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조선)반도의 비핵화, 북(조선)의 사회주의반제투쟁, 남(한국)의 민주주의혁명

 

<차례>
1. 9.19 공동성명 다시 읽기
2. 중국정부의 억지와 무지
3. 정설 속에 들어있는 또 하나의 의미
4. 사회주의반제투쟁의 두 가지 목적
5. 사회주의반제투쟁과 민주주의혁명

1. 9.19 공동성명 다시 읽기

"북(조선)이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하는 조건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것은 2006년 2월 2일 당시 미국 국가정보국장이었던 존 니그로폰티(John D. Negroponte)가 미국 연방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꺼낸 말이다. (『연합뉴스』 2006년 2월 3일) 그의 말은 북(조선)이 미국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모르겠다는 뜻이다.

국가정보국장이 청문회에서 꺼낸 말만 듣고서는 부쉬정부가 정말 북(조선)의 요구를 모르는지 아니면 북(조선)의 요구를 알면서도 그 요구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싶지 않아서 짐짓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그러나 부쉬정부가 북(조선)의 요구를 아직도 파악하지 못할 만큼 정보분석에서 무능하다는 것은 믿기 힘든 일이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니그로폰티의 청문회 발언에서 엿볼 수 있는 것처럼, 부쉬정부가 북(조선)의 요구를 말하지 않는 것은 계산된 행동일 것이다.

이처럼 부쉬정부는 북(조선)의 요구가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으면서, 자기들이 북(조선)에게 요구하는 것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열심히 밝히고 있다. 상대의 요구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자기 요구만 계속 드러냄으로써 미국 인민들에게,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자기 요구를 정당화하려는 행동은, 클린턴정부가 북(조선)의 '핵문제'를 제기한 뒤로 무려 14년 동안이나 일관되게 취해오는 술책이다.

두루 알려진 대로, 미국이 북(조선)에게 요구하는 것은 북(조선)의 핵무기와 핵계획을 포기하라는 것이다. 미국은 북(조선)의 핵무기와 핵계획을 포기시킴으로써 핵확산을 차단하고 핵확산금지체제를 안전하게 유지, 통제하려는 것이다. 그런 의도에서 부쉬정부는 자기들이 추구하는 핵확산금지를 비핵화(denuclearization)라는 개념에 집약시켰다. 따라서 부쉬정부가 추구하는 비핵화라는 개념은, 핵확산금지체제를 위협하는 북(조선)의 핵무기 및 핵계획을 포기시킨다는 뜻이다. 이것을 핵억지력 포기 또는 핵무장 해제라 한다.

부쉬정부가 추구하는 비핵화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그 동안 부쉬정부 고위관리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밝혀주는 바람에 잘 알려졌는데, 2006년 10월 16일 미국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Condoleezza Rice)가 남(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를 순방하기 직전, 기자회견에서 꺼낸 다음과 같은 말에서 명확하게 나타난 바 있다. "비확산체제에 대한 최대 위협은 북한이나 이란 같이 핵비확산조약(NPT)의 의무를 위반하는 나라들로부터 비롯되고 있다. 미국은 전세계적인 비확산체제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진력할 것이다. (줄임) 북핵 프로그램의 폐기라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 6자회담은 이의 이행을 위한 유일한 방안이다.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포기한 일부 국가들처럼 이를 선택하길 바란다." (『연합뉴스』 2006년 10월 17일)

그런데 이 글에서 정작 주목해야 할 것은, 니그로폰티가 청문회에서 모르겠다고 말한 북(조선)의 요구이다. 북(조선)이 미국에게 요구하는 것은, 북(조선)의 사회주의체제를 무너뜨리려는 미국의 반사회주의적대행위를 완전히 중지시키는 것이다. 미국은 여러 갈래로 반사회주의적대행위를 취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난폭한 것은 북(조선)의 전략거점들을 핵선제타격으로 파괴하려는 핵전쟁위협(nuclear war threat)이다. 그래서 북(조선)은 그러한 핵전쟁위협의 제거를 비핵화라는 개념에 집약시켰다.

북(조선)이 미국에게 요구하는 비핵화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2006년 10월 3일 북(조선) 외무성이 발표한 성명에 뚜렷이 나타나있다. 그 성명은 "우리의 최종목표는 조선반도에서 우리의 일방적인 무장해제로 이어지는 '비핵화'가 아니라 조미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모든 핵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비핵화"라고 밝혔다.

이처럼 조미 쌍방이 9.19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핵심개념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는 있지만, 부쉬정부가 추구하는 비핵화와 북(조선)이 추구하는 비핵화가 상충되는 않는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부쉬정부가 요구하는 대로 북(조선)이 핵억지력을 포기하고, 미국은 북(조선)이 요구하는 대로 핵전쟁위협을 제거하면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실현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9.19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개념은, 핵억지력 포기와 핵전쟁위협 제거라는 두 가지 상응적 의미를 담아내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조미 쌍방이 서로 상대방에 대해서 요구하는 두 종류의 비핵화라는 개념은 상충적이 아니라 상응적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그 두 가지 상응적 의미를 공약형식에 담아낸 것이 9.19 공동성명이다. 그 성명의 제1항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들을 포기하는 것(abandoning all nuclear weapons and existing nuclear programs)"을 공약하였고, "미합중국은 한(조선)반도에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며 핵무기 또는 재래식 무기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공격 또는 침공할 의사가 없다(no intention to attack or invade the DPRK)는 것을 확인하였다."

9.19 공동성명에서 공약한 대로, 미국이 북(조선)을 조준한 핵전쟁위협을 포기하면 북(조선)은 그에 상응하여 모든 핵무기와 핵계획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확인하고 있다. 2005년 9월 16일 6자회담에 참석한 북(조선) 대표단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말한 바에 따르면, 6자회담에서 북(조선)은 "미국의 핵위협을 느끼지 않게 될 때 핵무기가 전혀 필요 없다는 것을 밝혔다"는 것이다. 북(조선)이 9.19 공동성명에서 공약한 대로 자국의 핵무기와 핵계획을 포기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음은 명백하다.

문제는 부쉬정부에게 있다. 부쉬정부는 9.19 공동성명에서 미국이 북(조선)을 공격 또는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확인하였으면서도 북(조선)에게 적대의사(hostile intention)가 없다는 것은 확인하지 않고 있다. 이를테면, 2006년 10월 12일 미국 국무부 정례설명회에 나온 국무부 대변인 숀 맥코맥(Sean McCormack)은 그 설명회에 참석한 기자가 북(조선)에게 적대의사가 없다는 것이 여전히 미국정부의 입장인가를 묻자, "그 문제에 관해 이전에 발표한 입장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다. 내가 확실하게 아는 것은 대통령이 어제도 북(조선)을 침공하거나 공격할 의도가 없다고 말했다는 사실이다. 적대의사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6년 10월 13일)

부쉬정부의 그와 같은 불확인 태도와 달리, 2000년 10월 12일 클린턴정부는 "조미 양측은 어느 한 정부가 다른 쪽에게 적대의사를 갖지 않을 것임을 선언하였다"는 조항이 들어있는 조미공동성명에 서명함으로써 북(조선)에게 적대의사가 없음을 확인한 바 있다. 물론 그것은 행동이 아니라 말로만 확인한 것이어서 확실하게 믿을만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부쉬정부는 북(조선)에게 적대의사가 없음을 말로서도 확인하지 않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러한 불확인 행동은 적대의사를 품고 있으면서도 그 적대의사를 입밖에 내지 않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북(조선)에 대한 적대의사가 없음을 확인하지 않는 부쉬정부는, 그들이 취해온 일련의 군사행동을 통해서 자기들이 북(조선)에게 적대의사를 품고 있음을 드러내왔다. 부쉬정부가 9.19 공동성명에서 확인한 대로 자기들에게 북(조선)을 노리는 핵전쟁의사가 없다는 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그 말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반대행동을 취하고 있다. 미국이 한(조선)반도를 군사작전대상으로 삼고 벌이는 여러 종류의 실전연습들, 주한미국군의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을 강화하기 위한 공격작전체계의 개편, 그리고 미일동맹군의 체계적인 무력증강은 한결같이 미국이 적대의사를 품고 북(조선)을 조준한 군사행동에 집착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이다.

중요한 것은, 북(조선)에게 적대의사를 품고 있는 미국의 군사행동이 남(한국)에 제공하는 이른바 '핵우산 방위공약'에 의해서 보장된다는 점이다. 2006년 10월 23일 기자간담회에 나온 남(한국)의 합참 전략기획부장 안기석이 2006년 10월 20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38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핵우산 보장을 위한 군사대비 방안'을 논의하였다고 밝힌 것(『연합뉴스』 2006년 10월 23일)만 보더라도, '핵우산 방위공약'이 선언이나 약속이 아니라 군사작전과 결부되었음을 알 수 있다.

두말할 나위 없이, 미국이 한(조선)반도에서 '핵우산 방위공약'을 틀어쥐고 있는 한, 그리하여 핵선제타격을 가상한 실전연습을 끊임없이 실시하면서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을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새로운 군사전략에 따라 개편하고 증강하는 한, 그리하여 '자위대'라는 위장간판을 달아놓은 일본의 군사력을 미국 태평양군사령부가 지휘하는 제국주의전쟁체제 안에서 통제하면서 미일동맹군의 군사력을 체계적으로 증강하는 한, 북(조선)에 대한 적대의사는 완화되기는커녕 되레 강화되는 것이다.

한미연례안보협의회를 마칠 때마다, 한미 국방장관들이 공식성명과 공식발언을 통해 거듭 확인해온 미국의 '핵우산 방위공약'은 선언이나 약속 같은 것이 아니라 북(조선)을 조준, 압박하는 제국주의핵전쟁위협의 다른 표현이다. 북(조선)의 사회주의전략거점들을 정밀유도무기를 동원한 핵선제타격으로 이른바 '예방적 차원'에서 불시에 파괴하겠다는 제국주의침략전쟁의 도발적 의지, 계획, 준비가 '핵우산 방위공약' 속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주한미국대사 알렉산더 벌쉬바우(Alexander Vershbow)는 북(조선)이 핵실험을 실시한 다음날인 2006년 10월 10일 남(한국) 기자들과 회견하면서 "핵우산은 미국의 최후 선택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연합뉴스』 2006년 10월 11일), 이튿날 부쉬는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동북아시아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예비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부쉬가 말한,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예비해놓은 방법들' 가운데는 벌쉬바우가 지적한 '미국의 최후 선택방식'이 있는데, 미국이 예비해놓은 최후의 선택방식이란 다름 아닌 핵선제타격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미국이 한(조선)반도에서 '핵우산 방위공약'을 포기하였을 때 비로소 제국주의핵전쟁위협을 제거하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며, 9.19 공동성명에서 확인한 자기의 불가침의사를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입증하는 것이 된다. 미국언론도 9.19 공동성명의 핵심개념인 "한(조선)반도의 검증가능한 비핵화(the verifiabl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라는 개념을 해석하면서,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는 북(조선)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남(한국)에 제공하는 미국의 핵우산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This is not only about North Korea, but also about the American nuclear umbrella over South Korea)"고 지적하였다. (『워싱턴포스트』 2005년 9월 25일)

그러나 현실은 반대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부쉬정부는 '핵우산 방위공약'을 포기하기는커녕 더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공식문서로 밝히는가 하면, 실제로 그러한 강화조치를 속속 취하고 있다. 미국 민간연구소 맨스필드재단(Mansfield Foundation) 소장 고든 플레이크(L. Gordon Flake)가 2006년 10월 31일 '미국의 소리(VOA)',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대담하면서 핵보유국이 된 북(조선)이 미국에게 남(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을 거두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예상하였는데, 부쉬정부도 플레이크와 마찬가지로 그렇게 예상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쉬정부가 서둘러 '핵우산'을 강화하는 일련의 군사행동은, 북(조선)의 '핵우산 방위공약' 포기요구를 봉쇄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말로는 불가침의사를 확인하면서도 행동으로는 '핵우산'을 강화하는, 그야말로 말과 행동을 정반대로 취하는 부쉬정부를 북(조선)이 믿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핵우산 방위공약'을 포기하는 것은, 미국의 정치, 경제, 군사부문을 포괄하는 방대한 제국주의전쟁체제가 적어도 한(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가동을 멈추는 것이므로, '핵우산 방위공약'의 포기는 부쉬정부에게 결코 말처럼 쉽고 간단한 일이 아니다. 미국이 한(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제국주의전쟁체제의 가동을 멈추는 것은, 아마도 북(조선)이 핵무기와 핵계획을 포기하는 것보다 더 어렵고 복잡한 일일지 모른다. 북(조선)도 그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핵우산 방위공약'을 포기하는 어렵고 복잡한 공정을 원활하게 밀고 나가기 위해 북(조선)이 미국에게 합의를 요구했던 방책이 조미관계 정상화이다. 9.19 공동성명 제2항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상호주권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각자의 정책에 따라 관계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9.19 공동성명의 제1항과 제2항을 떼어놓지 않고 서로 결부시켜 해석하면, 미국은 북(조선)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자기의 '핵우산 방위공약'을 포기할 수 있다는 속뜻을 끄집어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9.19 공동성명에는 조미관계 정상화가 '핵우산 방위공약'을 포기하는 길로 미국을 이끈다는 전제가 들어있는 것이다.

북(조선)이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문제를 그토록 중시하는 까닭은, 조미관계 정상화가 '핵우산 방위공약'의 포기로 이어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조선)반도 비핵화를 공약한 9.19 공동성명은 조미관계 정상화를 통해서 '핵우산 방위공약'의 포기를 이끌어 내는 이정표이다.

2. 중국정부의 억지와 무지

"핵을 가졌다고 해서 그것으로 생존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소련을 보라. 그렇게 많은 핵을 가졌음에도 붕괴되지 않았느냐. 그 반대로 꾸바를 보라. 핵은 없다. 하지만 미국도 이제는 까스뜨로(정권)를 전복시키는 것을 포기하고 그가 하늘나라로 가는 것을 기다리고 있지 않느냐."

『아사히신붕』 2006년 10월 27일자에 실린 편집위원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의 기사에 나온 이 말은, 중국 외교부 수석부부장 다이빙궈(戴秉國)가 2006년 4월 2일부터 4일까지 베이징을 방문한 북(조선) 고위관리를 만난 자리에서 꺼낸 말이다. 2005년 9월 19일 한(조선)반도 비핵화를 합의한 공동성명이 발표되었으나 부쉬정부가 북(조선)에게 제국주의금융제재를 가하는 바람에 조미관계가 최악의 상태에 빠져들자, 북(조선)이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한 중국정부는 북(조선)을 설득해서 핵실험을 막아보려고 하였다. 다이빙궈의 말에는 북(조선)의 핵무기 보유를 반대하는 중국정부의 논리가 담겨 있다.

그러나 여러 나라들이 사회주의건설에서 겪었던 역사적 경험을 아는 사람의 귀에는 다이빙궈의 입을 통해 전해진 중국정부의 '설득'은 이치에 맞지 않는 억지로 들린다. 중국정부의 억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지적할 수 있다.

2-1) 다이빙궈가 언급한 소련의 핵무기는 소비에트사회주의(Soviet socialism)의 붕괴와 연관성이 없었다. 소련은 제국주의핵전쟁위협으로부터 자기의 소비에트사회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핵무기를 개발한 것이 아니었다. 소련은 사회주의반제투쟁을 포기하고 미국을 상대로 하는 무모한 군비경쟁에 뛰어들었는데, 그 경쟁의 산물이 핵무기 개발이었다. 명백하게도, 소련이 핵무기를 개발한 목적은 사회주의반제투쟁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냉전체제의 핵군비경쟁에 있었다.

이를테면, 1961년 10월 꾸바에서 이른바 '미사일 위기'라고 부르는 사회주의 대 제국주의의 정면대결이 폭발 직전까지 다가섰을 때, 소련은 꾸바의 사회주의반제투쟁에 등을 돌리고 엉뚱하게도 미국을 상대로 경쟁적인 핵실험에 매달렸다. 한 마디로 말해서, 소련의 핵군비 경쟁은 사회주의반제투쟁과 무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소련과 달리, 북(조선)은 제국주의핵전쟁위협을 직접적으로 받아왔고, 제국주의세계체제에 정면으로 맞서서 치열한 사회주의반제투쟁을 전개하여왔다. 제국주의핵전쟁위협과 사회주의반제투쟁이 격돌하는 북(조선)의 현실을 바라보면, 조선인민군의 핵무기가 왜, 그리고 어떻게 소련군의 핵무기와 다른지를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게 된다.

2-2) 다이빙궈가 언급한 꾸바는 북(조선)과 정치적으로 연대하면서 사회주의반제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꾸바혁명군(FAR)에게는 핵무기가 없다. 꾸바는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과 함께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조인하지 않은 네 나라 가운데 하나이지만, 핵개발능력이 없어서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처럼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한다. 꾸바는 중화학공업과 핵공학의 발전수준에서 북(조선)을 도저히 따라가지 못한다. 꾸바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싶어도 그것을 개발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또한 핵개발능력의 부족만이 아니라, 지리적 조건도 꾸바의 핵개발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지리적으로 미국 플로리다 동남부 해안에 잇닿은 까리브해에 떠있는 섬나라 꾸바가 만일 핵무기를 개발하려고 했다면, 꾸바의 핵시설이 완공되기도 전에 제국주의전쟁광들은 정밀타격으로 그 시설을 파괴하였을 것이다. 꾸바가 핵무기를 개발하려면 미국군의 정밀타격을 사전에 억지할 수 있는 강한 군사력을 보유하여야 하는데, 그러한 군사력을 보유하는 것은 꾸바에게 힘든 일이다. 소련이 해체된 뒤로 소련의 지원이 끊기자, 13만 명이었던 꾸바혁명군 병력은 약 6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미국 국방정보국(DIA)은 보고서에서 꾸바가 더 이상 미국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지적한 바 있다. (『연합뉴스』 1998년 5월 7일)

다이빙궈는 미국이 꾸바의 사회주의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을 포기하였다고 말했지만, 그런 말은 국제정세에 무지한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소리이다. 미국은 여전히 꾸바를 겨냥한 반사회주의적대행위를 계속하면서 사회주의체제를 무너뜨리려고 힘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테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를 '자유꾸바원조위원회(CAFC)' 의장으로 앉혀놓고 꾸바 사회주의를 말살하려 하고 있으며, 2005년 7월 28일에는 미국 국무부가 '꾸바정권교체 조정관'이라는 새로운 직책을 내왔다. 2006년 현재 꾸바의 국내총생산(GDP)은 공식환율로 계산해서 400억 달러인데, 꾸바가 미국의 제국주의경제제재로 입은 손실은 2005년 한 해만 해도 40억 달러에 이른다. 이것은 부쉬정부가 꾸바의 숨통을 조여대는 광란적인 반사회주의적대행위를 취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사례들이다.

다이빙궈의 말을 들어보면, 중국정부가 북(조선)이 핵무기를 개발한 의도를 알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북(조선)이 핵무기를 개발한 의도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중국정부의 무지는, 그들의 무지만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눈과 귀를 막아버린 무지이기도 하다.

북(조선)이 핵무기를 개발한 의도와 관련해서 자본주의언론시장에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분량의 억측과 억지, 왜곡과 조작은 '정보쓰레기 바다'를 떠돌고 있다. 북(조선)에 대해서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할 남(한국)사회도 '정보쓰레기 바다'에 빠져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남(한국)에서 진보성향을 가졌다고 자처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다이빙궈의 인식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북(조선)이 핵무기를 개발한 의도는 무엇일까? 이 물음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조미직접협상과 6자회담의 흐름을 파악하려 할 때 기본적으로 제기되는 물음이다. 그 물음에 어떤 답을 내놓는가에 따라서 '핵문제(nuclear issue)'를 둘러싸고 대립하고 충돌하는 정세가 다르게 보일 수 있다.

2006년 2월 1일 워싱턴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크리스토퍼 힐(Christopher R. Hill)은 북(조선)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훨씬 나은 미래가 있는데, 왜 핵무기를 가지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6년 2월 2일) 이것은 그가 조미직접협상과 6자회담의 흐름을 파악하는 기본인식도 갖지 못하였음을 스스로 드러낸 말이다.

자본주의언론시장에서는 북(조선)이 핵무기를 개발한 의도를 논할 때마다, 북(조선)의 핵무기 개발의도가 체제생존에 있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그러한 말끝에는 북(조선)에게 경제지원을 제공하여 체제생존을 보장해주면 '핵문제'는 자연히 풀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이다. 다음과 같은 사실을 살펴보면, 북(조선)이 핵무기를 개발한 의도가 체제생존에 있다는 말이 헛소리임을 알 수 있다. 우선 다음과 같은 정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조선)의 핵무기는 1979년 평안북도 영변에서 5MWe 흑연감속로 1호기를 착공한 이후 지금까지 30여 년 동안 엄청난 자금과 기술을 들여서 개발한 것인데, '고난의 행군'을 하던 1990년대 후반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죽을 먹으면서도 북(조선)은 막대한 자금과 기술을 핵무기 개발사업에 계속 지출하였다.

이를테면, 영변의 5MWe 흑연감속로와 비슷한 규모의 원자로를 건설하는데 최대 1억7천만 달러, 재처리시설을 건설하는데 최대 5천900만 달러가 들어가고, 핵무기 설계와 제작에 최대 1억600만 달러, 플루토늄 생산에 최대 7천300만 달러가 들어간다. 비밀핵시설을 건설하면, 그보다 훨씬 많은 경비가 들어간다. (『연합뉴스』 2006년 10월 4일)

핵무기는 시장에서 파는 상품이 아니므로 북(조선)이 보유한 핵탄두 한 발의 값이 얼마인지는 정확히 계산할 수 없지만, 국제암시장에서 금속덩어리처럼 생긴 무기급 플루토늄 1g이 5만 달러에 거래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8kg짜리 핵탄두 한 발은 폭축장치(nuclear detonator)를 제외하고 플루토늄 값만 따져도 무려 4억 달러나 된다. 또한 핵탄두를 보유하면 그것을 발사하는 미사일도 있어야 하므로, 핵무기를 보유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자금은 천문학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처럼 엄청난 자금과 기술을 인민경제부문에 돌리면 경제적 어려움을 상당부분 풀 수 있다는 것을 몰라서 북(조선)이 핵무기 개발사업을 밀고 나간 것이 아니었다. 인민경제의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핵무기 개발사업을 멈출 수 없는 까닭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까닭에서 그렇게 하였는지를 파악하여야, 북(조선)이 핵무기를 개발한 의도를 알 수 있다.

3. 정설 속에 들어있는 또 하나의 의미

지금까지 나온 정설은, 북(조선)이 핵무기를 개발한 의도가 핵억지력(nuclear deterrence)을 확보하는데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정설은 북(조선)의 공식발표에 근거하고 있다. 2006년 10월 3일 북(조선) 외무성이 발표한 성명은 "자위적 전쟁억제력을 강화하는 새로운 조치"로 핵실험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정설을 좀더 세밀하게 분석하면, 핵억지력이라는 개념 속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의미가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3-1) 군사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북(조선)의 핵억지력은 미국의 군사적 체제파괴책동을 핵무기로 억지한다(deter)는 뜻이다. 미국의 군사적 체제파괴책동이란 미국군 합동참모본부가 작성하고 실전연습을 실시해오는 일련의 전쟁계획에 나타난 것처럼, 북(조선)에서 내란을 도발하여 혼란에 빠뜨리고('작전계획' 5029)→북(조선)의 전략거점들을 정밀타격으로 파괴하고('작전계획' 5026)→대규모 상륙작전과 강습작전을 벌여 평양을 점령하는('작전계획' 5027) 전쟁광신의 시나리오이다. 그 북침전쟁시나리오가 광란적인 핵타격으로 전개되리라는 점은 세상에 알려진 대로이다.

이러한 군사상황에서 북(조선)이 핵억지력을 확보하였다는 말은, 미국이 북(조선)에게 핵전쟁을 도발하는 경우, 북(조선)도 핵무기로 반격한다는 핵보복능력(nuclear retaliatory ability)을 갖게 되었다는 뜻이다. 미국이 북(조선)에 가할 핵선제타격(nuclear preemptive strike)은 공격적인 반면, 북(조선)이 미국에게 가할 핵보복타격(nuclear retaliatory strike)은 방어적이다.

미국이 북(조선)의 사회주의전략거점들을 정밀유도무기를 동원한 핵선제타격으로 파괴하는 경우, 북(조선)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워싱턴을 비롯한 제국주의전략거점들을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파괴한다는 것이 북(조선)이 예상하는 지구 최후의 핵교전 시나리오이다. 이것은 물론 가상적 시나리오이지만, 북(조선)이 1998년 8월에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능력을 과시하고, 2006년 10월에 소형핵탄두를 터뜨린 지하핵실험을 실시하여 핵억지력을 보유하였음을 입증함으로써 그 시나리오는 가상에서 현실로 다가서게 되었다.

주목하는 것은, 그 핵교전 시나리오가 가상에서 현실로 다가설수록 미국은 북(조선)을 조준한 핵전쟁위협을 함부로 가하지 못하고 자제하게 된다는 점이다. 지난 시기 조미관계가 극도로 나빠졌을 때마다 어김없이 원산항 앞바다에 출몰하곤 하였던 미국의 항공모함 함대가 언제부터인가 북(조선)의 영해 가까이 얼씬하지 못하는 까닭은 북(조선)의 핵보복타격을 의식한 미국이 북(조선)을 자극하는 노골적인 위협행동을 자제하면서 원거리 공격작전으로 전법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원거리 공격작전도 제국주의핵전쟁위협으로 되는 것은 물론이지만, 평양에서 비행거리로 4천km 떨어진,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조선인민군의 미사일 사정권에 들어있는 제국주의군사전략거점인 괌(Guam)에서 초음속 전략폭격기를 발진시키는 원거리 공격작전만으로는 제국주의침략전쟁을 수행할 수 없다. 제국주의침략전쟁에는 반드시 항공모함 함대가 동원되어야 한다. 북(조선)의 핵억지력을 논할 때 나오는 억지(deterrence)라는 개념에는 미국의 핵전쟁위협을 자제시킨다는 뜻이 담겨있다.

3-2) 정치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북(조선)의 핵억지력은 미국의 정치적 체제붕괴책동을 핵무기로 억지한다는 뜻이다. 미국은 핵무기를 보유한 사회주의체제가 갑자기 무너지는 경우 핵확산위험이 걷잡을 수 없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테면, 그러한 예상은 조셉 나이 2세(Joseph S. Nye, Jr)의 말에서 찾아볼 수 있다. 클린턴정부 시기에 국가정보위원회 의장과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를 지내면서 이른바 '나이 보고서(Nye Report)'를 작성한 전략가였으며, 현재 하버드대학교에서 교수로 있는 그는 "북한은 완만하게 쇠퇴하는 것이 세계를 위해서 더 바람직하다. 북한이 급격히 붕괴하면 대규모 난민 이외에 북한의 핵시설을 누가 통제할 것이냐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북한의 점진적 쇠퇴가 관리하기 좋지만 그 과정은 외부가 아닌 내부요소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2007년 1월 1일)

조셉 나이의 말에서 드러난 것처럼, 미국은 핵무기를 보유한 북(조선)에 대해서 급격한 체제붕괴책동을 자제하는 대신, 오랜 기간에 걸쳐 북(조선)의 사회주의체제 안에 자본주의시장경제(capitalist market economy)를 침투시켜 점차적으로 사회주의자력갱생(socialist self-reliance)을 포기하게 만드는 새로운 형태의 반사회주의적대행위를 취하게 될 것이다. 조셉 나이는 "어느 날, 아마도 앞으로 10년 안에 북(조선)정권은 사라질 것이다. 아마도 고립보다는 통합에 의해서 더 급속하게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는데(『워싱턴포스트』 2006년 11월 5일), 그가 말한 '통합'이란, 실현가능성이 없는 자의적 판단에 지나지 않지만, 북(조선)의 사회주의계획경제가 사회주의자력갱생을 포기하고 남(한국)의 자본주의시장경제에 흡수통합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논의한 바를 종합하면, 북(조선)이 핵무기를 개발한 의도가 핵억지력을 확보하는데 있다고 보는 정설은, 미국의 군사적 체제파괴책동과 정치적 체제붕괴책동에 맞서 싸우는 방어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야 할 문제는, 북(조선)에게 핵무기가 없던 지난 시기에도 북(조선)은 자기의 사회주의체제를 지켜왔다는 점이다. 물론 탈냉전시기에 들어와서 미국은 이전에 사회주의핵보유국들이었던 소련이나 중국으로부터 견제를 덜 받게 되자, 북(조선)을 노리는 핵전쟁위협을 지난 냉전시기보다 더 가중시킬 수 있었지만, 북(조선)이 미국의 핵전쟁위협에 대응하려는 의도에서, 오로지 그러한 의도만 가지고 핵무기를 개발하였다고 보는 것은 충분한 해석이 아니다. 북(조선)이 핵무기를 개발한 의도를 사회주의체제수호에 결부시키는 해석만 가지고서는 '핵문제'를 총체적으로 인식할 수 없다.

정설 속에는 또 하나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북(조선)이 미국의 핵전쟁위협에 맞서 사회주의체제를 수호한다는 방어적 의도만이 아니라, 공격적인 의도를 가지고 핵무기를 개발하였다는 의미이다. 북(조선)이 핵무기를 개발한 의도가 방어에도 있지만, 방어보다는 공격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음을 밝혀낼 때, '핵문제'를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시기 미국과 군비경쟁을 하기 위하여 만들어낸 소련의 핵무기는 군비경쟁에서 앞서려는 목적 이외에 다른 목적을 가질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소련의 핵무기 개발의도는 맹목적 군비경쟁이었다는 비난을 받을만하다. 소련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사회주의핵보유국으로 등장한 중국 역시 중소분쟁의 소용돌이가 몰아칠 때 수정주의세력으로 배척한 소련과 맞붙은 사회주의진영의 패권경쟁에서 소련에게 밀리지 않으려고 핵무기를 개발하였다. 중국의 핵무기는 워싱턴이 아니라 모스크바를 조준하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핵무기 개발의도 역시 맹목적 패권경쟁이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세계사에서 소련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 사회주의핵보유국으로, 그리고 현존하는 유일한 사회주의핵보유국으로 등장한 북(조선)은 미국을 상대로 군비경쟁을 하려는 의도에서 핵무기를 개발한 것도 아니고,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에 맞서 패권경쟁을 하려는 의도에서 핵무기를 개발한 것도 아니다. 북(조선)이 미국을 상대로 군비경쟁을 한다는 말이나 중국에 맞서 패권경쟁을 한다는 말은 누가 들어도 헛소리로 들린다.

냉전시기의 사회주의핵보유국들이었던 소련과 중국의 핵무기가 맹목적 경쟁의 산물이었던 것과 다르게, 북(조선)의 핵무기는 제국주의세계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명백한 공격의도를 가지고 생산되었다. 북(조선)은 제국주의세계체제에 맞서 싸우는 사회주의반제투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강력한 투쟁수단으로 핵무기를 개발한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북(조선)의 핵무기는 사회주의반제투쟁의 강력한 수단이다.

4. 사회주의반제투쟁의 두 가지 목적

위에서 논한 대로, 북(조선)이 핵무기를 개발한 의도는 사회주의반제투쟁을 밀고 나가기 위한 강력한 투쟁수단을 갖추는데 있고, 사회주의반제투쟁은 방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격적이다. 핵선제타격을 준비하는 제국주의전쟁광들의 무력위협에 맞서 사회주의반제투쟁을 밀고 나간다는 점에서, 그리고 북(조선)의 핵무기 보유를 반대하는 중국을 자극함으로써 조중관계가 악화되는 어려움을 무릅쓰고 사회주의반제투쟁을 밀고 나간다는 점에서, 그리고 미국과 일본의 제국주의경제제재가 한층 더 가중될 위험을 내치며 사회주의반제투쟁을 밀고 나간다는 점에서, 북(조선)의 사회주의반제투쟁은 철두철미하게 비타협적이고 공격적이다. 만일 북(조선)이 피동에 빠져서 적당한 타협의 구실이나 찾으려 했다면, 굳이 위험과 어려움을 무릅쓰면서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북(조선)이 사회주의반제투쟁에서 쟁취하려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북(조선)이 오랜 세월에 걸쳐 갖은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핵무기를 개발한 것은 미국으로부터 안전보장이나 경제지원을 받으려고 하였기 때문이 결코 아니다. 사회주의 대 제국주의의 대결이 벌어지는 조건에서, 사회주의의 말살을 노리는 제국주의국가권력으로부터 안전보장을 받는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며, 사회주의의 변질을 노리는 제국주의독점자본의 경제지원을 받는 것은 '독이 든 사과'를 받아먹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어떤 목적을 이루려면 여러 가지 목표를 쟁취해야 하는데, 조미관계 정상화와 미국의 '핵우산 방위공약' 포기는 북(조선)이 사회주의반제투쟁으로 이루려는 목적이 아니라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선차적으로 쟁취해야 하는 당면목표들이다. 조미관계를 정상화하지 못하고, 미국의 '핵우산 방위공약'을 포기시키지 못하면 사회주의반제투쟁의 목적을 이룰 수 없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회주의반제투쟁이 조미관계 정상화와 '핵우산 방위공약' 포기라는 두 가지 목표에서 끝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북(조선)이 사회주의반제투쟁을 통하여 이루려는 목적은 조미관계 정상화와 미국의 '핵우산 방위공약' 포기라는 목표를 넘어서 따로 설정되어 있다. 북(조선)은 서로 떼어놓지 못할 만큼 굳게 결합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사회주의반제투쟁을 밀고 나가는 중이다.

4-1) 북(조선)이 사회주의반제투쟁을 밀고 나가 이루려는 목적은 한(조선)반도의 통일(reunification of the Korean Peninsula)이다. 북(조선)에서 김일성 주석의 유훈은 무조건 관철해야 하는 절대적인 의미를 갖는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밝힌 유훈의 구체적인 내용은 한(조선)반도의 비핵화와 한(조선)반도의 통일이다. 이것은 한(조선)반도를 비핵화하는 것이 곧 한(조선)반도를 통일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한(조선)반도를 비핵화하는 사회주의반제투쟁은 곧 한(조선)반도를 통일하는 사회주의반제투쟁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조선)반도의 통일이라는 목적을 이루려는 것이 아니었다면, 북(조선)이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온갖 희생과 난관을 무릅쓰면서 핵개발 사업을 밀고 나갈 필요가 없었다.

북(조선)이 한(조선)반도를 통일하기 위해서 사회주의반제투쟁을 밀고 나간다는 논제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요구된다.

명백하게도, 한(조선)반도의 분단은 사회주의문제(socialist issue)가 아니라 민족문제(national issue)이며, 한(조선)반도의 통일은 사회주의적 과업(socialist task)이 아니라 민족적 과업(national task)이다. 사회주의의 길을 가고 있는 북(조선)이 민족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한(조선)반도를 통일하는 민족적 과업을 사회주의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다. 명백하게도, 북(조선)이 실현하려는 한(조선)반도의 통일은 남(한국)의 자본주의시장경제를 제거한 사회주의적 체제통합이 아니라 남북(북남)의 두 체제를 인정한 기초 위에서 실현되는 연방제 방식의 통일이다. 물론 연방제 방식의 통일을 실현하는 데서 남북(북남)의 두 체제를 인정한다고 말할 때, 남(한국)에 현존하는 신식민주의체제(neocolonial system)를 인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남(한국)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자본주의시장경제(capitalist market economy)를 거부하고 사회주의적 지향을 갖는 것은, 한(조선)반도가 통일되는 과정에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 남(한국)의 사회변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되는 것이다.

역사적 경험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북(조선)의 사회주의혁명세력은 민족문제에 대해서 결코 배타적이거나 무책임하지 않다. 민족이라는 역사적 실체를 결박한 분단체제를 무너뜨리고 자주적 통일정부를 세우는 것은 민족주의자들의 임무만이 아니라 마땅히 사회주의자들의 임무인 것이다. 사회주의자는 사회주의적 과업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민족적 과업도 수행하기 때문에 그러하다. 한(조선)반도를 통일하는 민족적 과업은 사회주의와 민족주의를 불문하고 통크게 단결한 민족자주역량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한(조선)반도의 통일이라는 민족적 과업이 북(조선)의 사회주의혁명역량이 수행하는 역사적 임무로 된다는 논제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요구한다.

사회주의는 어느 한 민족이 차지한 점유물이 아니라, 인류가 실현해야 할 보편사상이라는 점에서 초국적(transnational)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사회주의자는 자기가 살며 투쟁하는 민족적 현실 속에서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민족적(national)이다. 민족문제와 민족주의(nationalism)를 혼동하는 것은 국가문제와 국가주의(statism)를 혼동하는 것과 같다. 사회주의반제투쟁에서 국제적 임무와 민족적 임무는 모순되지 않는다.

북(조선)은 한(조선)반도를 통일하는 민족문제를 절대적 과업으로 받아들인다. 한(조선)반도의 통일이 북(조선)의 사회주의반제투쟁이 추구하는 목적으로 설정된 까닭이 거기에 있다. 반제투쟁에 나선 남북(북남)의 모든 사회주의자들은 한(조선)반도를 통일하려는 한(조선)민족의 투쟁대오 맨 앞줄에 있다.

4-2) 북(조선)이 사회주의반제투쟁으로 이루려는 또 다른 목적은 사회주의의 부흥(renaissance of socialism)이다. 북(조선)에서 요즈음 많이 쓰고 있는, 사회주의강성대국의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는 표현 속에는 사회주의의 부흥을 추구하는 그들의 열정과 의지가 들어있다. 북(조선)이 사회주의반제투쟁으로 사회주의를 부흥시키려는 것은, 사회주의를 짓누르는 제국주의세계체제의 압박을 물리치지 않고는, 다시 말해서 반제투쟁에서 승리하지 않고는 사회주의를 발전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북(조선)의 시각에서 볼 때, 사회주의는 제국주의의 적이고, 제국주의는 사회주의의 적이다. 사회주의를 건설하는 긴 경로에는 제국주의라는 강적을 피할 수 있는 우회로가 없다. 사회주의반제투쟁은 사회주의의 지속적인 발전과정에서 필수적이다. 사회주의반제투쟁이 승리하지 못하면, 사회주의의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사회주의반제투쟁의 목적은 21세기 자주적 사회주의의 부흥이다. 사회주의의 부흥이라는 목적을 이루려는 것이 아니었다면, 북(조선)이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온갖 희생과 난관을 무릅쓰면서 핵개발 사업을 밀고 나갈 필요가 없었다.

지금까지 논한 대로, 한(조선)반도의 통일과 사회주의의 부흥은 북(조선)이 이루려는 두 가지 목적이다. 부쉬정부는 그 목적을 인정하기 싫어서 자기들의 눈과 귀를 닫아버리고 있지만, 명백한 사실은 핵무기라는 강력한 투쟁수단을 움켜쥐고 사회주의반제투쟁을 밀고 나가는 북(조선)의 의지와 사회주의반제투쟁에서 승리하여 두 가지 목적을 이루려는 북(조선)의 의지가 동일하다는 점이다.

한(조선)반도를 통일하고 사회주의를 부흥시키는 목적을 이루려는 사회주의반제투쟁에서 미국의 제국주의국가권력과 제국주의독점자본을 정치적으로 굴복시키고 승리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 보유하였다는 점에서, 북(조선)의 핵무기는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같은 비사회주의나라들이 보유한 핵무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부쉬정부가 '핵문제'를 해결하는 길을 찾지 못하고 실패만 거듭하면서 여섯 해 동안이나 우왕좌왕해온 까닭은, 그들이 '핵문제'의 본질, 곧 북(조선)의 보유한 핵무기가 한(조선)반도의 통일과 사회주의의 부흥이라는 목적을 이루려는 사회주의반제투쟁의 강력한 투쟁수단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조선)이 한(조선)반도를 통일하고 사회주의를 부흥시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사회주의반제투쟁을 밀고 나가고 있으므로, '핵문제'는 그 두 가지 목적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해결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미국이 한(조선)반도를 통일하고 사회주의를 부흥시키려는 북(조선)의 사회주의반제투쟁을 가로막지 않음으로써 북(조선)의 핵무기와 핵계획을 포기시키려는 자기들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만일 미국이 한(조선)반도를 통일하고 사회주의를 부흥시키려는 북(조선)의 앞길을 끝내 막아 나선다면, 북(조선)의 핵무기와 핵계획을 포기시키려는 자기들의 목적도 이룰 수 없을 뿐 아니라 한(조선)반도에서 사회주의 대 제국주의의 대결이 격화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 반대도 진실이다.

5. 사회주의반제투쟁과 민주주의혁명

북(조선)이 추구하는 사회주의의 부흥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 진보적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수행하는 민주주의혁명(democratic revolution)에 직결되는 것이다. 민주주의혁명이 사회주의의 부흥과 직결되는 까닭은, 그 혁명이 사회주의적 지향을 갖는 사회변혁이기 때문이다. 북(조선)의 사회주의반제투쟁과 남(한국)의 민주주의혁명이 무관하다고 말할 수 없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세계사회주의운동사는 '핵문제'를 놓고 벌어진 사회주의 대 제국주의의 대결에서 사회주의가 승리한 역사적 경험을 아직 알지 못한다. 그런데 만일 북(조선)이 사회주의 대 제국주의 대결에서 승리한다면, 그것은 세계사회주의운동사에서 처음으로 일어나는 역사적 사변이 될 것이다. 장차 북(조선)이 사회주의반제투쟁에서 전략적 승리를 얻으면, 그것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5-1) 내가 이전에 발표한 글들에서 논한 것처럼, 남(한국)의 진보적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수행하는 민주주의혁명은 이른바 '한미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신식민주의체제를 무너뜨린다는 뜻에서 사회개량(social reform)이 아니라 사회변혁(social revolution)이며, 낡은 세상을 새로운 세상으로 바꾼다는 뜻에서 정권교체(regime change)가 아니라 사회체제의 교체(change of social system)이다.

정치이념지형을 살펴보면, 사회주의와 제국주의가 대립적인 것처럼, 진보적 민주주의와 제국주의 역시 대립적이다. 또한 사회주의가 미국, 유럽연합, 일본의 자본주의체제를 극복하는 역사적 대안으로 된다면, 민주주의혁명의 이념인 진보적 민주주의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신식민주의체제를 극복하는 역사적 대안으로 된다.

민주주의혁명의 반제투쟁은 민족주의적 성향(nationalist tendency)이 아니라 사회주의적 지향(socialist orientation)을 갖는다. 신식민주의체제에서 전개되는 반제투쟁은 사회주의적 지향을 가질 때만이 진정한 의미에서 진보적으로 될 수 있다.

주목하는 것은, 신식민주의체제에서 전개되는 반제투쟁이 자본주의사회계급관계를 해체하는 계급투쟁과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주주의혁명은 사회주의적 지향을 갖는 사회변혁이므로 반제투쟁과 계급투쟁이 그 혁명에서 결합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민주주의혁명이 사회주의적 지향을 분명하게 드러낼 때 반제투쟁과 계급투쟁이 결합되는 것처럼, 사회주의반제투쟁과 민주주의혁명은 반제투쟁을 공유하는 지점에서 하나의 투쟁동력으로 결합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북(조선)의 사회주의반제투쟁이 전략적 승리를 얻을 때, 남(한국)의 진보적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지닌 사회변혁역량이 비약적으로 장성할 것이고 남(한국)의 민주주의혁명은 새로운 단계로 전진할 것이다.

5-2) 오늘 라틴아메리카에서 반제투쟁의 열기가 차츰 높아지고 있는데, 그 투쟁의 확산은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일어났던 반제투쟁의 부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두루 알려진 대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반제투쟁은 식민지민족해방운동의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남(한국)의 반제투쟁도 식민지조선에서 민족주의세력이 맥을 이어왔던 항일독립운동의 오랜 전통과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항일독립운동의 전통은 사회변혁과 단절된 민족주의의 이념적 한계에 묶여있는 까닭에, 몰계급적 사회운동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지난 시기 민족주의는 식민지민족해방운동을 떠밀고 나가는 동력들 가운데 하나였지만, 식민지해방 이후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역사적 대안이 될 수 없었다. 오늘날 신식민주의체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데서도 민족주의는 역사적 대안이 될 수 없다. 민족주의 앞에 '진보적'이라는 수식어를 달아놓는다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21세기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사회변혁운동이 웅변적으로 말해주는 것처럼, 오늘날 신식민주의체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민주주의혁명에서는 사회주의적 지향을 가진 진보적 민주주의(progressive democracy)가 역사적 대안으로 나서게 된다.

그런데 사회주의정치활동을 금압하는 '국가정보원'과 경찰청 '보안국'이 여전히 '국가보안법'을 틀어쥐고 있고, 사회주의에 대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일반적 인식이 '반공안보의 덫'에 걸려있는 현실에서, 사회주의적 지향을 가진 민주주의혁명은 너무 멀리 있는, 그래서 당대에는 이루어질 가망이 없는 미래세계처럼 보인다.

그러나 민주주의혁명을 요구하는 주체도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고, 그 혁명을 밀고 나갈 주체도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므로, 그들이 '반공안보의 덫'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사회주의적 지향을 가진 민주주의혁명은 미래희망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사회주의에 관해서 빈곤과 독재라는 말부터 떠올리는 남(한국)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반공안보의 덫'에서 벗어나는 길은 두 갈래이다.

한 갈래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피땀을 쥐어짜는 제국주의독점자본과 국내예속자본의 이중적 착취와 수탈이 극에 이르러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더 이상 살 수 없게 되고, 그에 따라 낡은 세상을 뒤집어엎고 새로운 세상에서 살려는 정치적 요구가 드세게 분출될 때, '반공안보의 덫'이 깨져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될 때, 남(한국)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은 지금은 희미하게 보이는 사회주의적 지향을 노동의 굳은살이 박힌 손으로 억세게 움켜쥐게 될 것이다.

다른 한 갈래는, 북(조선)의 사회주의반제투쟁이 전략적 승리를 이룩하여 사회주의의 부흥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때, 남(한국)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한(조선)반도의 통일을 실현하는 길에서 자주적 사회주의의 부흥을 바라보면서 '반공안보의 덫'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렇게 될 때, 남(한국)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해온 사회주의적 지향을 자신의 정치이념적 지향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그런 뜻에서, 북(조선)이 사회주의반제투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남(한국)의 민주주의혁명에서 사회주의적 지향을 촉진시킨다고 말할 수 있다.

남(한국)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새로운 세상에서 살려는 정치적 요구를 분출하는 것과 북(조선)의 사회주의반제투쟁이 전략적 승리를 이루어내는 것은, 한 세대가 지난 뒤에나 있을지 모르는 막연한 미래가 아니다. 남(한국)의 신흥중산층이 영락(零落)하는 추세에 따라 사회계급관계가 부유한 소수 대 가난한 다수로 양극화되고, 새로운 세상에서 살고 싶어하는 희망의 물결이 가난한 다수 속에 퍼져나가는 현실을 볼 때, 그리고 북(조선)이 조미직접협상을 완강히 거부해오던 부쉬정부를 그 협상으로 끌어내어 사회주의반제투쟁을 진공적으로 밀고 나가는 현실을 볼 때, 남(한국)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사회주의적 지향을 움켜쥐게 될 날은 멀지 않았다.

시급히 풀어야 하는 문제는, 그처럼 격변의 급류를 타고 흐르는 정세변화의 방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진보의 깃발을 치켜든 사람들이 어떻게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투쟁수준을 현 수준보다 더 높이 끌어올릴 것인가 하는데 있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생산현장, 생활현장에서 진보의 깃발을 치켜든 사람은, 민주주의혁명을 향한 열정과 신념을 가지고 투쟁하는 진보적 활동가들이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생산현장, 생활현장에서 진보의 깃발을 치켜들고 그들의 투쟁수준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그들 속에 잠재된 투쟁역량을 단일전선으로 결집시키는 선전(propaganda)과 조직(organization)의 실천이다. 진보의 이중축(dual axis of progress)인 민주노동당과 한국진보연대를 비상히 강화해야 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2007년 3월 10일 작성)