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사회변혁운동과 진보적 정권교체: 반성과 전망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21세기 사회변혁운동과 국가예속관계
   1-1) 신자유주의세계화와 반제국주의자주화
   1-2) 신자유주의세계화와 '한미동맹관계'
2. 21세기 사회변혁운동과 사회계급관계
   2-1) 단일한 주체와 두 종류의 투쟁동력
   2-2) 종심대형의 계급진지와 횡심대형의 연대전선

   2-3) 반제의식화와 현장정치활동
3. 21세기 사회변혁운동과 진보적 정권교체
   3-1) 투쟁동력을 분출하는 전략공세

   3-2) 진보적 정권교체의 유형과 우리 식의 진보적 정권교체
4. 21세기 사회변혁운동의 당면과제들
   4-1) 사회변혁운동의 유기적 구성과 동력순환
   4-2) 사회변혁운동과 조국통일운동의 상호연계
   4-3) 사회변혁운동의 전략적 사고
   4-4) 사회변혁운동의 계획화와 지도구심체의 정립

1. 21세기 사회변혁운동과 국가예속관계

1-1) 신자유주의세계화와 반제국주의자주화

제국주의세계체제는 상층과 하층으로 이루어졌는데, 상층에는 미국, 유럽연합, 일본이 있고, 하층에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가 있다. 제국주의세계체제의 상층중앙은 유일한 초강대국을 자처하는 미국이다. 제국주의세계체제에서 상층은 하층을 끊임없이 지배하고 수탈하는데 그것을 신식민주의예속화라 한다. 사회주의진영이 무너진 이후 제국주의세계체제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신식민주의예속화를 세계적 범위로 확장한 것이다. 신식민주의예속화의 세계적 확장을 신자유주의세계화라 한다.

제국주의세계체제 밖에서 신식민주의예속화를 거부하며 반제노선을 견지하는 세 나라는 북(조선), 꾸바, 이란이다. 베네주엘라와 시리아는 반제노선을 추구하지만 미국과 국교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은 제국주의세계체제 밖에서 자국과 국교관계를 맺지 않고 반제노선을 견지하는 나라를 '테러지원국'이라 부른다.

신자유주의세계화는 제국주의세계체제에서 진행되어온 신식민주의예속화의 마지막 단계이다. 신식민주의예속화는 신자유주의세계화 단계 이상으로 더 나아갈 수 없다. 신자유주의세계화 공세가 극에 이르면 신식민주의예속화정책이 파산하든지 아니면 완료되든지 두 가지 상반된 가능성 가운데 하나로 귀결될 것이다.

주목하는 것은, 오늘 신자유주의세계화 공세에 맞서 싸우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광범위한 반제전선이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곳곳에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명백하게도, 그들의 투쟁은 신식민주의예속화를 반대하고 제국주의세계체제를 타격하는 반제국주의자주화투쟁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은 아래와 같이 네 방향에서 반제국주의자주화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1-1)-(1) 북(조선)과 꾸바는 사회주의계획경제와 사회주의자립경제를 고수하면서 제국주의세계체제에 맞서 싸우는 사회주의반제투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그 두 나라가 반사회주의적대정책에 맞서 싸우기 위해 형성한 반제군사전선이 돋보인다.

1-1)-(2) 베네주엘라, 볼리비아, 에꾸아돌, 니까라과는 진보적 정권교체를 실현한 이후 제국주의세계체제에서 차츰 벗어나고 있으며, 자국의 헌정구조를 진보적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하여 전면적으로 개조하는 제헌투쟁을 벌이는 중이다. 그 나라들에서 전개되는 진보적 제헌투쟁이 돋보인다.

1-1)-(3) 이란과 시리아는 이슬람국가주의에 의거하여 제국주의세계체제에 전면적으로 편입되는 것을 거부하면서 반제전선에 동참하고 있다.

1-1)-(4) 아시아의 남(한국), 필리핀, 인도,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의 콜롬비아와 멕시코 등에서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연대전선이 형성되어 반제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곳곳에 형성된 여러 형태의 반제전선들 가운데서 돋보이는 것은 한(조선)반도의 전략적 위상이다. 한(조선)반도는 전세계에서 신자유주의세계화와 반사회주의적대정책이 집중된 유일한 지역이며, 동시에 반제정치전선이 형성되어 신자유주의세계화 공세에 맞서 싸우고 반제군사전선이 형성되어 반사회주의적대정책에 맞서 싸우는 전세계에서 유일한 지역이다. 남측에 형성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연대전선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 형성된 반제정치전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제국주의점령군과 대치한 북측에 형성된 반제군사전선은 반사회주의적대정책을 무력화하는 사회주의반제투쟁의 중심축이다. 한(조선)반도는 신자유주의세계화 공세를 파탄시키고 신식민주의예속화를 저지하고 반사회주의적대정책을 무력화함으로써 제국주의세계체제에 마침내 파열구를 내게 될 세계반제투쟁의 최전선이다.

1-2) 신자유주의세계화와 '한미동맹관계'

제국주의세계체제의 하층에 있는 남(한국)은 그 체제의 상층중앙인 미국과 매우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한미관계는 국교관계보다 강도가 한층 더 높은 이른바 동맹관계이다.

'한미동맹관계'는 제국주의세계체제의 상층중앙이 하층의 특정한 전략지역을 직접적으로 지배하고 수탈하는, 전세계에서 몇 개 되지 않는 가장 강력한 핵심고리 가운데 하나이다. 한미관계는 미국 연방의회가 '한미동맹강화 결의안'을 이례적으로 채택할 만큼 특별한 관계이다. 물론 남(한국)이 일본이나 유럽연합과 맺은 국교관계도 제국주의세계체제의 상층이 하층을 지배하고 수탈하는 고리들이지만, 그러한 국교관계는 '한미동맹관계'와는 견줄 수 없을 만큼 약한 고리이다.

제국주의세계체제가 형성되기 이전부터 미국은 '한미동맹관계'를 통해서 남(한국)을 지배하고 수탈해왔는데, 제국주의세계체제의 신자유주의세계화 공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한미동맹관계'는 더 공고해졌으며 지배강도와 수탈강도가 더 높아졌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한미동맹체제'라는 개념은 남(한국)이 미국에게 기생하고 예속됨으로써 미국의 지배와 수탈을 당하는 신식민주의체제라는 뜻이다. '한미동맹관계'의 군사지배적 성격을 국제법으로 표현한 것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이고, 그 관계의 이윤수탈적 성격을 국제법으로 표현한 것이 한미자유무역협정이다. '한미동맹관계'는 주한미국군사령부, 주한미국대사관, 주한미국상공회의소라는 세 개의 전략거점에 의해서 유지된다.

그러므로 '한미동맹관계'를 끊어야 신식민주의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고, 제국주의세계체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미동맹관계'를 남겨두고서는 신식민주의체제도 무너뜨릴 수 없고 제국주의세계체제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 한(조선)반도에서 벌어지는 반제투쟁이 '한미동맹관계'를 끊는 반미자주화투쟁으로 전개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한(조선)반도의 반제투쟁은 곧 반미자주화투쟁이다.

그런데 반제투쟁과 반미자주화투쟁을 인위적으로 분리시킬 뿐 아니라, 반미자주화투쟁을 좌파민족주의의 반외세투쟁 정도로 낮춰보면서 오직 반제투쟁 개념만 인정하려는 것은, 반제투쟁의 실천과업을 훼손하면서 '한미동맹관계'를 실재가 아닌 신기루라고 주장하는 사실왜곡이다.

현 시기 반제투쟁의 전략목표는, '한미동맹관계'의 단절, 신식민주의체제의 해체, 그리고 제국주의세계체제에서의 이탈이다. 반제투쟁의 기본방향은 주한미국군사령부 해체와 전면철군, 주한미국대사관의 내정간섭과 정치공작 반대, 미국계 투기자본의 수탈저지와 한미자유무역협정 반대이다. 제국주의반동정권의 요구에 따라 신식민주의체제를 관리해주는 예속정권을 퇴출시키는 진보적 정권교체가 그 전략목표에 포함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한미동맹관계'의 단절을 외면하면서 계급착취관계의 단절만 논하고, 신식민주의체제의 해체를 부정하면서 자본주의체제의 해체만 논하는 서구좌파적 견해가 남(한국)의 사회변혁운동에 자리잡고 있다. 물론 남(한국)에서 자본주의공업화가 진척되어 자본주의시장경제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발달하고 그에 따라 사회적 생산관계에서 자본가의 계급적 착취가 전면화되었지만, 서구좌파적 견해는 그러한 자본주의공업화와 계급착취관계에 집착하여 전체를 바라보지 못하는 협소한 견해다.

강조하는 것은, 남(한국)의 자본주의공업화가 제국주의독점자본에게 빌붙어 성장해온 신식민주의기생자본에 의해서 추진되어왔고, 제국주의세계체제의 상층중앙인 미국이 직접 육성한 신식민주의예속정권이 남(한국)의 자본주의공업화를 이끌어왔다는 점이다. 그에 따라 남(한국)에서는 서구형 자본주의공업화와는 다른 종류의 공업화가 추진되었다. 그것은 신식민주의예속정권의 강압적 개발독재와 신식민주의기생자본의 변태적 자본축적으로 실현된 신식민주의공업화이다.

신식민주의공업화가 추진됨에 따라서 남(한국)의 시장경제는 자본주의세계시장에 수직적으로, 종속적으로 편입되었으며, 신자유주의세계화 공세가 시작된 이후에는 제국주의독점자본 또는 제국주의투기자본에게서 집중적으로 이윤수탈을 당하는 '먹이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자본주의생산관계의 본질과 자본주의체제의 운동법칙을 원리적으로 해명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알려주지 못하는 서구좌파적 견해를 가지고서는 신식민주의예속화의 본질이나 신자유주의세계화의 현실을 인식할 수 없으며,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사회변혁운동의 전략적 사고는 더구나 불가능하다.

2. 21세기 사회변혁운동과 사회계급관계

2-1) 단일한 주체와 두 종류의 투쟁동력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대략 1960년대까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곳곳에 남아있던 구식민주의체제를 해체한 사회변혁운동은 식민지피압박민족이 단결하여 국가예속관계를 끊어버리는 반제투쟁전략에 따라 수행되었다. 식민지피압박민족이 구식민주의체제를 해체한 사회변혁운동의 주체로 된 까닭은, 그 시기의 사회변혁운동이 신식민주의공업화가 실현되기 이전에 일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노동계급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아직 장성하지 못하였고, 봉건주의잔재가 남아있는 도시의 소상품생산자들과 농촌의 소작농이 근로대중의 절대다수를 차지하였다. 그러한 사회계급관계에서 일어난 사회변혁운동이 노동계급의 계급적 단결 및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정치적 단결을 강조하지 않고 식민지피압박민족의 전민족적 단결을 강조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였다.

그에 비해서, 오늘 신식민주의체제를 해체하는 사회변혁운동의 주체는 자신을 식민지피압박민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다. 사회변혁운동의 적대세력이 신식민주의체제의 본질을 은폐하기 때문에, 현 시기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은 자신을 식민지피압박민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신식민주의체제를 해체하는 사회변혁운동의 주체를 식민지피압박민족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물론 남측의 반제전선과 북측의 반제전선이 서로 추진방향은 다르지만 '한미동맹관계'의 단절이라는 공동의 전략목표를 설정하고 있는 한(조선)반도에서, 그리고 분단체제를 해체하고 나라의 통일을 실현해야 하는 한(조선)반도에서 사회변혁운동을 논할 때는 남북(북남) 두 지역을 포괄하는 전민족적 단결을 중시하지만, 그래서 자주파가 좌파민족주의세력이라는 오해를 받곤 하지만, 분단체제가 존재하지 않는 다른 나라의 신식민주의체제에서 사회변혁운동을 논할 때는 노동계급의 계급적 단결 및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정치적 단결을 중시하는 것이 하나의 공식으로 되었다.

신식민주의체제를 해체하는 사회변혁운동은 반제투쟁과 계급투쟁을 결합시킨 동반투쟁전략에 따라 수행된다. 동반투쟁전략을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국가예속관계를 끊는 반제투쟁을 앞세우면서, 일차적으로 중요산업부문에서 계급착취관계를 없애는 계급투쟁을 전개하는 전략이다.

중요한 것은, 사회변혁운동의 투쟁동력을 어디에서 얻는가 하는 실천적 문제이다. 사회변혁운동이 투쟁동력을 얻는 곳은, 그것이 반제투쟁동력이건 계급투쟁동력이건 상관없이, 신식민주의체제의 사회계급관계이다.

반제투쟁동력과 계급투쟁동력은 단일한 주체에서 분출되는 두 종류의 투쟁동력이다. 계급투쟁동력도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서 나오며, 반제투쟁동력 역시 그들에게서 나온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분출한 계급투쟁동력이 국가예속관계의 단절로 향하는 순간, 반제투쟁동력으로 전화되는 것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사회변혁운동에서 반제투쟁과 계급투쟁을 인위적으로 분리하지 않는 까닭은, 세 대륙 곳곳에 존재하는 신식민주의체제가 국가예속관계와 계급착취관계의 결합체 위에 성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본계급과 노동계급 사이에 형성된 계급착취관계는 신식민주의체제의 중심고리이며, 제국주의세계체제 안에 형성된 국가예속관계는 신식민주의체제의 중심축이다. 중심고리와 중심축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체제를 성립하고 유지되어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계급착취관계를 없애는 계급투쟁이 국가예속관계를 끊어버리는 반제투쟁과 분리되지 않음은 두말할 나위 없이 명백하다. 국가예속관계는 계급착취관계를 없애는 계급투쟁과정에서 끊어질 것이며, 거꾸로 계급착취관계 역시 국가예속관계를 끊어버리는 반제투쟁과정에서 없어질 것이다.

신식민주의예속정권을 퇴출시키는 진보적 정권교체는, 국가예속관계의 중심축을 부러뜨리는 반제투쟁이며 동시에 그 정권의 비호를 받으면서 그 정권과 결탁한 신식민주의기생자본의 계급착취관계를 없애는 계급투쟁이다. 또한 신식민주의기생자본을 계급적으로 청산하는 투쟁은, 계급착취관계를 없애는 계급투쟁이며 동시에 제국주의독점자본과 제국주의투기자본을 배격하는 반제투쟁이다. 그러므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사회변혁운동에서 반제투쟁과 계급투쟁을 인위적으로 분리하는 것은 관념의 조작일 뿐 현실인식은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자주파는 반제투쟁에만 집중하고 평등파는 계급투쟁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규정해온 종래의 정파구도인식은 사실왜곡이다. 자주파는 반제투쟁과 계급투쟁을 분리하지 않고 동반투쟁전략을 수행하는데 비해, 평등파는 반제투쟁을 경시하고 계급투쟁에 집중하는 것으로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

2-2) 종심대형의 계급진지와 횡심대형의 연대전선

현 시기 남(한국)에서 반미자주화투쟁과 생존권사수투쟁은 서로 무관하게 벌어지고 있다. 노동조합이나 농민회의 생존권사수투쟁은 '한미동맹관계'를 끊고 신식민주의체제를 해체하는 반제투쟁과 무관하게 전개되며, 진보적 사회단체들의 반미자주화투쟁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생존권사수투쟁과 무관하게 전개된다.

이를테면, 주한미국대사관이나 주한미국군사령부 앞에서 열리는 정치집회에는 노동조합이나 농민회가 거의 참가하지 않고 소수의 진보적 사회단체만 참가한다. 그런 까닭에 반미자주화운동의 투쟁력은 약하다. 다른 한편,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산발적으로 벌이는 생존권사수투쟁에는 진보적 사회단체들이 일상적으로 결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것은 사회변혁운동에서 반제투쟁동력과 계급투쟁동력이 분리, 약화되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아래와 같이 논할 수 있다.

2-2)-(1) 반미자주화투쟁과 생존권사수투쟁이 서로 무관하게 벌어지는 까닭은, 민주노조운동의 투쟁력이 노동계급의 계급적 단결로 전진하지 못하고 생존권사수투쟁으로 분산되어 계급진지(class position) 구축에 실패하였기 때문이다. 생존권사수투쟁은 노동계급이 계급적으로 단결하지 못한 채 벌어지는, 다시 말해서 계급진지가 없는 방어전이다.

노동계급이 방어전에서 승리하여 부분적으로, 잠정적으로 양보를 쟁취할 수는 있지만, 전략적 관점에서 보면 양보획득보다는 역량손실이 훨씬 더 크다. 반제투쟁을 이끌어 갈 담당주체는 방어전으로 역량손실을 보고 있는 노동계급이 아니라, 계급진지에서 출전하는 노동계급이다. 반제투쟁동력과 계급투쟁동력은 계급진지에서 형성되고 분출되는 것인데, 계급진지를 구축하지 못하였으므로 양자가 분리될 수밖에 없다.

계급진지는 노동계급을 계급적으로 단결시켜 민주노조운동의 계급노선을 관철하는 전략거점이다. 민주노총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노총, 상급단체 미가입노조들, 그리고 미조직 생산단위들에서 현장정치활동을 벌이는 수많은 기층조직들이 민주노조운동에 총결집됨으로써 노동계급 전체가 계급적으로 단결되고, 계급진지가 튼튼히 구축되고, 계급노선이 관철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노조운동의 현장정치활동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 속에서도 계급진지를 구축하고,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 속에서도 계급진지를 구축한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 속에 계급진지를 튼튼히 구축해야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사회변혁과정에서 중요산업을 사회주의국유화로 이끌어 갈 수 있고,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 속에 계급진지를 튼튼히 구축해야 사회변혁과정에서 중소자본에 대한 민주주의적 통제를 실현할 수 있다. 중요산업의 사회주의국유화와 중소자본에 대한 민주주의적 통제는 그 제도의 운영주체인 노동계급이 계급의식화되지 못하는 경우 상명하복의 지령경제로 실패할 것이다.

만일 민주노조운동이 계급진지를 구축하지 못하고 계급노선에서 벗어나 사회민주주의에 기울어지면, 제아무리 임단협투쟁을 전투적으로, 줄기차게 벌인다고 해도 오래 가지 못하고 쇠퇴, 몰락하고 말 것이다. 일본노동조합총평의회(총평)와 일본사회민주당(사민당)의 동반몰락이 주는 정치적 교훈이 그것이다.

계급진지는 수많은 기층조직들에 의해서 구축된 것이므로 동력강화기능을 갖는다. 만일 민주노총 산하 1천143개 조합의 투쟁력이 생존권사수투쟁으로 분산되지 않고 계급진지로 통합된다면, 노동계급의 최강전략공세인 전면적 총파업(general strike)도 가능하다. 그러나 계급진지를 구축하지 못하고 벌이는 파업은 성과 없는 결말 또는 역량손실로 귀결된다.

군사학 용어를 빌려 표현하면, 계급진지는 민주노동운동의 동력이 종심대형으로 배치된 강력한 투쟁거점이다. 투쟁동력을 종심대형으로 배치한 계급진지는 상대의 전략거점들을 타격하는 진격전과 집중공격에 결정적으로 유리하다. 노동계급이 계급적으로 단결한 계급진지를 구축하는 것은, 현 시기 노동계급이 수행해야 할 최고의 정치적 임무이다.

여기서 나서는 실천적인 문제는, 민주노조운동이 어떻게 해야 방어전의 역량손실을 피하면서 계급진지를 구축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노동계급이 기층조직 현장정치활동을 통해서 자신을 끊임없이 계급의식화하는 것이다. 해결방도는 민주노조운동을 통한 계급의식화라는 아주 오래된, 그러나 아직 해결하지 못한 근원적인 문제로 돌아간다.

2-2)-(2) 반미자주화투쟁과 생존권사수투쟁이 서로 무관하게 벌어지는 까닭은, 민주노조운동이 각계각층 대중운동과의 연대전선(united front)을 형성하지 못하고 단독적으로 생존권사수투쟁을 벌여온 오랜 관행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조운동의 생존권사수투쟁은 반드시 각계각층 대중운동의 생존권사수투쟁과 통합되어 커다란 연대전선을 형성해야 승리할 수 있다. 단독적으로 벌인 투쟁은 정치적으로 고립될 수밖에 없다.

군사학 용어를 빌려 표현하면, 계급진지가 민주노조운동의 종심대형으로 구축되는 것과 달리, 연대전선은 민주노조운동, 농민운동, 빈민운동, 청년운동, 학생운동, 여성운동, 장애인운동, 지식인운동 등 각계각층 대중운동의 동력을 횡심대형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투쟁동력을 횡심대형으로 배치한 연대전선은 타격대상을 정치적으로 고립시키고 전략거점들을 포위공격하기에 결정적으로 유리하다.

각계각층 대중운동이 각자 벌이는 방어전을 연대투쟁으로 모아내는 집결지점이 민중대회(people's rally)이다. 민중대회는 민주노조운동의 단독적인 방어전과 각계각층 대중운동의 산발적인 방어전을 일치된 방향으로 결집, 통합하여 공세를 가하는 결정적인 계기이다.

물론 민중대회가 한 해에 한 두 차례 정도 일어나는 계기투쟁이므로, 민중대회에서 투쟁동력이 결집, 통합되었다 해도 그 대회가 끝나면 다시 흩어지게 된다. 각계각층 대중운동의 투쟁동력을 특정계기에 일회적으로 결집, 통합하는 것만이 아니라, 조직체계를 세워 상시적으로 결집, 통합하려면 반드시 연대전선을 형성하여야 한다. 따라서 해결방도는 연대전선 형성이라는 아주 오래 된, 그러나 아직 충분하게 해결하지 못한 근원적인 문제로 돌아간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정치적 단결을 위하여 건설한 연대전선의 전략거점을 상설연대체(permanent united body)라 한다. 상설연대체의 역할과 임무는 연대전선을 형성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상설연대체를 건설해야 연대전선을 형성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진보정당은 산하에 수많은 기층당조직을 두지만, 상설연대체는 산하에 기층조직을 두지 않고 각계각층 대중운동의 동력을 연대전선으로 모아들이거나 민중대회를 통해 뿜어낸다. 연대전선의 결집기능과 민중대회의 분출기능은 상설연대체가 작동시키는 것이다.

상설연대체가 개최하는 민중대회의 목적도 연대전선을 형성하고 강화하는데 있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정치적으로 단결한 연대전선을 형성하지 못하면, 민주노조운동의 단독적인 방어전이나 각계각층 대중운동의 산발적인 방어전은 역량손실을 되풀이하게 되며, 각계각층 대중운동의 총공세는 불가능하다. 민주노조운동의 단독적인 방어전과 각계각층 대중운동의 산발적인 방어전을 연대투쟁으로 결집, 통합하는 상설연대체가 연대전선을 형성하고, 연대전선에서 민중대회를 열어야 위력적인 공세를 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상설연대체를 대중단체총연합회처럼 운영하지 말고 연대전선의 투쟁거점으로 계속 강화,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2-2)-(3) 반미자주화투쟁과 생존권사수투쟁이 서로 무관하게 벌어지는 까닭은, 사회변혁운동의 적대세력이 한미관계의 신식민주의적 본질을 동맹관계로 위장, 은폐해놓았기 때문이다. 남측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은 '한미동맹관계'에서 가끔 발생하는 미국군 병사의 범죄나 신식민주의정권의 대미굴종행위 등을 '불평등한 한미관계'의 산물 정도로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 관계의 신식민주의적 본질을 직접 목격하지는 못한다. 남측의 일반적인 사회여론이 '한미동맹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안보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식의 거꾸로 된 고정관념에 묶여있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러한 고정관념에 대해 비판적인 지식인들조차도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외교활동으로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착각하거나, 또는 '불평등한 한미관계'가 강대국과 약소국 사이에서 생기는 불가피한 외교현실이라고 간주한다.

남측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그러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그들이 반제투쟁에 나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조성되거나 심지어는 반미감정이 사회적으로 확산되었는데도 '한미동맹관계'를 끊고 신식민주의체제를 해체하는 반제투쟁이 일어나지 않았던 까닭이 거기에 있다.

눈에 띄지 않도록 감춰진 '한미동맹관계'의 신식민주의적 본질을 위장막과 은폐물 밖으로 끌어내는 폭로선전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 관계의 신식민주의적 본질을 위장, 은폐하고 있는 힘이 그 본질을 폭로하려는 힘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에 그러하다. 그러므로 제한적인 폭로선전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더 효과적인 방도를 찾아낼 필요가 있다. 그 방도는 한미관계가 아니라 남(한국)의 사회계급관계 속에 있다.

2-3) 반제의식화와 현장정치활동

반제의식화는 민주노조운동이 노동계급을 계급의식화하고, 각계각층 대중운동이 근로대중을 진보의식화는 것을 통해서, 그것에 의해서 실현되는 것이다. 사회변혁운동에서 반제투쟁과 계급투쟁이 분리되지 않는 것처럼, 반제의식화는 계급의식화, 진보의식화와 분리되지 않는다.

그런데 사회변혁운동의 적대세력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정치적인 무의식상태에 머물러 있도록 방치하지 않고, 교육, 언론, 종교, 문화부문에서 작동시키는 각양각색의 이념주입장치를 통하여 그들을 몰계급적이고 비진보적인 내용으로 이미 일탈의식화하였다. 이를테면, 대선이나 총선에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수구우파정당에 투표하여 자신의 계급적 처지와 상반되는 정치적 선택을 되풀이하는 것은 가장 돋보이는 일탈의식화 현상이다. 일탈의식화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을 계급의식화, 진보의식화, 반제의식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념주입장치를 통하여 이미 일탈의식화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을 계급의식화, 진보의식화, 반제의식화하는 과업은 반드시 민주노조운동과 각계각층 대중운동을 통해서 실현되어야 한다.

그러나 민주노조운동과 각계각층 대중운동이 반제의식화교육을 진행한다 해도,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생산현장과 생활현장에서 '한미동맹관계'를 체험하는 것이 아니므로 그 관계의 신식민주의적 본질을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다. 더욱이 민주노조운동과 각계각층 대중운동은 아직 자체의 의식화교육체계를 탄탄하게 꾸려놓지 못한 실정이며, 반제의식화교육을 담당할 현장정치활동가도 너무 적다. 이러한 사정은 민주노동당도 마찬가지이다. 해결방도에 관해서는 아래와 같이 논할 수 있다.

2-3)-(1) 현장정치활동(on-the-spot political activity)을 결정적으로 강화, 발전시켜야 한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반제의식화는 그들의 생산현장과 생활현장에서 벌이는 현정활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현정활동의 기본은 의식화교육(consciousness-raising education)이다.

노동조합, 근로대중조직, 사회단체들 속에서 현정활동을 일상적이고 침투적인 방식으로 벌이기 위해서는 의식화교육체계를 신설, 확장하고 정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노동계급의 생산현장,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산현장, 농민의 생활현장, 도시빈민의 생활현장, 영세자영업자의 생활현장, 대학생계층의 생활현장이 현정활동의 일차적 전략목표로 된다. 현정활동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직접적인 이익을 옹호, 보장하고 생활상의 요구를 해결하는 투쟁과 밀접히 결부시켜 '피부에 와 닿는 정치활동'으로 되어야 한다. 이것은 민주노조운동과 각계각층 대중운동의 가장 기초적인 단위에서부터 계급의식화, 진보의식화, 반제의식화를 진행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정치활동이라는 말 앞에 현장이라는 말을 덧붙여 그 뜻을 강조하는 것이다. 현정활동은 현장의 구체적인 조건에 따라 수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선동선전활동, 노동자정치학교, 농민정치학교, 활동가육성, 전술투쟁조직 등이 포함될 것이다.

현정활동의 성과는 기층조직에서 얻을 수 있다. 정치활동가들은 노동계급의 생산현장과 근로대중의 생활현장에서 기층조직 현정활동을 벌여야 한다. 이를테면, 민주노총의 활동가들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 속에서 기층조직 현정활동을 벌여야 하고, 전농을 비롯한 근로대중조직들의 활동가들은 농민, 도시빈민, 지역주민을 비롯한 각계각층 대중 속에서 기층조직 현정활동을 벌여야 하고, 민주노동당의 활동가들은 대도시 지역주민들 속에서 기층조직 현정활동을 벌여야 한다. 그런데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지금 각 부문의 기층조직실태나 기층조직 현정활동의 실태에 관한 정보는 파악할 길이 없다.

일차적으로, 20명 정도로 이루어진 노조학습반, 마을분회, 지역주민협의회, 당원협의회, 청년분회, 대학생 동아리 등을 1만개 조직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민주노조운동에서 단련된 현장정치활동가들이 민주노총 산하 1천143개 조합에서 기층조직 건설운동을 밀고 나가 기층조직 5천 개를 건설하면, 조합원 10만 명을 새로운 투쟁역량으로 육성할 수 있으며, 민주농민운동에서 단련된 현장정치활동가들이 전농 산하에 있는 101개 시농민회와 군농민회에서 마을분회 건설운동을 밀고 나가 기층조직 500개를 건설하면, 농민회원 5만 명을 새로운 투쟁역량으로 육성할 수 있다. 빈민운동, 청년운동, 학생운동도 그렇게 할 수 있다. 특히 민주노총의 기층조직 건설운동을 한국노총 산하 3천429개 조합으로 확대하고, 상급단체 미가입노조 1천317개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남측의 인구수로 보나 사회변혁운동의 발전단계로 보나, 오늘 사회변혁운동에 제기된 일차적 과제는, 조직화되고 의식화된 20만 명의 투쟁대오와 1만 명의 30-40대 현장정치활동가를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현장정치활동가 육성사업과 기층조직 현정활동은 사회변혁운동이 일어서느냐 주저앉느냐를 결정하는 사활적 과제이다.

2-3)-(2) 의식화교육을 기층조직 안에서만 진행할 것이 아니라 투쟁현장에서도 진행하는 방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투쟁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의식화교육은 짧은 시간 안에 훨씬 더 많은 성과를 내올 수 있다. 생존권사수투쟁은 의식화교육을 위한 최적의 공간이므로, 의식화교육을 생존권사수투쟁과 밀접하게 결부시켜 밀고 나가는 것이다. 현장정치활동가들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생존권사수투쟁이 벌어지는 현장에 나가 계급의식화교육과 진보의식화교육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3. 21세기 사회변혁운동과 진보적 정권교체

3-1) 투쟁동력을 분출하는 전략공세

자발적으로 참가한 자원봉사자들이 100만 명에 이른 태안방제작업은, 특정한 조건이 갖춰지기만 하면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 잠재된 힘이 엄청난 폭발양상으로 분출될 수 있음을 현실로 입증하였다. 기층조직 건설운동과 현정활동 강화사업이 종심대형의 계급진지와 횡심대형의 연대전선을 튼튼히 형성할 때, 태안방제작업에서 100만 명의 군중이 보여준 거대동력의 집중과 분출이 사회변혁운동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종심대형의 노동계급과 횡심대형의 근로대중이 사귀면서 십자형으로 포진하고 반제투쟁동력과 계급투쟁동력을 분출할 때, 그 타격방향은 신식민주의예속정권에게 집중될 것이 분명하다. 계급진지에서 출전한 노동계급의 총파업과 연대전선의 기치 아래 총결집한 근로대중의 민중대회가 결합할 때, 정권퇴출투쟁이 일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계급진지와 연대전선이 튼튼하게 구축, 형성되지 못하였을 때는 정권퇴출투쟁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한 준비를 갖추지 못했는데도 정권퇴출투쟁을 시도하는 것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을 무모하고 해로운 모험주의에 밀어 넣는 것이다. 정권퇴출투쟁은 투쟁지도부의 선동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 잠재되어 있던 정치적 요구가 짓눌리다가 마침내 지축을 울리는 굉음을 내며 폭발하는 것이다. 사회변혁운동의 적대세력이 항쟁지도부를 검거하거나 시위대오를 폭력적으로 공격해도 계급진지와 연대전선을 모조리 파괴하기 전에는 정권퇴출투쟁을 저지할 수 없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사회변혁운동의 전략공세가 집중될 곳은 최대전략지역이다. 최대전략지역은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인 서울이다. 2007년 현재 남측의 총인구 4천800만 명 가운데 서울과 인천의 인구는 1천760만 명이다. 서울, 인천, 경기를 포함한 수도권에 경제집중도가 심화되어 2007년 말 현재 수도권 자산총액은 71.43%를 차지하였다. 정권퇴출투쟁의 승패는 서울에서 판가름나게 될 것이다.

최대전략지역의 사회계급구성에서 주목해야 할 사회계층은 도시중산층과 대학생계층이다. 특히 도시중산층은 사회변혁운동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한다. 도시중산층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서 사회변혁운동이 승리할 수 있으리라고 낙관하는 것은, 사회변혁운동의 역량관계를 알지 못하는 비현실적인 사고방식이며 신식민주의공업화 초기에 생겨났던 낡은 사고관행이다.

산업화, 도시화, 중산층화가 아직 실현되지 않았던 지난 시기의 사회변혁운동이 농민을 견인하여 노동계급과 농민의 양자동맹을 추진하였던 것에 비해, 21세기 사회변혁운동은 노동계급과 농민이 도시중산층을 견인하여 노동계급과 농민과 도시중산층의 삼자연대를 추진한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사회변혁운동의 투쟁동력이 분출되는 전략적 공세기에 도시중산층이 만일 사회변혁운동의 적대세력에게 기울어지면 사회변혁운동은 패배할 것이고, 그 계층이 진보연대전선과 진보정당에게 기울어지면 사회변혁운동이 승리할 것이다.

도시중산층의 대부분은, 이해관계가 통합되지 않아서 분산과 분열이 심하고 정치적 단결력이 약한 사무직노동자와 자영업자들이다. 그런데 자영업자의 78.3%가 40대 이상이고, 가장 보수적인 사회정치의식을 가진 집단이다. 2007년 12월 대선에서 자영업자의 58.1%가 이명박에게 투표하였는데, 이것은 가정주부의 이명박 투표율 59.7%에 육박한다. 자영업자의 정치관심도는 1998년에 28.7%이었던 것이 2007년에는 13.8%로 줄었고, 그 대신에 교육관심도는 25.2%에서 43.3%로 급증하였고, 부동산, 주택, 토지에 대한 관심도는 18.2%에서 32.5%로 늘었고, 사회복지제도에 대한 관심도는 5.9%에서 12.1%로 늘었다. 이러한 현실은 교육강령, 주택강령, 사회복지강령을 중시하는 과제를 사회변혁운동에게 안겨주었다.

종업원 다섯 명 미만의 영세자영업자들 가운데 경영난에 빠진 비율은 72.4%이며, 2005년 현재 그 계층의 폐업비율은 92.6%이다. 이것은 자영업자계층 가운데서도 급격히 몰락하는 영세자영업자에게 사회적 고통과 정치적 불만이 집중되었음을 뜻한다. 이러한 현실이 말해주듯, 영세자영업자계층을 정책적으로 보호하는 것은 사회변혁운동의 중요한 과제로 되었다.

요즈음 대학가에서는 취업준비전투가 벌어지고 있는데, 신식민주의경제위기가 고용감소를 심화시킬수록 대학생계층은 가혹한 취업전쟁에 더 깊숙이 끌려갈 것이다. 청년취업률이 27%로 곤두박질치고, 15살에서 29살까지 청년계층 취업인구의 33%가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이러한 현실이 말해주듯, 사회변혁운동은 사회적 불만이 가득한 청년학생계층에게 다가가는 과제를 중시할 필요가 있다.

정권퇴출투쟁을 위하여 투쟁동력을 끊임없이 축적, 강화해야 하는 까닭은 아래와 같이 논할 수 있다.

3-1)-(1) 정권퇴출투쟁을 위하여 투쟁동력을 축적, 강화해야 하는 까닭은, 그 투쟁이 신식민주의체제를 직접적으로 관리, 통제하는 거점을 타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예속관계와 계급착취관계 위에 성립된 신식민주의체제를 직접적으로 관리, 통제하는 거점은 신식민주의예속정권이다. 정권퇴출투쟁만이 신식민주의체제의 관리통제거점을 타격하여 그 체제를 해체할 수 있는 것이다.

3-1)-(2) 정권퇴출투쟁을 위하여 투쟁동력을 축적, 강화해야 하는 까닭은, 그 투쟁이 반제투쟁동력과 계급투쟁동력을 결합시킨 거대한 폭발력을 지니기 때문이다. 정권퇴출투쟁은 국가예속관계를 끊어버리고 계급착취관계를 없애는 결정적인 의의를 갖는다.

3-1)-(3) 정권퇴출투쟁을 위하여 투쟁동력을 축적, 강화해야 하는 까닭은, 그 투쟁에 의해서만 진보적 정권교체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식민주의체제에서 진보적 정권교체를 실현하면 신식민주의체제는 해체될 것이며 진보적 민주주의가 실현될 것이다. 진보적 정권교체는 진보적 민주주의의 전략적 승리이다.

3-1)-(4) 정권퇴출투쟁을 위하여 투쟁동력을 축적, 강화해야 하는 까닭은, 계급진지와 연대전선을 튼튼하게 구축, 형성하면 정권퇴출투쟁이 필연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계급진지와 연대전선을 튼튼하게 구축, 형성하였는데도 정권퇴출투쟁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는 없다. 계급진지와 연대전선이 튼튼하게 구축, 형성되어 정권퇴출투쟁이 일어나는 것은 사회변혁운동의 합법칙성이다.

3-2) 진보적 정권교체의 유형과 우리 식의 진보적 정권교체

변화를 바라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정치적 요구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구호는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일 것이다. 그런데 그 구호는 변화대상으로 지목한 '세상'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인지를 설명해주지 않는다. 변화대상을 설명하는 것은 정치활동가들의 몫이다.

사회변혁운동이 바꾸려는 '세상'은 정권구조(regime structure), 헌정구조(constitutional structure), 경제구조(economic structure), 사상의식구조(ideological structure)로 이루어져 있는 거대한 현실이다. 그러므로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에는 4대 구조를 모두 바꾸자는 뜻이 담겨있다.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를 제시한 사회변혁운동은 4대 구조를 바꾸는 운동이며, 세상을 바꾸려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정치적 요구는 4대 구조를 바꾸려는 근본적이고 혁명적인 요구인 것이다.

정권구조를 바꾸는 것은 정권교체이고, 헌정구조를 바꾸는 것은 제헌이고, 경제구조를 바꾸는 것은 사회적 생산관계의 교체이고, 사상의식구조를 바꾸는 것은 인간개조이다.

사회변혁운동은 4대 구조 가운데서 가장 약한 구조가 무엇인가를 찾아내야 한다. 힘을 집중하여 가장 약한 구조를 신속하고 결정적으로 타격해야 승리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하다.

4대 구조 가운데서 가장 약한 구조는 정권구조이다. 다른 구조들은 바꾸기가 더 힘들다. 그러므로 4대 구조 가운데서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정권구조이다. 정권구조를 바꿔야 나머지 구조들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하다. 헌정구조, 경제구조, 사상의식구조를 바꿔나가기 위해서 정권구조를 먼저 바꾸는 것을 진보적 정권교체라 한다. 이것은 사회변혁운동이 진보적 정권교체에 왜 힘을 집중해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며, 사회변혁운동에서 집권전략이 왜 결정적으로 중요한가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정권구조를 바꾸는 정권교체의 가능성은 선거, 군사정변, 대중항쟁이다. 그 밖의 다른 가능성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실제로는 선거, 군사정변, 대중항쟁이 몇 가지 융합된 형태로 일어날 것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인 전망이다. 이를테면, 군사정변과 선거가 융합되는 정권교체가 있고, 대중항쟁과 선거가 융합되는 정권교체가 있으며, 군사정변과 대중항쟁이 융합되는 정권교체가 있다.

군사정변은 진보적 군사정변과 반동적 군사정변으로 나누어진다. 1983년 진보적 성향의 우고 차베스(Hugo Chavez)가 결성한 정치조직 '혁명적 볼리바리안 운동-200(Revolutionary Bolivarian Movement-200)'이 주도하여 1992년에 일으켰으나 실패한 베네주엘라의 군사정변이 진보적 군사정변의 전형이다. 1961년 5월에 박정희를 중심으로 한 군부세력이 일으킨 군사정변이나 1980년 12월에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세력이 일으킨 군사정변은 모두 반동적 군사정변이다. 남(한국)에서는 앞으로 진보적 군사정변이나 반동적 군사정변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남(한국)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정권교체경로는 선거와 대중항쟁으로 좁혀지지만, '선거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으며 대중항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 까닭은 아래와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선거혁명'은 5년 주기로 총선득표율을 끊임없이 높여 의회권력을 잠식해 들어가는 장기적 잠식전이 성공해야 실현될 수 있다. 진보정당의 의정활동은 의회권력의 일부를 잠식하여 법제구조(legal structure)의 일부를 개정하는 것이다. '선거혁명'은 법제구조의 일부를 개정하는 것 이상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점에서 불가능한 혁명이다.

남(한국)에 정부가 세워진 1948년 8월 이후 60년 동안 '선거혁명'은 가능성조차 보이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2003년 4월 총선에서 약진하여 10개 의석을 차지하였는데, 개헌의석 3분의 2선을 확보하는 과제를 단순히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그러한 약진기세를 굴곡 없이 유지하여 18차례의 총선을 거쳐 72년이 지난 뒤에 과제를 완수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이 대선승리로 '선거혁명'에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상상할 수도 있으나, 그것 역시 희망적 사고이다. 민주노동당이 선거승리로 수구우파정당과 중도우파정당의 양당구도를 돌파할 가능성은 없으며, 베네주엘라나 볼리비아와 달리 '한미동맹관계'로 강화된 신식민주의체제에서 '선거혁명'으로 진보적 정권교체를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남측 신식민주의체제에서는 정당구도의 사회계급적 기초가 '선거혁명'의 가능성을 부정하기 때문에 그러하다.

신식민주의체제에서 '선거혁명'이 불가능하다는 말은 진보적 정권교체가 튼튼한 정치역량과 고도의 정치기술을 요구하는 정권퇴출투쟁으로 가능하다는 뜻이지, 선거를 원천적으로 배제한다는 뜻은 아니다. 진보적 정권교체가 밟아갈 복잡한 경로에서 선거는 여러 과정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진보적 정권교체는 초역사적인 개념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진보적 정권교체의 유형은 자본주의형, 구식민주의형, 신식민주의형으로 구분된다. 세 유형으로 구분되는 까닭은 진보적 정권교체가 실현되는 사회계급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형 정권교체는 자본주의공업화가 실현된 사회계급관계에서 일어나는 정권교체이고, 구식민주의형 정권교체는 자본주의공업화에 이르지 못한 구식민주의체제의 사회계급관계에서 일어나는 정권교체이며, 신식민주의형 정권교체는 신식민주의공업화가 실현된 사회계급관계에서 일어난 정권교체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남(한국)의 사회변혁운동이 추구하는 진보적 정권교체의 유형은 신식민주의형 정권교체이다. 남(한국)에서 실현될 진보적 정권교체는 소베에트형, 스웨덴형, 베트남형, 베네주엘라형을 모방한 정권교체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우리 식의 독창적인 유형이 될 것이다. 우리 식의 진보적 정권교체를 코리아형 정권교체라고 부를 수 있다.

신식민주의공업화가 실현된 사회계급관계에서 정권교체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남(한국)의 정권교체가 베네주엘라의 정권교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할 수도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베네주엘라의 정권교체는 단순히 '선거혁명'이 아니라, 진보적 군사정변, 선거승리, 정권수호투쟁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면서 여러 차례의 위기를 넘기고 최근에는 제헌투쟁이 좌절하여 소강상태에 접어든 장기전 형식의 정권교체이다. 베네주엘라와 볼리비아에서 실현된 진보적 정권교체는, 계급진지와 연대전선이 튼튼히 구축, 형성되지 못하고 따라서 대중항쟁이 일어나지 않은 조건에서 원주민과 도시빈민계층의 정치적 지지기반에 의존하였으므로 정권교체가 장기전 형식으로 진행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주한미국군사령부, 주한미국대사관, 주한미국상공회의소라는 제국주의전략거점이 세워져 있는 이 땅에서 장기전은 곧 사회변혁의 좌절을 뜻한다. 이 땅의 사회변혁은 최단기간에 진행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코리아형 정권교체는 베네주엘라형 정권교체로 되지 않을 것이다.

코리아형 정권교체는 아직 실현되지 못하였다. 그것은 남(한국)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쟁취해야 할 미래형이자 진보정당과 진보연대전선이 추구하고 있는 현재진행형이다. 우리 식의 진보적 정권교체는 대중항쟁과 선거가 융합된 방식으로 일어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우리 식의 진보적 정권교체경로에 대중항쟁이 들어가는 까닭은, 대중항쟁이라는 가장 강력한 충격을 가하면서 정권구조를 신속하고 결정적으로 타격해야 남(한국)에 세워진 견고한 신식민주의체제를 해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식의 진보적 정권교체경로에서 일어날 대중항쟁은, 1960년 4월, 1980년 5월, 1987년 6월에 일어났던 미완성 대중항쟁의 역사적 과업을 완수하는 완성된 대중항쟁으로 될 것이다. 그것은 종심대형의 계급진지와 횡심대형의 연대전선이 십자형으로 포진한 상태에서 일어나는 대중항쟁일 것이며, 집권능력을 준비한 진보정당이 앞장서는 대중항쟁일 것이다. 또한 우리 식의 진보적 정권교체경로에서 대중항쟁과 융합될 선거는, 요즈음 실시되는 난장판 같은 선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그리하여 남(한국)에서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가장 민주적인 선거가 될 것이다.

4. 21세기 사회변혁운동의 당면과제들

4-1) 사회변혁운동의 유기적 구성과 동력순환

사회변혁운동은 기층조직, 계급진지, 연대전선, 진보정당의 네 단위가 서로 연결된 가운데 전개되는 운동이다. 사회변혁운동의 동력축적기능은 기층조직이, 동력강화기능은 계급진지가, 동력결집기능은 연대전선과 진보정당이, 동력분출기능은 총파업과 민중대회가 각각 작동시킨다.

사회변혁운동의 네 단위를 유기적으로 구성해야, 사회변혁운동의 네 기능을 유기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 또한 사회변혁운동의 네 기능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사회변혁운동의 동력이 정상적으로 순환될 수 있다. 사회변혁운동의 유기적 구성과 동력순환은 이명박정권의 고립화공세와 탄압공세를 막아내고 사회변혁운동을 수호하고 전진시킬 유일한 방략이다. 또한 사회변혁운동의 유기적 구성과 동력순환은 생존권사수투쟁을 전략공세로 전화시켜 정권퇴출투쟁으로 이끌어 갈 것이다. 오늘 사회변혁운동에게는 기층조직, 계급진지, 연대전선, 진보정당을 더욱 정비, 보강하면서, 동력축적기능, 동력강화기능, 동력결집기능, 동력분출기능을 활성화하고 유기적으로 작동시키는 과제가 주어졌다.

현 정세의 변화방향을 가늠해 볼 때, 사회변혁운동과 이명박정권의 대결은 불가피하게 보인다. 중도우파정권을 느슨하게 대해왔던 관행에서 벗어나서 투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사회변혁운동을 수호하고 그 역량을 보전하는 길이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군사학의 진리를 되새겨본다면, 사회변혁운동의 공격전략을 수행할 힘이 아직 준비되지 못한 현재의 조건에서 다양한 공격전술을 개발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이다. 전술투쟁은 역량을 보전하는 범위 안에서, 투쟁동력을 축적, 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전개할 필요가 있다.

4-2) 사회변혁운동과 조국통일운동의 상호연계

남측의 신식민주의체제와 한(조선)반도의 분단체제는 분리되지 않는다. 다른 나라의 사회변혁운동과 달리, 남(한국)의 사회변혁운동은 분단체제라는 특수한 현실에서 전개된다. 이 땅의 사회변혁운동이 분단체제를 외면하는 것은 실패를 자초하는 일이다.

전망적으로 논하면, 사회변혁운동이 진보적 정권교체를 실현하는 동안에 조국통일운동은 나라의 통일과업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이며, 조국통일운동이 자주적 통일정부를 세우는 동안에 사회변혁운동은 진보적 민주주의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진보적 정권교체 실현과 자주적 통일정부 수립을 분리할 수 없고, 진보적 민주주의 완성과 나라의 통일과업 완수를 분리할 수 없다. 이러한 불가분리성은 신식민주의체제를 해체하는 사회변혁운동과 분단체제를 해체하는 조국통일운동을 상호연계하는 과제를 제기하였다.

남측에서 일어나는 사회변혁운동이 기층조직, 계급진지, 연대전선, 진보정당의 유기적 구성에 의거하는 것에 비해, 전민족적 범위에서 일어나는 조국통일운동은 각계각층 사회단체, 6.15민족공동위원회, 전민족적 정치연대, 상설협의기구의 유기적 구성에 의거한다.

기층조직, 계급진지, 연대전선, 진보정당이 분단체제를 해체하기 위한 조국통일강령을 가질 때, 나라의 통일을 바라는 광범위한 대중을 지지기반으로 확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상설연대체와 진보정당에 참가한 각계각층 대중조직들은 6.15민족공동위원회를 강화, 발전시켜 전민족적 정치연대를 형성하고 상설협의기구를 창설하기 위하여 힘써야 한다.

4-3) 사회변혁운동의 전략적 사고

각 부문과 단위에서 일하는 현장정치활동가들에게 사회변혁운동의 전략적 사고가 요구된다. 현장정치활동에서 전술적 사고는 필수적이고 결정적이지만, 현장정치활동을 맡았다고 해서 전술적 사고에만 능하고 전략적 사고가 빈약하면 사회변혁운동의 발전수준을 끌어올리지 못한다. 현장정치활동가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사고의 전략화(strategization of thinking)이다.

사고의 전략화는 끊임없는 학습, 토론, 사색으로 가능한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투쟁에 헌신하였던 유명무명의 정치활동가들은 한결같이 철저한 학습기풍을 세웠다.

학습태만과 연구태만은 사회변혁운동의 전략적 사고를 불능화한다. 정치활동가의 학습태만은 일차적 혁신대상이다. 정치적 무능의 원인은 학습태만과 연구태만에서 오는 지적 무능이다. 2008년 1월 현재 남(한국)의 자본계급이 세운 기업부설연구소는 1만5천 개이며, 연구개발비는 21조1천268억 원, 연구인력은 19만3천574 명인데, 사회변혁운동 발전을 위한 연구활동거점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적다.

학습, 토론, 사색은 서구좌파이론을 배워 흉내내는 지적 모방이 아니라, 정세인식과 현장정치활동을 위한 이론을 해명하고, 진보연대전선의 대중투쟁전술을 개발하며, 진보적 정권교체를 위한 집권전략을 개발하기 위한 투쟁과정이다.

4-4) 사회변혁운동의 계획화와 지도구심체의 정립

사회변혁운동은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지 않으며, 무계획적으로 발전되지 않는다. 사회변혁운동은 민주노조운동과 근로대중운동이 거쳐온 기나긴 자연생장단계를 뛰어넘는 고도로 계획화된 과학적 운동이다. 그러므로 사회변혁운동에는 정밀한 전략계획과 풍부한 과학지식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사회변혁운동과 조국통일운동의 발전전망은 과학적으로 정밀하게 작성된 계획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요즈음 두서없이 말하는 '진보정치의 위기'란, 정치활동가들에게 사회변혁운동의 발전계획이 없고,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 사회변혁운동의 발전전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위기의식이 퍼진 지금이야말로 사회변혁운동이 민주노조운동과 근로대중운동의 기나긴 자연생장단계를 뛰어넘어 자신을 계획화할 때이다. 그 계획화는 사회변혁운동발전 1차 5개년 계획을 세우는 과업으로 진행될 수 있다.

물론 사회변혁운동을 계획화하려면 그 운동을 이끄는 지도구심체가 존재하여야 하는데, 지금 남측의 사회변혁운동에는 지도구심체가 없고 여러 정파들만 있다. 그러나 정파들만 있다고 해서 사회변혁운동을 언제까지나 무계획적으로 추진할 수는 없으므로, 우선 각 정파별로 사회변혁운동의 계획화를 추진하는 잠정적인 대응노력이 요구된다. 사회변혁운동의 계획화가 그 운동에 참가한 대중운동의 검토와 동의를 받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도구심체가 없고 정파들만 존재하는 조건에서는 사회변혁운동이 제대로 계획화될 수 없으므로 사회변혁운동이 정파수준 이상으로 발전할 수 없다. 끊임없이 갈등과 대립을 일으키는 정파관계에서 사회변혁운동이 높은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회변혁운동이 무엇인지 모르는 무지와 몽상이다. 정파관계가 거쳐온 기나긴 자연생장단계를 뛰어넘은 지도구심체 정립은 사회변혁운동의 전략적 공세기를 내다보며 준비하는 최고과제이다.

지도구심체는 현존하는 정파구도와 무관한 정치적 무중력상태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정립될 수는 없을 것이다. 진보정당이나 상설연대체의 지도부를 구성하는 방식과 달리, 지도구심체 정립은 정파들 사이의 담합이나 표결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사회변혁운동의 오랜 실천과정에서 정립되는 것이다. 어느 정파가 제시한 사회변혁운동의 이념과 노선, 전략과 계획이 과학적인가 하는 문제는 사회변혁운동의 실천과정에서 객관적으로 입증될 것이며, 지도구심체는 과학적 이념과 노선, 전략과 계획을 실천으로 입증하는 정파를 통해서 정립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사회변혁운동의 전략적 공세기는 20년이 지난 뒤에나 조성될 먼 미래의 일이 아니므로, 지도구심체를 정립하는 사회변혁운동의 최고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금부터 힘써야 할 것이다.

지도구심체를 중심으로 단결한 사회변혁운동은 어떤 나라에서도 아직 경험하지 못한 변혁의 새벽길을 걸어가며 독창적인 사회변혁유형을 창조할 것이다. (2008년 2월 1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