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제군사전선에 관한 몇 가지 논점들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1. 반제군사전선의 완성과 승리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북측은 전략군을 창설함으로써 반제군사전선을 완성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반제군사전선의 승리다. 반제군사전선의 완성이 반제군사전선의 승리로 나아가는 결정적인 요인이기는 하지만, 완성은 아직 승리가 아닌 것이다. 북측이 구축한 반제군사전선은 최후 승리를 눈앞에 둔 완성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한반도에서 반제군사전선의 최후 승리란 무엇을 뜻할까? 그것은 주한미국군의 완전철군이다. 북측이 완성한 반제군사전선은 주한미국군 철군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다. 지금 그 현상의 시작을 보고 있다.

북측이 반제군사전선의 최후 승리를 위해서 전략군을 창설하였다는 말은 주한미국군을 철군시키기 위해서 전략군을 창설하였다는 뜻이다. 전략군 창설의 목적은 주한미국군 완전철군이다.

북측이 전략군을 자진해산하면 반제군사전선이 약화되거나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반제군사전선의 최후 승리를 이룩하는 것이다.

2. 주한미국군 철군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논할 필요가 있다.

북측이 자기의 전략군을 해산하고 핵확산금지조약에 복귀하지 않으면, 주한미국군 철군은 불가능하다. 주한미국군 철군은 북측의 전략군 해산과 핵확산금지조약 복귀를 의미한다. 북측의 전략군 해산과 핵확산금지조약 복귀 이외에 주한미국군을 철군시킬 방도는 없다.

그와 더불어, 주한미국군 철군은 미국군의 한반도 전쟁능력의 완전한 제거를 의미한다. 미국군의 한반도 전쟁능력의 완전한 제거란, 주한미국군 완전철군과 미국군의 한반도 작전계획 폐기, 한반도 군사정찰 영구중지, 한반도 실전연습 영구중지, 그리고 사전배치한 군사장비의 전면철수다. 작전계획을 폐기하고, 군사정찰과 실전연습을 중지하고, 사전배치한 군사장비를 철수하면, 미국군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할 수 없게 된다. 주한미국군이 완전히 철군한 뒤에, 미국군이 작전계획도, 군사정찰도, 실전연습도 사전배치한 군사장비도 없는 조건에서 요꼬스까에 배치한 제7함대와 괌에 배치한 장거리폭격기만 가지고서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지 못한다.

전쟁능력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잠재적 전쟁능력이고 다른 하나는 현실적 전쟁능력이다. 주한미국군을 철군하면, 한반도에서 미국군의 현실적 전쟁능력이 완전히 제거된다.

물론 미국군의 현실적 전쟁능력이 제거되었다고 해서, 잠재적 전쟁능력까지 제거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군의 잠재적 전쟁능력을 제거하기 위해서 전략군을 보유할 필요는 없다. 미국군의 잠재적 전쟁능력을 제거한다는 말은 미국군을 무장해제한다는 말인데, 이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공상이다. 미국군의 잠재적 전쟁능력은 제거대상이 아니라 억제대상이다. 미국군의 잠재적 전쟁능력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면 북측에게 전술군만 있어도 충분하다. 전략군을 창설하기 이전에 전술군만 가지고서도 미국군의 현실적 전쟁능력을 막아낼 전쟁억제력을 보유하였던 북측이, 미국군의 잠재적 전쟁능력을 전술군으로 막아내지 못한다는 말은 북측에게 모욕으로 들릴 것이다.

따라서 미국군의 현실적 전쟁능력을 완전히 제거하면, 북측에게는 전략군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다. 전술군만 가지고서도 얼마든지 자기 나라를 지킬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전략군까지 보유하려고 하겠는가? 전략군을 유지하려면 너무나 많은 국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북측이 보유한 전술군이나 전략군은 모두 전쟁억제력이지만, 전자는 잠재적 전쟁능력을 억제하고 후자는 현실적 전쟁능력을 억제한다.

3. 전략군 해산 이후의 한반도 군사상황을 전망할 필요가 있다

핵무장력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잠재적 핵무장력이고 다른 하나는 현실적 핵무장력이다. 북측이 자진해서 전략군을 해산하면 현실적 핵무장력은 사라지지만 잠재적 핵무장력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잠재적 핵무장력은 전략군 해산 이후에도 계속 남아있게 된다. 전략군을 해산하였다고 해서, 수천 명의 핵과학자들과 핵기술자들, 수 천명의 미사일기술자들이 어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전략군 해산 이후, 미국군은 한반도 전쟁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한반도에는 비핵지대가 창설되고, 조미국교가 수립되고, 정전협정은 평화협정으로 대체된다.

그러나 미일동맹군은 여전히 존재하고, 중국과 미국의 군사적 대치강도는 높아질 것이다. 동북아시아 군축회담을 추진할 필요가 제기될 것이다. 비핵화, 중립화, 연방화된 한반도의 통일정부가 나서서 동북아시아 군축회담을 추진할 것이다.

북측이 자기의 전략군을 자진해산하는 것은 북측과 미국 두 나라가 정치적으로 합의한 결과다. 그런데 한반도에 통일국가가 세워지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이전의 분단시기에 미국과 합의한 외교문서는 역사화된다. 한반도의 통일국가가 장차 전략군을 보유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는 통일정부의 결정에 달렸다.

4. 핵확산은 반제자주화의 방도로 되지 않는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수많은 나라들이 핵보유국이 된다고 가정하면, 반제자주화가 세계적 범위에서 실현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첫째, 핵무장력의 질적 차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과학기술발전 수준이 낮은 파키스탄의 핵무장력과 과학기술발전 수준이 높은 미국의 핵무장력은 질적 차이를 갖는다. 파키스탄의 핵무장력은 미국의 핵무장력을 상대하지 못한다.

둘째, 북측의 핵무장력 획득을 일반화할 수 없다. 핵무기를 개발하려면 인민경제에 돌려야 할 막대한 자원과 기술을 핵개발에 돌려야 한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자력갱생의 추구과 전체 인민의 단결, 이 3자가 합해져야 핵개발에 성공할 수 있다.

셋째,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이 핵무장을 한다고 가정하면, 그 나라들 가운데 상당수는 자국의 핵무기를 반제군사전선이 아니라 지역분쟁에 사용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예컨대, 미국에서 총기강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총기휴대를 자유화하였더니, 총으로 강도를 막는 것이 아니라 총기난사사건, 총기자살사건, 총기살인사건을 일으키는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나라들 가운데 반제군사전선에 참가하는 나라는 손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북측이 과거에 파키스탄에게 핵무기 제조기술을 전수해주었지만, 파키스탄은 인도와의 군비경재에만 몰두하면서 친미노선으로 나아갔다.

원래 반제군사전선은 단순한 반제전선이 아니라 제국주의의 도전으로부터 사회주의를 수호하고 사회주의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반제전선이다. 그런데 지금 반제군사전선에 참가하는 나라들 가운데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나라는 매우 적다. 더욱이 반제군사전선에 참가하고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극소수 나라들 가운데서 군사과학기술이 높은 수준에 도달하여 실제로 핵무장에 성공할 수 있는 나라는 현재로서는 단 한 나라도 없다. 이것은 핵확산으로 반제군사전선을 형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넷째, 사회주의는 원래 비핵화를 추구한다. 사회주의가 자체의 핵무장을 요구하는 조건은 제국주의로부터 현실적인 전쟁위협을 받을 때로 한정된다. 제국주의의 잠재적인 전쟁위협이 상존한다는 것 때문에 사회주의가 핵무장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사회주의 핵보유국은 반제군사전선이 승리한 이후에는 비핵화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5. 우익세력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우익세력은 북측이 비핵화를 말하지만 절대로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거나, 또는 북측이 핵무기를 자진해서 폐기하였다고 하면서도 몰래 숨겨놓을 것으로 주장한다. 그들이 불폐기설이나 은닉설을 날조, 유포하는 목적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어떻게 해서든지 반대하려는 데 있다. 실제로 그들이 날조, 유포하는 불폐기설과 은닉설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여론을 오도함으로서 한반도 비핵화 추진일정을 지체시키거나 심지어 저지시키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한반도의 비핵화를 적극 지지, 옹호하여야 할 진보세력이 본의 아니게 우익세력이 날조, 유포하는 불폐기설이나 은닉설과 매우 유사한 논리를 편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진보세력은 자진폐기설과 완전폐기설을 적극 선전할 필요가 있다.

진보세력이 선전해야 할 자진폐기설과 완전폐기설은 결코 기만선전이 아니다. 위에서 논한 대로, 미국군의 한반도 전쟁능력이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북측이 반드시 핵무기의 자진폐기와 완전폐기를 이행해야 하고, 미국군의 한반도 전쟁능력이 완전히 제거되면 북측에게는 핵무장력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다.

기술적 측면에서 봐도, 핵무기는 다른 무기들과 달라서 핵시설을 폐기한 뒤에 숨겨두기 힘든 무기다. 재래식 폭탄은 20년, 30년 동안 무기고에 쌓아놓을 수 있지만, 플루토늄 핵탄두는 주기적으로 교체해주어야 한다. 교체해주지 않으면 핵폭발력을 상실한다.

그런데 플루토늄 핵탄두를 주기적으로 교체하려면 녕변 핵시설을 계속 가동하여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하여야 한다. 녕변 핵시설을 불능화한 뒤에도 플루토늄 핵탄두를 숨겨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이 글은 2009년 4월 25일 21세기 코리아연구소가 프랑스 파리에서 주최한 긴급정세토론회에 제출한 두 번째 토론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