃어버린 미국은 1918년부터 1939년까지 불개입주의(non-interventionism)에 기초한 대외정책을 추진하였던 것보다 훨씬 더 심한 정치적 고립상태에 빠질 것이다.

아메리카 제국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일어날 변화는, 미국의 세계패권을 유지해왔던 동맹체제들이 해체되는 것이다. 동맹해체는 아메리카 제국의 군사적 패권이 소멸되는 것을 뜻한다. 아메리카 제국의 동맹해체는 미국이 자국의 해외주둔군을 철수시키고, 자국의 해외군사기지를 폐쇄하는 조치로 현실화될 것이다.

현재 미국은 전세계 46개 나라에 865 개소의 군사기지를 건설해놓고 19만 명의 해외주둔군을 배치하고 있으며, 해외주둔군 유지비로 연간 2천500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이것이 아메리카 제국의 세계군사패권을 유지해주는 물리적 장치다.

그러나 아메리카 제국의 세계군사패권을 유지해주는 물리적 장치가 해체되면, 세계적 범위에서 아메리카 제국이 조성해온 전쟁위험이 완전히 소멸될 것이다.

아메리카 제국의 세계군사패권이 사라지면, 그 공백을 틈타서 지역분쟁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메리카 제국의 세계군사패권이 소멸된 공백기에 지역분쟁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아메리카 제국의 세계군사패권이 소멸되면, 세계 각국은 지역안보와 군사적 균형유지를 위한 상호협력을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다. 그와 더불어, 유엔의 역할과 임무가 더 강화될 것이다.

아메리카 제국이 무너지면, 그 동안 강제력을 동원하여 미국식 민주주의(American democracy)와 미국식 자본주의(American capitalism)를 전세계로 확산, 이식시켜온 아메리카 제국의 정치적 지배력이 소멸될 것이다. 이것은 아메리카 제국이 추진해오는 세계화(globalization)가 완전히, 영구히 중단되는 것을 뜻한다.

미국식 민주주의와 미국식 자본주의의 확산과 이식이 중단되면, 대미동맹에 의존해온 세계 각국의 친미우파정권들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세계적 범위에서 친미우파정권의 몰락은 좌파정권의 등장을 촉진시킬 것이다.

미국군이 주둔하는 유럽의 대미동맹삼국은 영국, 독일, 이탈리아이고, 미국군이 주둔하는 아시아의 대미동맹삼국은 일본, 한국, 터키다. 미국군이 주둔하지는 않지만, 대미동맹에 의존하는 그 밖의 친미국가들도 세계 곳곳에 널려있다. 아메리카 제국이 무너지는 것과 더불어 전세계 친미국가들에서 정치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아메리카 제국이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한 시기에 해체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이 끝나는 2012년은 아메리카 제국의 흥망성쇠를 가르는 분수령(watershed)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2년을 기점으로 아메리카 제국의 쇠락기가 시작될 것이다.

아메리카 제국의 쇠락은 세계의 진보와 평화를 촉진시키는 요인이다. 오바마 정부는 아메리카 제국의 쇠락을 목격하는 역사상 최초의 정부가 될 것이다.

* 이 글은 2009년 9월 13일 프랑스 쌩드니시 꼬흐네브공원에서 열린 뤼마니떼 축전장에서 진행된 2009 파리국제정책포럼에 제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