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성 2호와 반제군사전선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저궤도를 돌고 있는 광명성 2호

미국 군부가 북측의 위성발사에 관하여 작성한 정보를 귀띔 받는 수준에서 전해들은 미국의 전문가들은 은하 2호의 3단 추진체가 2단 추진체에서 분리되기는 했지만 제때에 분리되지 않고 태평양에 떨어졌다고 주장하였다. 제때에 분리되지 않았다는 말은 2단 추진체가 연소를 끝내는 순간 분리되지 않고 2단 추진체가 연소를 끝내고 떨어질 때 분리되었다는 뜻이다. 미국 군부로부터 귀띔 받는 수준에서 전해들은 “정보를 토대로” 은하 2호의 실패설을 재확인해준 사람은 워싱턴에 있는 군사문제 연구기관 글로벌 시큐리티(Global Security)의 전문가 찰스 빅(Charles Vick)이다. ‘미국의 소리’ 방송국 기자가 취재하여 2009년 4월 14일에 보도한 그의 주장은 3단 추진체가 뒤늦게 분리되어 태평양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이다. 추진체는 분리되는 순간 자동적으로 점화되도록 설계되었으므로, 만일 그의 주장대로 3단 추진체가 뒤늦게 분리되었다면 태평양에 떨어진 것이 아니라 점화된 3단 추진체가 태평양을 향해서 마하(Mach) 10 이상의 초고속으로 돌진하였을 것이다. 초고속으로 돌진하는 3단 추진체가 대기권에 들어서는 순간 엄청난 공력가열(aerodynamic heat)이 발생하여 대기 중에서 형체도 없이 타버렸지, 태평양에 떨어지지는 않았다. 만일 찰스 빅의 주장대로 3단 추진체가 태평양에 떨어졌다면 미국 군부는 추락해상이 어디쯤인지를 밝혔어야 하는데, 추락해상의 위치에 대해서는 말이 없었다. 3단 추진체가 태평양에 떨어졌다는 미국 군부의 실패설을 허위선전으로 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북측의 위성발사를 극단적으로 혐오하는 미국 군부는 북측이 위성이나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실패설을 날조, 유포하고 있다. 1998년 8월 31일에 북측이 쏘아올린 백두산 1호가 광명성 1호를 저궤도에 진입시키자, 백두산 1호의 3단 추진체가 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떨어지다가 대기 중에서 타버렸다는 실패설을 퍼뜨렸고, 2006년 7월 5일 새벽에 북측이 야간 미사일발사훈련을 전격적으로 실시하여 미국군의 허를 찌르자 미사일이 날아가다가 공중에서 부러졌다는 실패설을 퍼뜨렸고, 이번에는 은하 2호의 3단 추진체가 우주를 잠시 비행하다가 태평양에 떨어졌다는 실패설을 퍼뜨렸다.

그러나 2009년 4월 5일 북측이 쏘아올린 위성발사체 은하 2호는 예정된 대로 시험통신위성 광명성 2호를 저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 안착시켰다. 광명성 2호의 궤도진입은 1998년 8월 31일 북측이 쏘아올린 위성발사체 백두산 1호가 북측의 첫 인공위성 광명성 1호를 저궤도에 진입시킨 이래 11년 만에 두 번째로 이루어낸 성과다. 미국 군부는 광명성 2호가 성공적으로 저궤도에 진입하는 것을 포착하였으면서도, 미리 준비해둔 실패설을 꺼내놓았다. 세계 각국의 친미정부들만이 미국 군부가 퍼뜨린 실패설을 받아들였고, 친미언론들만이 그 실패설을 보도하였다.

1998년의 위성발사와 2009년의 위성발사에서 드러난 차이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8년의 위성발사는 외부에 발사준비를 알리지 않고 쏘아올렸는데, 2009년의 위성발사는 사전에 발사준비를 외부에 알리고 쏘아올렸다. 북측이 은하 2호를 쏘아올리기 전에 위성발사준비를 외부에 알려줌으로써 전세계가 발사준비를 알게 되었지만, 실제로 북측이 자국의 위성발사준비를 사전에 알려주고자 한 대상는 미국이었다.

조기경보위성을 갖지 못한 일본 자위대가 북측의 위성발사를 전혀 포착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 이번에 드러났고, 러시아군은 조기경보위성을 가지고는 있지만 몇 대 되지 않는 데다가 그나마 모두 미국 본토를 겨냥하고 있어서 북측의 위성발사를 포착하지 못하는 형편에 있었다. 극동에 배치된 러시아군은 은하 2호가 고도상승단계에 이른 뒤에야 지상의 레이더를 통해서 그 비행궤적을 추적할 수 있었다. 미국군만이 북측의 위성발사 전과정을 처음부터 포착할 수 있었다.

북측은 미국군이 은하 2호의 발사과정과 광명성 2호의 궤도진입과정을 정확히 포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 북측이 미국에게 위성발사준비를 사전에 알려준 것은, 위성발사 성공을 100% 자신하고 있었음을 강하게 암시하는 것이다. 북측이 위성발사 성공을 100% 자신하였던 것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그것은 북측이 첫 위성발사 이후 11년 동안 항공우주기술을 계속 발전시켜 높은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고체연료 제작기술, 추진체 분리 및 점화 기술, 추진체 자세 제어기술, 폐쇄순환추진 기술을 개발, 완성하였고, 그것을 은하 2호의 발사와 광명성 2호의 궤도진입을 통해 실증하였다. 광명성 2호의 궤도진입에 대해서는 2009년 4월 13일 서울에서 발행되는 인터넷 언론매체인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광명성 2호는 어디에 있을까?’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항공우주기술의 개발과 완성이 주는 의미

광명성 2호의 궤도진입에서 나타난대로, 북측이 높은 수준의 항공우주기술을 개발, 완성한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그 의의를 여러 각도에서 설명할 수 있지만, 가장 주목하는 것은 전쟁억제력을 결정적으로 강화하였다는 것이다. 북측의 위성발사는 군사행동이 아니라 항공우주사업이지만, 북측은 위성발사를 통하여 전쟁억제력이 높은 수준에 이르렀음을 간접적으로 입증할 수 있었다. 북측이 전쟁억제력을 강화하였다는 말은, 미국군이 한반도에 전개하는 핵전쟁전략을 무력화하는 군사역량을 보유하였다는 뜻이다.

미국군의 한반도 핵전쟁전략은 미사일 방어체계와 핵우산 제공체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미사일방어가 ‘방패’라면, 핵우산은 ‘창’이다. 미국군의 미사일 방어체계와 핵우산 제공체계는 군사위성체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다. 만일 미국군의 군사정찰위성, 조기경보위성, 군사통신위성, 군사항법위성이 작동을 멈추면, 미사일 방어체계와 핵우산 제공체계는 완전히 마비된다.

지난 30년 동안 북측은 자기의 모든 노력을 미국군의 군사위성체계를 마비시키는 공격능력을 개발하는데 집중시켰다. 그 노력의 결정체로 등장한 것이 미국군의 군사위성을 마비시키는 미사일이다. 북측은 미국군의 ‘방패’와 ‘창’을 모두 무력하게 만들어 버리는 미사일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만일 은하 2호의 탄두에 인공위성이 아니라 핵탄두를 장착하면 그것이 곧 위성마비미사일이며, 그 미사일을 지구궤도로 쏘아올려 핵폭발을 일으키면 강력한 전자기파가 발생하여 미국군의 군사위성체계가 마비된다. 북측은 미국 본토의 인구밀집지역을 타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에는 관심이 없다. 대량살상과 환경파괴를 불러오는 핵참화는 제국주의군대가 저지르는 전쟁범죄이다. 인류의 평화를 수호하고 인류의 진보를 추구하는 사회주의나라인 북측이 그러한 전쟁범죄를 반대하는 것은 명백한 일이다.

만일 미국군의 선제공격을 받은 북측이 미국 본토의 인구밀집지역을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보복타격하면, 북측도 미국의 핵공격을 받아 핵참화를 입고 망하게 된다. 자멸을 초래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국력을 쏟아부을 어리석은 나라는 세상에 없을 것이다. 북측이 국력을 쏟아부은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이 아니라 위성마비미사일 개발이다. 미사일문제에 정통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제프리 포든(Geoffrey Forden)은 2009년 3월 18일 Arms Control Wonk.com에 쓴 논평에서 북측이 개발한 미사일이 1t 무게의 탄두를 싣고 거의 1만2천km를 날아갈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였다. 그는 미국 본토를 향해 날아갈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생각하였지만, 북측이 보유한 미사일은 미국 본토가 아니라 미국군 군사위성체계를 향해 날아갈 위성마비미사일이다.

놀랍게도, 미국군의 군사위성체계는 무방비상태에 놓여있다. 그들의 군사위성체계를 지켜줄 유일한 방어책은 우주공간에서 핵무기 사용을 금지한 우주조약 뿐이다. 미국군의 군사위성체계는 가장 취약한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군이 북측의 위성마비미사일 발사를 막을 수 있는 방도는 정찰위성으로 감시하다가 위성마비미사일이 발사되는 순간을 포착한 뒤에, 요격미사일을 발사하여 위성마비미사일이 궤도에 진입하기 전에 공중에서 파괴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군이 개발하였다는 미사일방어체계는 성공을 가장한 신화이지 성공을 담보하는 현실이 아니다. 그들이 아직 완성되지도 않은 미사일방어체계를 서둘러 작전배치한 것은, 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였으니 미국 본토를 향해서 미사일을 쏘지 말라는 엄포용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북측은 미국군의 엄포에 대해서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북측은 미국군의 미사일방어체계까지 뚫어버리는 전술을 개발함으로써 미국군을 경악과 공포에 몰아넣었다. 그것이 바로 미국군 정찰위성을 따돌리고 위성마비미사일을 불시에 쏘아올릴 열차발사식 미사일체계를 완성한 것이다. 북측의 열차발사식 미사일체계에 대해서는 2009년 4월 6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정찰위성을 따돌린 특수열차'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미국군 정찰위성은 위성마비미사일을 실은 북측의 특수열차를 감시, 추적하지 못한다. 북측의 열차발사식 미사일체계는 미국군의 미사일방어체계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이것은 군사위성체계를 마비시키는 북측의 공격을 막아낼 방어전략이 미국군에게 없음을 뜻한다. 미국군은 자기들의 군사위성체계를 북측의 위성마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지켜낼 방어전략을 영원히 갖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북측이 미국과 전쟁을 하지 않고서도 미국군의 전쟁수행력을 불능화하는 강력한 무기체계를 완성한 것이다. 북측과 미국이 1953년 이후 정전상태에서 벌여온 치열한 군사전략적 대결에서 결국 최종적인 승리가 북측에게 돌아갔음을 의미한다.

북측이 군사위성체계를 마비시키는 공격능력을 개발함으로써 군사전략적 대결에서 승리를 굳히게 되었음을 간파하고 당황망조한 미국군은 2006년 7월 5일에 있었던 북측의 신형 미사일발사훈련, 같은 해 10월 9일에 있었던 북측의 지하핵실험, 그리고 2009년 4월 5일에 있었던 북측의 위성발사가 모두 실패로 끝났다고 왜곡선전을 퍼뜨리면서 자기들의 군사전략적 패배를 애써 감추려고 하였다.

그러나 미국군이 북측의 미사일발사훈련과 지하핵실험과 위성발사를 실패로 규정한다고 해서 성공이 실패로 되는 것은 아니며, 또한 자기들의 군사전략적 패배를 애써 감춘다고 해서 감출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북측의 위성발사 성공과 세계적 범위의 반제군사전선 형성

북측이 광명성 2호를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시켰으니, 북측이 제작한 미사일을 사려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여러 나라들의 평양행 발걸음이 빨라질 것이다. 미국군 합참차장 제임스 카트라이트(James E. Cartwright)는 광명성 2호가 궤도에 진입한 직후인 2009년 4월 6일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측의 위성발사가 이번에도 또 실패하였으니 어느 나라가 북측의 미사일을 사가겠느냐고 비야냥거렸지만, 미국 군부가 퍼뜨린 광명성 2호 실패설이 허위선전임을 간파한 나라들은 북측의 미사일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미국산 미사일을 사가는 주요고객인 친미국가들만 어리석게도 미국 군부가 퍼뜨린 광명성 2호 실패설을 믿고 있을 뿐이다.

러시아와 중국도 미사일 수출국이지만, 러시아산 미사일이나 중국산 미사일은 북측이 생산한 미사일이 가지는 강점을 따라오지 못한다. 같은 급의 성능을 지닌 미사일을 수출하는 경우, 북측은 러시아나 중국보다 싼 값으로 수출한다. 가격경쟁력에서 앞서는 것이다. 북측의 미사일이 가격경쟁력에서 앞서는 까닭은, 북측의 미사일생산이 자본주의시장과 무관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북측의 미사일은 사회주의생산체계에서 만들어져서 사회주의우호가격으로 다른 나라에 판매되고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은 제국주의를 반대하여 싸우는 나라들에게는 북측이 미사일 제작기술까지 전수해준다는 것이다. 미사일 제작기술을 전수해주어도 전수받을 만한 과학기술적 기초가 없는 낙후한 농업국들은 할 수 없지만, 반제자주화와 자력갱생공업화를 실현하려는 나라에게 북측은 미사일 제작기술까지 전수해준다. 미국-이스라엘의 제국주의동맹을 반대하여 투쟁하는 이란과 시리아에게 북측이 미사일을 수출하였을 뿐 아니라 미사일 제작기술까지 전수해준 것이 좋은 예다.

제국주의세력의 횡포와 약탈과 침공을 받아온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여러 나라들이 미사일로 중무장한 전쟁억제력을 보유한다면, 그것은 반제군사전선을 세계적 범위에서 강화하는 결정적인 의의를 갖는 것이다. 반제군사전선을 형성하지 않고 반제자주화를 논하는 것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20년 전에 이란보다 먼저 미사일능력을 보유하였던 이라크는 반제군사전선을 강화하지 않고 있다가 미국의 무력침공을 받고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이라크보다 뒤늦게 북측의 전폭적인 도움을 받아 미사일능력을 개발한 이란은 반제군사전선을 부단히 강화해옴으로써 자기 나라의 안전을 지키고 미국-이스라엘 제국주의동맹에 맞서 싸우는 중동의 군사강국으로 떠오를 수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북측의 미사일개발이 북측 내부의 과제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 반제군사전선의 형성을 촉진하는 과제로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반제노선을 사실상 포기하고 제국주의나라들과 긴밀한 협력관계에 들어간 이후, 북측은 전세계 반제군사전선의 전략거점으로 떠올랐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 제국주의적 군사점령, 금융지배, 자원약탈을 자행하는 미국, 일본, 이스라엘, 유럽연합 일부 나라들이 은하 2호의 발사를 반대하고 저지하려고 애쓴 까닭이 거기에 있다.

각국의 진보정당, 민주노조, 진보단체들이 연대하여 세계적 범위에서 반제정치전선을 형성하는 것과 더불어 제국주의세력의 위협을 받는 나라들이 연대하여 세계적인 범위에서 반제군사전선을 형성하는 것은 인류의 진보와 세계의 자주화를 실현하는 데서 결정적인 의의를 갖는다. 북측의 위성발사를 반제군사전선을 형성하기 위한 투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반제군사전선의 강화와 비핵화의 실현

북측이 한반도에서 반제군사전선을 강화하는 것은 한반도를 비핵화하는 것이다. 반제군사전선을 강화한다는 말은 미국군의 한반도 핵전쟁전략을 무력화시킨다는 뜻이다. 반제군사전선을 강화할수록 미국군의 핵전쟁전략은 무력화된다. 미국군의 한반도 핵전쟁전략을 완전히 무력화하는 것을 가리켜 한반도의 비핵화라고 한다.

그런데 미국군은 자기의 핵전쟁전략 추진하는 데서 누구에게 양보하거나 누구와 타협하지 않는다. 그들의 핵전쟁전략은 요새처럼 견고해 보인다.

그러므로 말이 아니라 힘으로 요새를 점령하여야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비핵화를 실현하려면, 미국군의 한반도 핵전쟁전략이라는 요새를 점령할 군사력을 가져야 한다. 그러한 군사력을 전략군이라 한다.

전략군이란 전략미사일로 무장한 최강의 무력단위이다. 은하 2호의 성공적 발사는 북측이 전략군을 보유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사변이었다. 북측이 전략군을 창설한 것은, 한반도에서 반제군사전선을 완성한 것이다. 북측이 전략군을 갖지 못하면 미국군의 한반도 핵전쟁전략을 무력화시킬 수 없으며, 따라서 한반도의 비핵화도 실현될 수 없다. 전략군만이 반제군사전선을 완성하여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

부쉬 정부가 2003년에 6자회담을 벌여놓은 목적은 미국군의 한반도 핵전쟁전략을 포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제공조를 통하여 북측이 전략군을 보유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북측이 전략군을 보유하면, 반제군사전선이 완성되어 미국군의 한반도 핵전쟁전략이 무력화되기 때문에, 미국은 6자회담을 벌여놓고 국제공조로 북측의 전략군 보유를 저지시키려고 하였다. 부쉬 정부가 6자회담을 통해서 북측의 전략군 보유를 저지시키는 방도는 북측의 녕변 핵시설을 불능화하고 핵무기를 폐기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6자회담은 부쉬 정부에게 국제공조라는 강점을 안겨주는 것으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 강점을 상쇄시키고도 남을 만큼 치명적인 약점을 안겨주었다. 부쉬 정부는 북측의 핵무기 개발능력을 저지시키려고 6자회담에 매달린 까닭에, 북측의 미사일능력을 제거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손을 쓰지 못하였던 것이다. 부쉬 정부가 북측의 전략군 보유를 저지하려고 하였다면, 핵능력을 제거하려고 하는 것보다 미사일능력을 제거하려고 했어야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장거리미사일이라는 투발수단이 없는 핵무기는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이전에 클린턴 정부는 녕변 핵시설을 동결시켜 놓고 북측의 미사일능력을 제거하기 위한 양자회담에 나섰다. 그런데 부쉬 정부는 녕변 핵시설을 동결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불능화시켜 버리겠다고 큰 소리를 치면서 북측의 미사일능력을 제거하는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 부쉬 정부가 6자회담을 고집하면서 국제공조에 의한 대북압박을 열심히 외치는 동안, 북측과 미국의 양자회담은 열릴 수 없었고, 그러는 동안 북측은 전략군 창설을 완성할 수 있었다. 부쉬 정부가 매달린 국제공조에 의한 대북압박이 무슨 압박효과를 내기는커녕 결과적으로 북측의 전략군 창설을 도와준 꼴이 되고 말았다.

만약 부쉬 정부가 국제공조에 의한 대북압박을 접고 북측과 미사일회담을 계속하였더라면 은하 2호는 등장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전략적으로 무능한 부쉬 정부는 이전 클린턴 정부가 추진해오던 미사일회담을 중지하고, 오로지 6자회담에만 매달렸다. 그러나 6자회담으로는 북측의 전략군 보유를 저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던 것이야말로 부쉬 정부가 저지른 결정적인 실책이었다.

6자회담을 앞으로 100년 동안 계속해도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할 수 없다. 6자회담은 북측과 미국의 양자회담을 거부하는 조건을 만들어 줌으로써 북측의 전략군 창설을 촉진시켜주었을 뿐이다. 6자회담이 막을 내린 지금까지의 경과를 돌이켜보면, 미국은 6자회담도 잃어버리고, 북측의 전략군 창설도 막지 못하고, 녕변 핵시설도 불능화하지 못하고, 미사일회담도 재개하지 못한 그야말로 연전연패를 당했다는 사실이 보인다. 미국은 북측을 상대로 하는 정치대결과정에서 무엇하나 건지지 못하였다. 미국의 연전연패를 뒤집으면 북측의 연전연승이다. 북측은 그들이 거부하였던 6자회담을 종식시켰고, 그들이 추구해온 전략군을 창설하였고, 그들이 바라던 테러지원국 지정해제도 얻어냈고, 녕변 핵시설을 재가동하여 대미압박을 계속하게 되었고, 그들이 미국에게 요구해온 미사일회담을 재개할 조건도 성숙시켰다. 그래서 북측의 연전연승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부쉬 정부의 고집, 오마바 정부의 오판

북측이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 있는 동해위성발사장의 조립동에 2009년 2월 4일부터 3월 24일까지 48일 동안 은하 2호를 들여놓고 대기하면서 오바마 정부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었건만, 그들은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들은 북측이 설마 6자회담의 판을 깨지는 못할 것으로 오판하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무능한 모습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2009년 4월 14일 유엔안보리가 의장성명을 통해 북측의 위성발사를 비난하고 제재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하자, 북측은 6자회담에 더 이상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 세계 각국의 위성발사는 유엔총회에서 채택한 우주조약에 의해서 국제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데도, 미국은 유엔안보리를 앞세워 북측의 위성발사를 위법행위로 규정하였다.

북측이 은하 2호를 쏘아올렸을 때, 오바마 정부가 일본, 인도, 이란의 위성발사를 반대하지 않은 것처럼 북측의 위성발사를 반대하지 않고 북측과 양자회담을 개시하였더라면 오바마 정부는 6자회담을 살려두는 최소한의 성과는 건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는 북측의 위성발사를 비난하고 경제제재를 가하는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을 채택함으로써 6자회담마저 잃어버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택하였다.

사실 6자회담의 종식은 북측이 오래 전부터 추구해온 비핵화의 목표들 가운데 하나였다. 아마 북측은 6년 전에 6자회담을 시작하는 날부터, 그 회담의 종식을 추구하였는지 모른다. 북측이 6자회담을 사실상 거부해온 까닭은, 6자회담으로는 한반도를 절대로 비핵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6자회담이 한반도의 비핵화에 유일하게 이바지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자고 합의하는 것밖에 없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자고 합의한 9.19 공동성명이 6자회담이 도달할 수 있는 최종목표였다.

그런데 9.19 공동성명을 채택한 이후 6자회담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실무문제를 놓고 끝없이 논쟁만 되풀이하는 회담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실무문제를 겉에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가장 정치적인 문제를 놓고 격렬하게 충돌한 것이다. 이를테면 핵검증의정서 채택문제는 핵검증을 어떻게 실시할 것인가 하는 실무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비핵화의 근본목적이 무엇인지를 결정짓는 최대의 정치문제인 것이다. 핵검증의정서 채택문제가 이처럼 실제로는 비핵화의 근본목적을 결정짓는 최대의 정치문제이므로, 그 문제는 6자회담의 틀에서는 해결할 수 없다. 6자회담이 핵검증의정서 채택문제에 걸려 좌초된 까닭이 거기에 있다.

따라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정치문제를 협의하는 정치회담은 6자회담의 틀에서 더 이상 진척될 수 없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정치회담은 북측과 미국의 양자회담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부쉬 정부는 북측의 양자회담 요구를 집요하게 거부하면서 6자회담만 계속 고집하였고, 그 뒤를 이어 등장한 오바마 정부는 6자회담과 양자회담을 모두 추진하는 절충안이 통할 것으로 오판하였다. 부쉬 정부의 6자회담 고집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는 길을 사실상 가로막았으며, 오바마 정부의 절충적 오판은 6자회담의 종식을 촉진시켰다.

6자회담의 종식은 무엇을 뜻하는가?

6자회담의 종식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그것은 북측이 녕변 핵시설에서 불능화작업을 멈추고 재가동을 위한 복구사업을 시작하는 것이며, 새로 경수로 건설사업까지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측이 위성을 쏘아올리는 때에 맞춰 북측도 은하 3호를 쏘아올리는 것을 뜻한다. 거기에 더하여, 북측에 대한 적대행위를 저지른 현장에서 체포된 미국인 여기자 두 사람에 대한 징역형 처벌도 때를 기다리고 있다.

6자회담이 막을 내린 뒤에 연속적으로 전개될 녕변 핵시설 복구, 경수로 건설추진, 은하 3호 발사, 적대행위 피의자 처벌은 오바마 정부가 견디기 힘든 최악의 재앙이다. 정세오판으로 기회를 잃어버린 오바마 정부가 자기에게 밀려오기 시작한 재앙을 피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많지 않다. 시간은 그들의 편이 아니다.

오바마 정부가 재앙을 피하려면 북측의 요구대로 높은 급 정치회담을 시작하는 것밖에 다른 탈출로가 없다. 북측과 높은 급 정치회담을 시작하려면 당연히 미국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하여야 한다.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해놓은 스티븐 보스워즈(Stephen W. Bosworth)에게는 국무장관을 수행하는 일밖에 할 일이 없다.

2000년 10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파견한 조명록 특사가 워싱턴을 먼저 방문하고,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그 직후에 평양을 방문하였지만, 이제는 방문순서가 바뀌게 된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평양방문이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었던 것처럼, 클린턴 국무장관의 평양방문은 오바마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클린턴 국무장관의 평양방문은 북측의 거부로 이루어질 수 없다. 클린턴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하면, 녕변 핵시설 복구중지와 여기자 석방이라는 성과를 얻어갈 수 있을 것이고, 북측은 조미정상회담이라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면,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정치적 대합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북측의 전략군을 자진하여 해산할 용의가 있음을 오래 전부터 여러 차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통보해놓고 오바마 대통령이 그에 대한 대답을 갖고 평양에 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군의 한반도 핵전쟁전략을 자진하여 폐기할 용단을 내리면 북측은 전략군을 자진하여 해산함으로써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군의 한반도 핵전쟁전략 폐기와 북측의 전략군 자진해산을 일괄타결하는 역사적인 조미정상회담이 진행되면, 은하 3호 대신에 조미국교수립을 경축하는 축포가 한반도의 밤하늘을 눈부시게 수놓을 것이다. 6년 동안 말싸움으로 요란하였던 6자회담이 막을 내린 고요한 밤하늘에 지금은 광명성 2호의 은은한 별빛이 비치는 듯하다.

* 이 글은 2009년 4월 25일 21세기 코리아연구소가 프랑스 파리에서 주최한 긴급정세토론회에서 발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