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철도’의 긴한목과 동북아시아의 평화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한반도의 최북단을 주시하는 까닭

우리나라 지도를 펼치면, 두만강 하류지역에서 러시아 영토와 마주보는 한반도의 북쪽 끝이 눈에 들어온다. 한반도의 최북단에 있는 역은 두만강역이고, 최북단에 있는 항만은 라진항이다. 두만강역과 라진항은 모두 행정구역상 라선직할시에 속한다.

평양에서 동북쪽으로 벋어나간 철로가 끝나는 평라선 종착역이 두만강역이고, 두만강을 따라 둥그렇게 라진-온성-회령-라진으로 이어진 함북선의 중심역이 라진역이다. 겨울철에 얼지 않는 라진항은 라진반도와 대초도, 소초도로 둘러싸여 있는 천혜의 항만이다. 그 천혜의 항만을 중국과 러시아가 이용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중국에게는 동해로 나가는 길이 막혀있기 때문이고, 러시아에게는 부동항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 동북지방(만주)에서 남부지방까지 내륙철도로 물류를 수송하면 보름이 걸리고, 중국 동북지방에서 랴오닝성(遼寧省) 다롄(大連)항까지 철도를 이용하고, 다롄항에서 해상수송로를 이용하여 중국 남부지방까지 수송하면 한 주간이 걸리는 데 비해, 중국 동북지방에서 남부지방까지 라진항을 거쳐 물류를 수송하면 나흘밖에 걸리지 않는다.

또한 부산항에서 중국 다롄항까지 해상수송로를 이용하고, 다롄항에서 지린성(吉林省) 옌지(延吉)까지 철도를 이용하여 물류를 수송하면 한 주간이 걸리는 데 비해, 부산항에서 라진항까지 해상수송로를 이용하고, 라진항에서 옌지까지 철도를 이용하여 물류를 수송하면 사흘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처럼 라진항은 남측, 중국, 일본의 동북아시아 물류수송망에서 최단거리를 이어주는 전략적 항만인 것이다. 그 전략적 항만이 지금 태평양과 유라시아를 이어주는 세계 최장 물류수송의 긴한목(요충지)으로 떠오르고 있다.

북측의 라진항과 러시아의 하싼(Hassan)역을 국제철도로 연결하고, 그와 동시에 라진항을 개건하기로 북측과 러시아가 합의하였음을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때는 2007년 11월 22일이었다. 그로부터 11개월 뒤인 2008년 10월 4일 라진-하싼 철도연결공사가 시작되었다. <로동신문> 2008년 10월 5일자는 전날에 “라진-하싼 철도 및 라진항 개건 착공식이 라선시 두만강역 지구의 조로친선각 앞에서 진행되었다”고 보도하였다. 라진항과 하싼역 사이의 거리는 54km이며, 2012년에 완공될 라진-하싼 철도연결공사에는 1억9천500만 달러가 들어간다.

착공식에 참석한 러시아철도공사 총사장 블라디미르 야쿠닌(Vladimir I. Yakunin)은 연설에서 “이제부터 1만km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수송로가 생겨나게 될 것이며 2013년에 가서는 이 철도구간으로 년간 10만개의 짐함(컨테이너)이 수송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라진-하싼 철도연결공사 착공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완공하는 거창한 물류수송사업이 추진단계에 들어갔음을 뜻한다.

‘비단철도’의 긴한목은 라진항이다

2007년 9월 세계 최대 철도회사인 러시아철도공사는 2030년까지 13조 루피(5천60억 달러)를 들여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한반도 종단철도(TKR)를 연결하는 사업계획을 완성하였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블라디보스톡과 모스크바를 연결하는 9,334km의 철도이다. 사람들은 그 철도를 ‘비단철도(Silk Railroad)’라 부른다. 그렇게 부르는 까닭은, 러시아의 시베리아, 연해주, 사할린 개발사업과 중국의 동북지방 개발사업을 서쪽으로는 유럽 경제권까지 연결하고, 동쪽으로는 일본 경제권과 북미주의 태평양연안 경제권까지 연결하는 세계 최대 물류수송망이 ‘비단철도’ 건설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2008년 10월 2일 독일 일간지 <디 벨트>가 보도한 것처럼, 독일 국영철도회사 도이취 반(Deutsche Bahn)이 시베리아 횡단철도 건설사업에 관심을 표시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앞으로 세계 각국의 철도회사들이 ‘비단철도’ 건설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2012년까지 ‘비단철도’ 1단계 건설을 완료하는 사업을 구상한 정치지도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다. 그는 2001년 7월 푸틴(Vladimir V. Putin) 당시 대통령의 초청으로 러시아를 방문할 때, 항공기가 아니라 열차를 타고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몸소 답사하였다. 2001년 8월 4일 그는 푸틴 대통령과 함께 모스크바 공동선언을 발표하였는데, 그 선언에는 이런 조항이 들어있다.

“조선반도 북남과 러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철도수송로 창설계획을 실현하기 위하여 필요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공약하면서 조선과 러시아 철도연결사업이 본격적인 실현단계에 들어선다는 것을 선포하였다.”

위의 조항을 읽어보면, 두 가지 개념이 눈에 들어온다. 하나는 “조선반도 북남과 러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철도수송로”라는 개념이고, 다른 하나는 “조선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철도수송로”라는 개념이다. 전자는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연결하는 2단계 개념이고, 후자는 라진항과 하싼역을 연결하는 1단계 개념이다. 양국 정상은 전자를 공약하였고, 후자는 본격적으로 실현단계에 들어선다는 것을 선포하였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라진-하싼 철도연결공사는 2012년에 끝날 것이고,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연결하는 공사는 2030년에 끝날 것이다.

라진-하싼 철도연결공사와 더불어 눈길을 끄는 것은 라진항 개건공사이다. 북측과 러시아가 라진항 개건공사에 착공한 까닭은 무엇일까?

라진항에서 부산항까지 이어지는 한반도 동해선 종단철도를 개통하려면, 오랜 기간 동안 남북철도를 연결하는 공사를 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남북관계에 얽혀있는 여러 가지 정치, 군사적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런데 대북관계에서 대결주의에 집착하는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에 얽혀있는 정치, 군사적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이러한 현실은,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2012년까지 남북철도를 연결하는 공사가 시작되기조차 힘들 것임을 예고한다.

그렇지만 북측과 러시아는 2012년 이후까지 기다릴 수 없으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비단철도’를 개통하여야 할 요구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 ‘비단철도’의 마지막 구간인 라진항과 부산항을 이어주는 한반도 동해선 종단철도의 남북구간 연결공사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가로막혀 착공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해서, 북측과 러시아가 ‘비단철도’ 개통을 언제까지나 미룰 수는 없는 일이다.

북측과 러시아가 라진-하싼 철도를 완공하면 ‘비단철도’의 출발점은 부산항이 아니라 라진항이 될 것이다. 따라서 북측과 러시아가 라진-하싼 철도연결공사와 함께 라진항 개건공사를 밀고 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라진항에 정유공장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 정유공장은 승리원유가공공장이다. 2007년 3월 북측과 러시아는 그 정유공장을 현대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연해주 지방에서 라선직할시로 가는 송전선을 건설하기로 합의하였다. 러시아에서 다섯 번째로 규모가 큰 석유회사인 가즈프롬 네프트(Gazprom Neft)가 라진에 있는 정유공장을 현대화하는 사업에 착수하였다. 앞으로 러시아산 석유가 그 정유공장에서 정제되어 쏟아져 나오면, 그 석유는 ‘비단철도’가 닿지 않는 일본 서부지역, 중국 동남부지역, 미국의 태평양 연안지역에 수출될 것이다. 일본, 중국, 미국의 대형 유조선들이 라진항에 들어설 날도 멀지 않았다.

명백하게도, 라진항은 ‘비단철도’를 동해와 태평양으로 연결하는 항만이다. 1869년 수에즈운하가 개통되자 아시아와 유럽의 물류지도가 바뀌었고, 1914년 파나마운하가 개통되자 태평양과 대서양의 물류지도가 바뀐 것처럼, 2012년 ‘비단철도’가 라진항까지 연결되면 태평양과 유라시아대륙을 연결하는 물류지도가 개편될 것이다. 라진항은 태평양과 유라시아대륙을 연결하는 세계물류수송망의 긴한목이다.

차항출해전략을 좌우하는 라진항

중국 동북지방의 총면적은 79만㎢이고, 인구는 2002년 현재 1억655만 명이다. 그 지방에는 중국에서 개발열기가 넘치는 중공업지대가 있다.

2008년 10월 9일 지린성 정부와 중국 철도부는 11차 5개년 계획기간(2006년-2010년)에 창춘(長春)-지린 철도를 건설하고 지린-투먼(圖們) 쾌속철도를 건설하기로 합의하였다. 창춘-투먼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창바이산(長白山)공항을 개항한 뒤에 교통수송망 확대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지린성에는 모두 22개 노선의 철도가 건설되어 총 2천km에 이르는 새로운 철도망이 확충된다.

중국 동북지방에서 최근 세간의 관심을 모으는 곳이 팡촨(防川)이다. 팡촨에는 장쩌민(江澤民)이 중국 국가주석으로 재직할 때 남긴, “동북지방의 전초를 지키고, 중화의 국위를 드높이라(守東北前哨 揚中華國威)”는 글을 새겨넣은 비석이 서 있다.

지금으로부터 296년 전인 1712년에 조선과 청나라는 두만강 및 압록강 지역의 국경선 획정을 합의하고, 국경선을 표시한 토자비(土子碑)를 세웠다. 청나라 사람들이 토자비를 끌고 두만강을 따라 가다가 너무 무거워서 동해 바닷가까지 가지 않고 바닷가에서 17km 떨어진 곳에 내려놓고 가버렸는다는 일화가 전해오는 데, 그곳이 팡촨이다. 중국은 동해에서 풍겨오는 바다냄새를 맡으면서도 동해에 가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출해권을 잃어버린 것이다.

지난날 중국이 동해 출해권을 허락해 달라고 북측에게 요청하였더니, 북측은 중국에게 출해권을 허락해주는 댓가로 백두산의 중국쪽 영토를 달라고 요구하였다는 일화가 전해져 온다.

팡촨은 북방삼국에서 동시에 닭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팡촨에서 두만강 쪽을 바라보면, 오른쪽으로 러시아의 하산역이 보이고 왼쪽으로 북측의 두만강역이 보인다.

중국이 불완전한 출해권을 얻은 날은 2008년 7월 22일이다. 그날 중국과 러시아는 ‘동북 국경선에 관한 추가의정서’에 서명하였다. 중국은 불완전한 출해권을 얻기 위해서 북측과 러시아에 각각 두만강 국경지대의 자국 영토 일부를 넘겨주었다. 중국이 얻은 불완전한 출해권이란 중국의 선박들이 북측과 러시아의 국경선이 지나는 두만강 하구의 17km 구간을 오갈 수 있는 두만강 자유항해권이다.

두만강 자유항해권을 얻자마자, 중국 지린성 교통청은 두만강에 작은 포구를 건설하는 사업에 서둘러 착수하였다. 중국인민해방군 공병대를 동원하여 두만강 연안세관이 위치한 취안허(圈河)에 포구를 건설한 것이다. 취안허 포구공사는 2008년 10월 30일에 완공되었다.

중국 지린성 훈춘(琿春)에서 40km 떨어진 곳에 취안허가 있고, 취안허에서 두만강을 건너면 북측 세관이 있는 원정리이다. 취안허에서 20km 떨어진 곳에 팡촨이 있다.

중국이 생각해낸 해결책은 취안허에서 작은 수송선에 물자를 싣고 두만강 북측 수역을 따라 동해로 빠져나가 공해 상에 대기하는 대형 수송선에 옮겨싣는 것이다.

또한 중국은 취안허에서 팡촨까지 도로공사도 진행하고 있으며, 취안허와 라진항을 잇는 67km 길이의 국제도로를 자비로 건설하겠다고 나섰다. 취안허와 라진항을 연결하는 것을 차항출해(借港出海)전략이라 한다.

중국 동북지방의 차항출해전략에 직결된 국책사업이 동변도(東邊道)철도 부설사업이다. 중국의 동변도철도는 부산에서 신의주까지 가는 한반도 서해선 종단철도에 연결될 중국 횡단철도(TCR)와 부산에서 라진까지 가는 한반도 동해선 종단철도에 연결될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중국의 동북지역에서 비스듬히 가로질러 연결하면서 다롄항으로 진출하는 에이취(H)자형의 철도수송망이다. 랴오동반도 끝에 자리잡은 다롄항은 헤이룽장성(黑龍江省) 성도 하얼빈(哈爾濱)으로 향하는 남만주철도의 시발점이며 보하이만(渤海灣)의 긴한목이다.

북방삼국의 물류수송망과 동북아시아의 평화체제

중국의 동북지방 개발과 러시아의 연해주지방 개발은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관계를 촉진시키는 요인이다. 2008년 5월 23일 러시아의 메드베데프(Dmitry A. Medvedev)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하였다. 5월 7일 대통령에 취임한 그가 가장 먼저 찾은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이 동북지방을 개발하고, 러시아가 연해주지방을 개발하려면 중국과 러시아는 서로 협력해야 하고, 서로 협력하려면 국경문제를 풀어야 한다. 2008년 10월 14일 러시아는 지난 79년 동안 점령하였던, 중러 국경하천인 우수리강과 아무르강 합류수역에 있는 삼각주(러시아는 볼쇼이 우수리스키(Bolshoy Ussurisky)라 부르고 중국은 헤이샤치(黑瞎子)라 부른다)의 절반을 중국에 돌려주었다.

중국이 동북지방을 개발하고, 러시아가 연해주지방을 개발하려면 물류수송망부터 건설해야 하는데, 그 건설사업은 북측의 참여를 요구한다. 물류수송망 건설에 관련하여 북방삼국의 상호협력은 불가결한 요소이다. 2007년 12월 25일 북방삼국은 중국의 투먼역, 북측의 두만강역, 러시아의 하싼역을 연결하는 북방삼국 철도부문 공동운송협정을 체결하였다. 북방삼국이 물류지도를 새로 그리면, 세 나라의 경제성장이 촉진될 것이고, 따라서 앞으로 약 20년 뒤에 세 나라의 경제상황은 몰라보게 발전되어 있을 것이다.

동북아시아 물류지도 개편과정과 동반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동북아시아 평화체제 수립이다. 물류수송망 건설과 평화체제 수립을 서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동북아시아에서 물류지도 개편과 평화체제 수립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공동상승효과(synergic effect)를 낼 것이다.

주목하는 것은, 동북아시아 평화체제를 세우려면 우선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통일이 실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반도가 비핵화되지 않고 분단체제가 남아있는 조건에서, 동북아시아 평화체제가 세워질 가능성은 없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통일이 실현되면, 동북아시아 평화체제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6자는 동북아시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위해 공동노력할 것을 공약하였다.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다. 6자는 동북아시아에서 안보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방안과 수단을 모색하기로 합의하였다”는 조항이 9.19 공동성명에 들어간 것이나, 동북아시아 평화안보체제를 위한 실무단(워킹그룹)을 설치한다는 조항이 2.13 합의에 들어간 것은, 동북아시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데서 한반도를 비핵화하는 과제가 핵심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비핵화되고 통일된 한반도의 종단철도와 주요항구들은 21세기 동북아시아 물류수송에서 중요한 전략적 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비단철도’ 건설에 대응하는 일본의 위험한 전략

<니혼게이자이신붕(日本經濟新聞)> 2008년 7월 30일자 보도는, 일본 정부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현대화하는 러시아의 국책사업에 69조엔(690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자금을 들여 참가하기로 결정하였다는 정보를 전해주었다. 일본 정부가 ‘비단철도’ 건설사업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들이 동북아시아 물류지도 개편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하는지를 보여준 것이다.

일본 정부는 한반도 동해선 종단철도를 이용하지 않고, 동해 해상수송로를 이용해서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직접 진출하려는 대응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긴 대륙횡단철도를 따라서 경제특구와 자원개발특구가 여러 군데 건설될 것인데, 일본의 정부와 기업이 노리는 것은 시베리아의 경제특구와 자원개발특구에 가장 먼저 투자하여 막대한 이익원천을 선점하는 것이다.

동해-블라디보스톡-시베리아를 물류수송망으로 연결하려는 일본 정부의 전략에는, 북측을 견제하면서 동북아시아 물류수송의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의도가 들어있다. ‘비단철도’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북측의 라진-하싼 철도연결사업을 견제하면서 주도권을 선점하려고 할수록 그들에게 동해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일본의 정부와 기업들이 69조엔을 쏟아부을 동해의 해상수송로에 자리잡은 긴한목이 독도이다.

러시아 정부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현대화하는 국책사업계획을 내놓은 때에 맞춰, 일본 정부가 그 국책사업에 적극 달라붙은 행동은, 일본 정부가 대남관계과 대북관계에서 마찰을 일으키면서 독도 영유권 문제를 꺼내놓는 까닭이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일본 정부는 오래 전부터 독도를 빼앗으려는 야욕을 지녀왔는데,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일본 정부가 동북아시아의 정세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독도문제를 영토분쟁으로 몰아간다는 것이 이전과 다른 점이다.

북방삼국이 동북아시아 물류지도를 새로 그리는 전략구상을 합의한 때로부터 불과 석 달 남짓 지난 2007년 12월 18일 오전 7시 5분, 하와이 카우아이섬 앞바다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함 곤고(金剛)호의 미사일 발사관이 불을 뿜었다. 곤고호를 미국군 태평양사령부의 미사일발사훈련장에 보낸 일본 해상자위대가, 가상적국이 발사한 미사일을 대기권 밖에서 요격하는 실전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가상적국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대기권 밖에서 요격하여 파괴한 그 미사일은, 해상배치형 요격미사일 ‘에스엠(SM)3’이다. 미국군 이외에 그 요격미사일로 실전훈련을 실시한 군대는 전세계에서 일본 해상자위대가 유일하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2007년에 다섯 차례나 미일합동군사훈련에 참가하면서 실전능력을 키웠고, 2008년 3월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에 요격미사일 ‘에스엠3’를 작전배치하였다. 그 요격미사일을 실은 이지스함들이 일본 방위상의 명령만 떨어지는 즉시 동해로 출동하기 위하여 사세보(佐世保)항과 마이쓰루(舞鶴)항에 배치된 때는 2008년 3월이다. 이것은 일본이 1조엔에 이르는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붓는 동해의 미사일방어체계(MD)를 2008년 3월부터 가동하였음을 말해준다.

북방삼국이 동북아시아 물류지도를 새로 그리는 전략구상을 실현하기 시작한 것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미국 해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동해를 겨냥한 미사일방어체계를 가동하기 시작한 것은 서로 무관하지 않다. 또한 일본 정부가 69조엔을 쏟아부으면서 시베리아 횡단철도 현대화사업에 참가하는 것과 1조엔을 들여 동해의 미사일방어(MD)체계를 세우는 것 역시 서로 무관한 것이 아니다.

동해의 해상물류도가 바뀌면 당연히 동해의 군사작전도도 바뀌게 된다. 바뀌고 있는 일본 방위성의 동해 군사작전도에는 무엇이 그려져 있을까? 거기에는 “한국이 불법적으로 점거해온 일본의 고유영토 다께시마(竹島)를 무력으로 탈환”하는 일본 자위대의 군사작전이 들어있을 것이다. 일본 정부가 동해를 거쳐 유라시아대륙으로 통하는 해상수송로를 선점하는 과정에서, 일본 자위대가 맡을 작전임무는 독도점령이다.

일본 자위대는 한국군이 ‘다께시마 탈환작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군에게는 독도를 침공하는 일본 자위대에 맞서 방어전을 벌일만한 작전준비가 없다. 더욱이 일본 해상자위대와 한국 해군은 어른과 어린애만큼 전력이 차이가 난다. 2005년 3월 한국해양전략연구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한국의 해양전략가’로 불리는 해군참모총장 출신 안병태는, 만일 독도 앞바다에서 한일 두 나라 군대가 맞붙으면 반나절도 되지 않아 한국군이 패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일본 자위대의 ‘다께시마 탈환작전’을 저지할 한국군의 유일한 대응전력은 미사일인데, 한국군의 미사일은 모조리 북측을 향해 조준되어 있으므로 일본에게는 위협적이지 않다.

동북아시아 물류수송망 건설에 대응하는 일본의 전략은, 국익을 앞세워 동북아시아에서 평화와 안정을 뒤흔드는 위험천만한 전략이다. 이명박 정권은 일본의 위험천만한 전략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만 있다.

역행적 대북정책이 낙오자를 만든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열차편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모스크바 공동선언을 발표한 때로부터 7년이 지난 2008년 9월 29일 이명박 대통령은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만났다. 그 정상회담에서 한러 양국 정상은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하였다. 남측 정부는 7년이나 지난 뒤에야 ‘뒷북’을 친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뒷북’을 치긴 쳤으나, 북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렇게 된 까닭은, 이명박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협력사업을 중단하였기 때문이다. 대북협력사업을 대북압력사업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개성공단 확충사업이나 금강산 피격사건도 노무현 정부라면 얼마든지 대화와 협조로 풀 수 있었을텐데,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전부터 분별없이 역행적 대북정책을 고집했고, 그에 따라 개성공단 확충사업과 금강산 관광사업이 모두 중단되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고 말았다.

대북협력사업을 전담한 정부기관은 통일부이다. 통일부의 동향을 살펴보면, 대북협력사업의 동향을 알 수 있다. 2008년 10월 9일 통일부가 발표한 ‘2009년도 남북협력기금 사용계획 및 통일부 예산안’을 보면, 남북협력기금 가운데 남북경제협력 예산이 2008년도에는 6천101억원이었는데, 2009년도에는 51%나 삭감한 3천6억원으로 내려앉았다. 그것만이 아니라, 10.4선언을 전면적으로 이행하려면 14조3천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명박 정부는 10.4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비용을 한 푼도 책정하지 않았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에게 대북협력사업을 추진할 의사가 없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2008년 9월 29일 한러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북측을 경유해서 남측에 수입하는 국책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대북압력사업에 집착하는 한, 북측을 경유하는 천연가스 수송관을 부설하는 것은 북측의 반대로 실현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파이프라인 천연가스(pipeline natural gas)보다 훨씬 더 비싼 액화천연가스(liquefied natural gas)를 러시아에서 수송선으로 실어가는 수밖에 없다.

대북관계에서 화해와 협력을 등지고 반목과 대결을 택한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정세가 어느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는지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역행적 대북정책에 집착한 나머지, 정세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상실하면 낙오할 수밖에 없다. (2008년 11월 3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